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로포텐은 하나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자그마한 어촌마을과 바다,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웅장한 눈 덮인 산. 이 아름다운 모습에 대한 유명한 별명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어촌' 그리고 '바다 위의 알프스' 로포텐은 북유럽인 노르웨이에서도 북쪽에 있는데 빙하의 침식으로 물에 가라앉아 이루어진 큰 4개의 섬들과 여러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중세 유럽 한자동맹시절부터 지금까지 대구 어업으로 유명하여 이와 관련된 어부들의 전통가옥, 군데군데 늘어선 대구 덕장들을 보며 아름다운 마을에서 고향길은 왠지 모를 향수도 느껴진다.
로포텐은 섬으로 이루어진 곳이니 들어가기 위해서는 비행기나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보되에서 페리를 타고 로포텐의 모스키네스 선착장에 도착했다 로포텐 제도의 가장 남쪽 마을인 오부터 시작해서 레이네, 스볼베르 등을 거쳐 북쪽으로 여행할 계획이다. 우여곡절 끝에 도달한 로프텐에서 보고 싶은 것도 많고 기대도 많다.
로포텐 끝마을 오, 그리고 어부의 집
보되에서 페리를 타고 저녁이 다 지난 시간에 도착했다. 우리는 로포텐 최남단의 마을인 오(Å)로 향했다. 가장 끝에 있는 마을 이름을 오라고 붙이다니, 노르웨이식 시같았다. 뜻은 stream, 개울 혹은 흐르다라는 의미가 있으니, 땅의 끝자락이자 바다의 시작지점에 어울리는 마을 이름이다. 도로 E10을 따라가다 도로의 끝에 다다르고, 우리가 머물 집을 찾았다.
우리는 노르웨이 어부 전통가옥 로부어(Rorbuer)에서 머물기로 했다. 로부어는 노르웨이 전통적인 어부의 집으로, 어부가 고기잡이를 위해 어구를 넣어두는 창고 겸 숙소로 머물 수 있게 바닷가에 지은 집이다. 육지 쪽에 입구가 있고, 바다 쪽에는 사다리를 두어 바로 어선에 올라탈 수 있는 형태이다.
마을 끝자락, 바다가 시작되는 곳에는 빨간 목조가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우리는 그 중에 한 채에서 묵었다. 오래된 외관과 다르게 내부는 넓고 깨끗했다. 집에는 방이 두 개, 커다란 거실, 현대식으로 완비된 주방과 화장실이 있었다. 난방도 부족하지 않았다. 거실에는 소박한 레이스 커튼을 단 커다란 창문을 통해 바로 코앞에 바다가 펼쳐져 보였다. 이 집을 배경으로 한 어느 어부의 가정이 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이 되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부지런히 바다에 나갔다가 일 마치고 돌아와서 생선요리를 하고 가족이 한데 모여 커다란 테이블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지 않았을까.
언젠가는 사라져 존재하지 않겠지만 그래 여기 머물러라
2023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 노르웨이 국민작가 욘 포세의 책 『아침 그리고 저녁』이 떠올랐다. 이 소설은 노르웨이 해안마을 어느 한 집에서 출산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요한네스라는 이름이 붙여진다. 한 챕터가 넘어가고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요한네스는 노인이 되었다. 그리고 이 늙은 어부인 요한네스의 생의 마지막을 맞게 되는 이야기이다. 소설에서는 문장에 마침표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쉼표만 연속하 여 사용하고, 정말 필요한 문장에 마침표를 붙인다. 마치 삶이 이어 흘러가듯, 문장도 이어 흘러간다. 조용한 어촌 마을, 극적인 성취나 사고 없이 평범해 보이지만, 특별한 것 없어도 숭고한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여기에 머물며 책 속 요한네스의 아침 그리고 저녁이 그려졌다.
다음날 저녁에는 스볼베르에서 또 다른 어부의 집 로부어에서 묵었다. 로포텐에서 가장 큰 마을이자 큰 항구도시답게 어부의 집을 현대식으로 해석한 규모있는 리조트에 가까웠다. 1880년에 부둣가에 어부의 집을 세워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서 노르웨이 옛 어부의 생활과 온기를 느껴왔을 것이고, 우리도 그 역사의 하나가 되었다. 소박하고 아늑한 어부의 집 로부어.
스볼베르에서는 로포텐 국제 사진 페스티벌이 열린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에도 호텔 식당에서 사진 페스티벌에 출품되었던 사진들이 슬라이드쇼로 보여졌고, 눈 덮인 어촌마을, 오로라가 가득한 로포텐의 하늘은 정말 아름다워서 그 광경을 보러 겨울에 다시 오고 싶어졌다.
레이네마을
디즈니 영화 '겨울왕국' 그 자체, 레이네 마을
노르웨이 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되기도 한 적이 있는 레이네마을을 입구에서 전망을 바라보았다. 눈 덮인 웅장한 바위산 밑으로 피오르 바다가 펼쳐지고 그 옆으로 빨간 목조가옥 로르부가 자리잡고 있어 동화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실제로 이 마을이 영화 '겨울왕국'의 배경이라고 한다. 우리는 여름 오기 전의 고요한 시기에 이곳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고요한 바다, 웅장한 산, 그리고 평화로운 마을은 마치 동화 속에 잠시 다녀온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하여 우리는 레이네 마을의 레이네브링겐 산 하이킹에 도전했다. 산 위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또 다른 감동이었다. 다만 하이킹은 정말 어려웠다. 올라가는 돌계단의 단높이는 매우 높은데 마땅히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시설이나 안전장치가 하나도 없었다. 또 산 위로 높게 올라갈수록 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어제 내린 비로 돌이 미끄러웠다. 우리가 등산하는 도중에도 곧 비가 쏟아질 조짐이 보였다.
200년 노르웨이 어촌 라이프
피싱 빌리지에는 200년이 넘는 노르웨이 어촌 라이프가 보존되어 있다고 하여 우리도 방문했다. 여기 건물들은 19세기 중반의 건물들로, 이 외에도 그 시대의 생선오일 공장, 어장, 어부의 집들이 있고, 또 그 당시의 돌로 된 오븐으로 빵을 만드는 베이커리와 식료품점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방문했을 때에는 성수기를 준비하는 시기여서 그런지 식당과 베이커리는 영업하지 않았고, 바닷가 어장쪽은 보수 공사 중이어서 근처에 접근할 수 없어서 아쉽게도 보질 못했다. 오래된 잡화점에서 커피를 마셨다.
로포텐의 도로는 자연과 하나인 것만 같았다. 길을 달리다보니 마치 길이 눈 덮인 산으로 이어져 산 위로 올라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우리는 도로의 공터자리에 차를 세워서 다들 여기서 점프하는 사진을 남겼다. 마치 설산 위로 뛰어 오를 것처럼!
노르웨이의 도로는 1차선 도로가 많았다. 로포텐 또한 수백만 명이 찾는 곳이지만 대부분 1차선의 도로였다. 맞은편에서 차가 오면 어느 한쪽은 비켜주어야만 했다. 자연에 인간의 영향력을 최소한으로 하려는 모습이 로포텐의 자연과 역사를 지켜주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두 번의 밤을 로포텐의 어부의 집 로부어에서 머물고 어촌의 아름다움을 가득 느끼고 나서 우리는 북쪽으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