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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영 Nov 01. 2019

Be natural

오랜만에 학원을 같이 다녔던 친구들을 만났던 날이었다. 정재 오빠는 회사를 그만 두기 전이었는데, 회사를 다니며 요가 수업을 듣고 있다고 했다.
업무 스트레스도 요가를 시작하며 이겨낼 수 있었다고, 지금은 지도사 자격증을 하나 땄다고 했다. 훗날 회사를 그만두면 요가 강사가 되고 싶다고도 했다. 바잉 MD에서 요가 강사라니, 놀랄 법도 했는데 그게 정재라서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잘 어울렸다. 그는 늘 자신만의 시간과 속도가 분명해서 옆에 있는 사람까지 덩달아 마음을 놓게 만들었다. 큰일이 나도 큰일이 아닌 듯 넘겨버릴 수 있는 초연함, 나는 그의 그런 태도를 좋아했다. 휴가에 인도의 명상센터에 간다며 훌쩍 떠나던 걸 봐왔기에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넌 어떻게 지내?"
같은 질문이 혜림 언니에게 돌아갔을 때
언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난 하고 싶은 게 없어. 그냥 일만 해. 하고 싶은 게 있는 애들이 너무 신기해."


그 말에 오빠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일을 할 때 인가 보지."


그런 대답이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에 언니와 나는 순간 벙찌고 말았다.
혜림 언니에게는 그런 말을   사람이 처음이었고, 나는 언니에게  번도 그렇게 말해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랬다.


그동안의 내가 무안해질 만큼 간결한 한마디였다.
나는 혜림 언니에게서 하고 싶은 게 없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왜 하고 싶은 게 없냐고, 작은 거부터 뭐든지 해보라고 등 떠밀기만 했었다. 하고 싶은 게 없을 수도 있지 했다가, 아무래도 일 중독인 것 같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녀를 위로하고 싶었는데 내가 누굴 위로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내 무기력함을 버티려 갖은 애를 다 쓰던 때여서 다른 이의 무기력함을 가만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를 다그치듯 그녀를 억지로 일으키고, 다그치곤 했었다.

그저 일을 할 때 인가 보지 같은 한마디면 충분했을 텐데. 그럴 때도 있는 거라고.


자신을  다스릴  있게 되면, 다른 사람도  헤아리게 될까. 단단히 붙잡아  수도 있을까.
나에게도, 남에게도 여유가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앞에 닥친 문제들이 마치 영원할 것처럼 걱정하며 골똘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임을 잊지 않고 싶다.

말이  말의 주인을 닮는다면 느려도 확실한 언어로 말하고 싶다. 애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언젠가는 그런 사람, 위로될  있을까. 나보다  나를 믿는 사람들에게.

받은 마음만 차고 넘치는  같아  좋은 사람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날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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