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은 늘 바쁘다. 주말 동안 쌓인 일을 처리하고, 다시 한 주를 시작할 준비를 한다. 자료를 만들면 끝이 아니라 그제야 시작이다. 이어지는 회의, 회의, 회의.
회의에 참석하면 본 업무를 할 시간이 줄어든다. 어떻게든 시간 안에 업무를 처리하고자 서두르면 모든 일에 여유가 없어진다.
업무 연락에 답을 할 때도 의식하지 않으면 고운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럴 수도 있지.’와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태도로 임하고자 해도 월요일만큼은 눈에 뵈는 게 없어진달까. 나는 미간에 깊이 인내천을 그리고 앉아 온 몸으로 말한다. 건들면 뭅니다.
내 모니터 앞에는 업무 관련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어있는데 그중 스스로 주의하기 위해 써놓은 다짐이 하나 있다.
‘차분하게, 통화할 때 조용히, 어린 말투 쓰지 않기’
회사에서는 감정조절을 잘하는 것도 능력이라는데 시간에 쫓기고, 업무에 쫓기면 쉽지 않다. 나는 초조해질수록 양의 탈을 쓰고 앉은 야수 같아진다. 혹은 온탕 없는 냉탕과 열탕 사이.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바라보면 그렇다. 포스트잇이라도 보면 달라질까 싶었지만 소용없는 날이 많다.
오늘은 월요일. 바빴고, 예민했다. 업무 중에 좋은 소리 한 번 안 했고, 감정적으로 대처한 부분이 많았다. 상사의 업무 지적에 짜증이 나서 프로답게 넘기지 못했다. 그 상사는 평소엔 관심도 없다가 뒷북을 잘 치고 원하는 건 말 안 해주면서 알아서 해가면 이건 아니라고 하는 업무 스타일을 가졌다.
윗사람은 지적하는 게 일이고, 내가 만난 상사 중에 가장 양반인 줄 알면서도 짜증이 났다. 나는 감정을 못 숨기는 편이라 조심하는데도 숨겨지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친구들에게 카톡으로 한껏 불만을 털어놓고 나니 후련하기는커녕 더 찜찜해졌다. 애초에 내가 잘했으면 됐을 일이었는데 괜히 남 탓 한 기분.
남에게 하소연하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 일을 제대로 처리하고도 내가 한 감정 처리에 마음이 하루 종일 불편했다. 그 사람은 신경도 안 쓸 텐데!
그래도 중요한 건 내가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 누군가를 미워하면 그건 내 안에 있는 미움이라던데. 상사의 무능력, 무관심 그리고 무열정이 내 안에 있던 모습은 아니었을까. 내가 싫어하고 답답해하는 부분은 나부터도 그러지 못하는 부분은 아니었고? 그런 상사를 은연중에 무시하고 있었던 건...... 으. 아. 악! 생각 그만!!
나는 아무렇지 않다!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다!
까칠하게 살기도 글렀다. 죄송하지 않은 일에 죄송해하며 살고 싶지 않은데 어느덧 습관이 된 걸까. 회사 일이 머리에 콱 박혀 퇴근 후에도 떠나지 않아 괴로운 요즘이다.
어중간하게 착한 게 제일 싫고, 정도를 지켜가는 일이 제일 어렵다. 감정적이기보다는 이성적으로, 차분하고 여유롭게 일하는 프로가 되고 싶다.
상대가 어버버 하더라도 휩쓸리지 않고, 화낸다고 화내지 않고.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갈등을 만들지 않으면서 할 말은 하고, 아닌 건 아니다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남 탓, 내 탓, 누구의 탓도 하지 않기 위해 회사에서만큼은 프로가 되고 싶다.
부디 내일은 어떤 일에도 활기차게, 나이스 하게, 프로답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