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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영 Mar 25. 2020

지하철 옆자리에 중년의 남성이 앉았다. 그는 그저 지나가는 행인 1이었다가 전화를 받기 시작하면서 내게 인식됐다.
그에게 걸려 온 전화는 돈을 내라는 독촉 전화였던 거 같다.

“3개월 동안 월급을 받지 못해서요. 다음 달로 미룰 수 있을까요?”

그가 다음 달이면 될 거 같다며 공손한 어투로 나긋나긋 사정을 얘기하자 상대도 더 이상 재촉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듣지 않았으면 좋았을까.
들으려 하고 한 건 아니었는데 타인의 곤란한 상황을 먼발치서 구경만 하는 기분이었다.


그는 한동안 숨을 크게 쉬고 내쉬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숨을 쉬어도 숨이 차니까.
곧 전화가 다시 울렸다. 지인이었는지 그가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다음에 전화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지하철은 한산했다.

전화를 끊고 무릎 위로 툭 얹은 손, 가쁜 숨.

요즘은 숨을 쉬어도 숨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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