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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영 May 26. 2020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절대 좋아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사물일 수도 사람일 수도 상황일 수도 있는 것들.

‘너무 싫어! 좋아할 일은 영영 없어!’

단언하고 돌아보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러면 그들은 내가 생각을 바꾸기 전까지 싫은 것에 속해 남아있게 되는데 생각을 하면 할수록, 보면 볼수록 더 싫어져서 싫어하는 내 마음까지 싫어지게 만들어 버리니까 더욱 싫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마주하고 싶지 않다고 눈 감고 살 수도 없고, 외딴곳에서 홀로 살아도 싫은 건 또 생길 테니 가령 벌레라던가.



그래서 요즘은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옛말을 실천해보려 노력하고 있다. 옛말은 과학이랬다.

미운 사람은 미운만큼 잘해줘 보고, 싫은 건 싫은 와 중에도 좋은 점을 떠올려보려고 한다. 벌레는... 잡는다! 죽인다!


‘저 사람 너무 싫어!’ 하면서도 커피 한 잔 챙겨주고, 말 한 번 더 걸어본다. 그러다 보면 싫은 게 없어지진 않아도 좋은 점도 보이더라.

‘이건 절대 못해!’ 하는 일도 너무너무너무 싫지만 끝끝내 마지못해 한 번 해보려 노오력한다. 해보면 별 거 아닐 때도 있었다. 생색내기에도 좋다.


너 그거 정신승리고 자기 타협이다! 싶을 수도 있겠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타협이 아니라 성장이라 하겠다.

이것은 분명 성장이다. 미움을 비울 수록 사랑할 자리가 많아진다.

싫은 걸 견디고 마주할 때마다 스스로가 사랑스럽게 느껴져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싶다. 이야~ 나 정말 많이 컸구나!



미운 것들아, 싫은 것들아. ‘절대’ 좋아질 리 없다고 단언해서 미안. 무시하고, 피하기만 해서 미안하다.

봤던 것도 다시 보고, 보고 또 봐 볼게. 좋은 건 많이 보고, 미운 건 적게 볼게.

그러면 언젠가는 왜 싫어했었는지 가물가물해지는 날도 오는 거 맞지? 그날이 바로 내가 어른이 되는 날이렸다. 땅땅땅!


마음에 사랑만 품고 살고 싶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하면, 그러면 세상은 아름다워질 텐데. 마음에 백만 송이 장미도 피워낼 텐데. 세상을 전부 바꿔버릴 수 없으니 내 마음 편하려면 내가 바뀌어야겠지.



근데 우리 엄마는 아직도 싫은 게 있대. 가죽 옷이 싫대. 그냥, 그렇다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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