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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모닝 Jan 16. 2024

1-2. 정말 제가 그런 사람이었다고요?

어린아이들 틈바구니에 끼어있던 어린아이.










가족의 배치도





 첫 번째 상담 이후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간 상담소. 나는 자신을 어떻게 알아갈지 궁금해하는 한편, 다소 긴장한 상태로 상담실의자에 앉았다. 상담이 시작되고 나에게 나무와 사람 그림을 그려보게 한 뒤, 가족들의 상태를 주변에 있는 동물 인형들로 표현해 보라고 한 상담선생님. 나는 사람과 나무 그림을 그린뒤, 아래와 같이 인형으로 가족을 묘사했다. 상담사가 인형을 이렇게 배치한 이유를 묻자, 나는 대답했다.



가족을 표현해 보라고 하자, 나는 이렇게 가족을 묘사했다. 곰(형제), 호랑이(아버지), 양(어머니), 강아지(나)




“아빠는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의 호랑이이고요, 엄마는 늘 물가에 내놓은 양 같아서 제가 보호해줘야 해요. 그래서 호랑이 뒤에 배치했고, 형제는 점점 커가면서 힘이 세지는 커다란 곰으로 표현했고, 가정에 실질적인 권위는 아빠가 아니라 형제가 가지고 있어서 저렇게 표현했어요. 저는 저 세 사람과 동떨어져서 걷고 있는 작은 강아지이고요.”


“자신을 왜 강아지라고 표현했나요?”


“사랑받고 싶어서 주변을 맴돌지만 그렇다고 가족 가까이에 다가가고 싶지 않은, 그리고 이런 삶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고 싶은 마음에 그런 걸 생각하다 보니 저렇게 배치했어요.”



상담사는 다음 말을 이어갔다.


“이렇게 배치한 것만 봐도, 크기만 봐도, 강아지는 보호받는 것 같지만 나머지 동물들에게 언제든지 잡혀 먹힐 수 있는 희생양 역할이었어요. 엄마를 보호해야 한다고 하지만 자신도 작은 몸이라 온전히 보호해주지 못했을 거예요. 그리고 강아지는 나머지 가족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죠. 그건 가족들에게 유대감조차 느끼지 못하고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지금 현재 모습과 매우 유사하네요.”


 나는 상담사의 말에 놀란 듯이 쳐다본다. 자신은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가족의 형태를 알아차리고 그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 다는 걸 일찍 깨달은, 가족 중에서 그래도 힘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에 이어 내가 그린 사람 그림을 보고서 상담선생님은 그에 대한 해석을 이어간다.


“사람을 그린 것을 보니 사람의 정면이 아니라 비스듬히 바라보는 옆모습을 그렸어요. 이건 자기 자신을 온전히 마주하고 있지 못하다는 거죠. 자신을 스스로가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피하고 있는 거예요. 자존감이 높을 수가 없는 거죠. 자신을 바라볼 수 조차 없이 힘이 약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동안 나는 숨 막히는 가족 그 속에서 힘겹게 자신의 삶을 살아온 안타까운 존재라고만 생각했지 스스로를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첫날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린 사람 그림을 보면 사람에 대한 묘사가 거의 어린아이 수준으로 그려져 있어요. 손가락도 머리카락도 눈, 코, 입을 표현한 것도 구체적인 것이 없고 유아 수준으로 그려져 있죠. 이는 몸은 성인이지만 사람을 보는 눈은 유치원도 안 되는 수준인 셈이에요. 그런 거에 비하면 지금 본인이 그린 그림은 훨씬 낫지만 그래도 여전히 마음 안에는 어린아이입니다. 그동안 어린아이들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조금 더 큰 어린아이였어요.”


“저는 여기서 벗어나고 싶어요. 더 크고 싶어요. 선생님”


“그래요. 벗어나야죠. 더 커야죠. 그래서 가족상담을 한 첫날 본인을 선택한 거였어요. 나머지 사람들은 가능성이 없어 보였고 본인도 그럴 거라 예상했지만 대화를 나눠보니 가능성이 있겠다 싶어서 한 명이라도 건져내자 싶어서 상담을 이어갈 거냐 물었던 거예요.”


“아 그런 거였군요.. 그럼 선생님 제가 뭘 하면 될까요?”


“원래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면 돌부리가 가득한 환경 속에서도 잘 살아갈 테지만, 지금은 혼자서 자신을 세워갈 힘이 없으니, 지금의 환경에서 벗어나서 혼자 힘을 키운 다음 그 환경을 맞닥뜨리는 게 필요해요. 집에서 나와서 혼자 살 수 있나요?”


 나는 혼자서도 독립할 수 있는 충분한 경제적 여건이 되었으나 도저히 혼자 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숨 막히고 답답한 가족 속에서, 이제 안전하지도 않은 방 한 칸에 의지한 채 살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 마음속에서는 혼란스러움이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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