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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영 Dec 13. 2020

망생이의 주말

글을 써야  때면 항상 시간을 미루며 최대한 꾸물거린다. 그럴 바에는  쓰는  낫지 않겠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없는 이유가 있다.


먼저 속으로 구상한 대강의 이야기가 있고 인물이 있고 그걸 활자로 옮기기만 하면   같은데  옮기고 있으니  속에 갇힌 인물들이 아우성이다. 옮겼는데 생각보다 별로일 경우에는 별로인   별로인 것으로 만들 때까지 별로인 이야기에게 쫓긴다. ‘ 다리 내놔 아니고 ‘ 이야기 내놔.  좋은  가져와!

그러니 쓰기 시작했다면 미룰 수는 있어도 완전히 멈출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주말마다 공모전에  습작을 쓴다. 책상 앞에 앉기까지 2시간 정도, 앉고 나서 1시간 정도 딴짓을 한다.  시간 동안 온갖 글과 영상을 섭렵한다. 딴짓에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이랄까. 인스타그램 둘러보기에   영상이 없고, 최신 트렌드라면 놓칠 수가 없다. 이 시간에는 봤던 걸 또 보기도 하는데 마치 시험기간에는 공부 빼고 다 재밌듯이 최대한 시간을 끈다. 회사에서 도대체 모르는 게 뭐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웃고 마는데 실상은 이렇다. 보이는 건 다 봅니다. 나는 고등학교 시험기간에 새벽마다 케이블 채널에서 해주던 영화 울트라 바이올렛을 거짓말 안 보태고 10번은 넘게 봤다. 10번을 봐도 내용은 모르겠고 밀라 요보비치가 화려한 액션을 선사했던 것만 기억난다. 공부할 시간이 줄어들수록 초조해하면서도 이것만 보고 해야지 하던 버릇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나 보다.


쓰긴 써야 하는데 쓰기 싫을 , 종이책을 펼쳤다가 전자책도 봤다가, 밀린 웹툰도 보고, 인스타를 열었다 닫았다 난리가   말이다. 그럴 때마다 어떤 이야기로든 연결되고 싶은 기분이 든다.


오늘은 첫눈이 내렸고, 새삼 겨울이라는  실감  만큼 발끝까지 려오니 목도리를 칭칭 감고 몸을 싸맨 사람들이 나오는 겨울 이야기가 보고 싶었다. 더없이 시리고 그럼에도 따뜻하고 서글퍼서 눈물도 나고 웃음도 나는 그런 이야기를 찾고 싶었다. 찾기만 하면  빠져 읽을  을 텐데,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룰 텐데!



 이상   없으면 슬그머니 한글 파일을 열어봐야  때다. 쓰다만 파일이 쌓여있다.   보물이고, 업보다. 방송사에 길이길이 남을 드라마가  수도 있고  컴퓨터에서만 존재하다 사라지는 데이터 쓰레기가  수도 있다. 아무도 모르는 . 나도 몰라 아무도 몰라. 그런데도 아직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 이제  이야기로  시간이다.

가슴 시린 이야기 하나만 찾으면, 남이    하나만 읽고 가고 싶은데. 진짜 진짜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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