그저 ‘가족’이라는 명분으로 한 구성원의 경계를 무참히 허물어버리는, 있기만 해도 평가와 지적을 들어야했던 나. 온전한 사랑받아 본 적이 없음에도 사랑을 줘야 했고, 통제되지 않는 모습이 보이면 죄책감 프레임으로 씌워버리는 가족 분위기 속에서 난 숨을 쉴 수 없는 답답함과 억울한 마음을 30여 년간 억누르며 살아왔고 깊은 바닷속에 가라앉은 것 같은 자신의 삶은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처음에 나는 다정하고 화목한 가정으로 바뀔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더 따뜻하게 가족을 품고 이해해보려고 하고,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고자 대화도 시도하고 편지도 써보았다. 그러나 10년 가까이 되는 그 오랜 시간 동안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는 가족과 화목할 수가 없었다. 자신은 완벽한 사람으로서 지금껏 가족을 잘 이끌었다고 믿는 권위주의적인 아버지, 그 아래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조차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며 순응하는 어머니, 물리적인 힘으로 가장 약한 동생을 겁박하는 형제와 그래도 화목하게 지내고자 여러 차례 대화를 시도했으나 소통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화를 내거나 물리적인 폭력이 오가거나 다른 상대방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자기주장만 내세우기 일쑤였기에 가족과 화목해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던 나는 어느샌가 입을 굳게 닫아버렸다.
그렇다고 나는 자신이 함께 살고 있는 가족에게서 떨어져서 살 용기가 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가족 밖에서의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 세상을 혼자 살아갈 용기가 선뜻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음 한편엔 아무리 나에게 나쁘게 해도 가족인데, 이렇게 무참히 떠나도 되는 것인가에 대한 애증도 남아있다. 그런 내가 유일하게 집안에서 의지할 곳은 자신의 방 한 칸과 자동차 안의 작은 공간뿐이었다. 나는 가족의 숨소리와 발걸음 소리, 기침소리, 흉보는 말소리에 치를 떨 정도로 가족에 대한 분노가 가득한 채, 자신의 방에서 문을 잠그고 귀를 막고 이불속에 파묻힌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과연 나는 이러한 삶에서 벗어나 편하게 숨 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