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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프란 Dec 22. 2022

16개월 쌍둥이 자매가 귀여운 이유

고슴도치도 내 새끼는 함함하다고 하는 법이니까

아이들이 갓 17개월이 되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하루 차이로 재롱이 늘고, 표현도 늘고, 감정도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엄마인 내가 느끼기로 16개월부터 그 귀여움이 정점을 달한다고 생각해서 부지런히 기록하고 영상으로 담아두고 그랬던 것 같다. 확실히 그 전의 귀여움과는 비교하기 힘든 레벨이 업그레이드된 귀여움이라고 할까. 다른 아이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두 아이의 다름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흥미롭고 신기하고 대견하고 그랬던 것 같다.


첫째의 귀여움 모먼트를 몇 가지 정리해 보자면,


1. 16개월 차에 갓 걸음마를 떼기 시작해 곧 거칠 것 없이 다다다다 온 집안을 누비는 첫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둘째의 걸음마를 도와주려고 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 시작은 내가 “수빈아~ 유빈이 걷는 것좀 도와줘봐~”라고 해서 시작한 거였는데, 내가 둘째의 걸음마를 유도할 때 하는 모션을 똑같이 첫째가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동생을 바라보며 양손을 힘껏 뻗어 잡아주겠다고 서서 기다리고 있는 걸 보면 기특해서 감탄을 하고 있는데, 웃긴 건 둘째가 언니의 호의를 거부하며 고개를 젓고 휑하고 가버리는 게 아닌가. 그러면 첫째는 또 그냥 쌩하고 자기 갈 길을 간다.


2. 아이들은 역시 몸으로 놀아주는  제일 좋아하는  같다. 아빠와  개월 떨어져 지내는 동안 내가  간극을 메워야 하나 싶어 아이 둘을 와일드하게 놀아주기도 하고 ‘몸쇼같은  많이  편이다. 요즘 하는 몸쇼로는 첫째의 시선을 따라 눈을 맞춰주는 거다. 첫째가 걸음마를 하고 있으면  반대로 가서 고개를 거꾸로 다리 사이에 넣고 ‘까꿍해준다던가 우유를 마시며 누워 있는 아이 옆에 바짝 붙어 누워 눈을 마주쳐 주는 거다. 그런 식으로 눈을 마주쳐 주면 무장해제 꺄르르 웃음이 시작된다. 그걸 보고   꺄르르르 하게 된다. 이런  보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하는  같다.


3. 이 또한 걸음마의 연장선상인데, 아이들은 걸음마를 시작한 뒤에도 워커를 잡고 걷는다. 나는 걷게 되면 워커는 자연스레 떼게 되는 건 줄 알았다. 안 그래도 미국에서 워커 하나만 가져와서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둘이서 워커 하나를 갖고 서로 걷겠다고 싸운다. 그래서 첫째가 고안해낸 건지 아님 워커 말고도 걸음마를 지탱해줄 다른 것들이 있다는 걸 알아서인지 유아식용 낮은 하이체어로 밀고 다니고, 어른 식탁의자도 밀고 다닌다. 여기서 웃음이 나는 건 본인 의자를 밀고 다니다가 원하는 위치에 의자를 배치하고 그곳에 앉아 벨트도 요리조리 껴보고 한다는 거다. 이 모습을 보고 있자면, 강아지가 햇빛이 비치는 곳이나 퐁신한 담요가 있는 곳에 찾아가 몸을 부비대고 있는 거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귀엽다, 귀여워.


4. 밥을 먹을   맛을 한번 보고 먹는 버릇이 있다. 둘째도 마찬가지긴 한데 첫째가  입맛이 까다로운 느낌이다.   맛을 보고는 본인 취향이 아닌  싶으면 손으로 꺼내 던져버린다. 웃긴  입에서 바로 뱉지는 않고  손으로 꺼내 뭔지 확인하고 뱉는다는 점이다.  요즘 첫째는  먹다가도 유빈이가 뱉는 모습을 보면 자기도 따라 뱉는다. 으유~  따라쟁이들 같으니.


5. 요즘 방문 닫는데 꽂힌 첫째는 어디든 들어가서 틈만 보이면 문을 닫는다. 주로 본인이 자는 방이나 할머니 방에 들어가 놀다가 내가 “엄마 화장실 다녀올게~” 하고 용무를 보러 나가면, 나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문을 닫는다. 또 어떤 때는 거실에서 잘 놀다가 혼자 방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냉큼 문을 닫는다. 그러다 엄마 목소리가 안들리거나 너무 오래 혼자 있다고 느껴지는지 “엄마~~~” 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어쩐지 나는 아이가 방에 들어가 “엄마~” 하고 부르는 소리가 자꾸만 듣고 싶다. ‘아, 내가 엄마구나’, ‘아차, 내가 수빈이 유빈이 엄마지.’ 하고 재차 깨닫게 되는데, 2년 차 엄마인 나로서는 이 엄마라는 역할이 점점 맘에 드는 것 같은 느낌이다.


둘째의 귀여움 모먼트는 살짝 다르다. 둘의 성향이 다른 편이라 그런 것 같다.


1. 둘째는 사실 애교가 벌써 몸에 밴 것 같은 느낌이다. 둘이 똑같이 윙크를 시켜도 첫째는 눈만 살짝 감았다 떴다 그윽한 윙크를 하는데, 둘째는 눈을 깜빡이며 입까지 벌렸다 닫았다 본인의 귀여움을 어필하느라 바쁘다. 이제는 윙크가 애교인걸 본인도 아는지 엄마가 삐졌다 싶으면 앞에 와서 윙크를 시작해 댄다. 눈웃음에 이어 윙크까지 막내로 태어난 게 운명인지 아 아이는 벌써부터 귀여움을 뽐내는 중이다.


2. 16개월 후반부터 걸음마를 시작했던 둘째는, 우리가 걸음마를 기다린 걸 아는지 칭찬받고 있는 걸 아는 건지 워커를 잡고 방향을 돌리고 이리저리 다니는걸 ‘짜란다 짜란다’ 해주면 그 응원을 듣고부터 더욱 ‘씨-익’ 해서는 우쭐해서 걸어 다닌다. 그 모습에 나는 또 피식 웃음이 난다. 학창 시절 칭찬이 나를 춤추게 한 것처럼 만 2세 아이에게도 칭찬은 특효약인가 보다. 아이의 위풍당당 눈웃음에 나는 무장해제되고 온 집안이 활기로 들썩인다.


3. 이 애교쟁이 아이는 엄마를 닮았나 욕심도 많아서 꼭 언니가 하고 있는 걸 가서 뺏는다. 시큰둥한 장난감도 언니가 골똘히 놀고 있으면 갑자기 흥미가 나는지 그쪽으로 냉큼 가서 뺏어 잘 놀고 있는 언니를 울린다. 싸움을 중재하러 가서 첫째에게 “아이고 속상했어~ 유빈이가 놀고 있는 걸 뺐어갔어~.” 하며 첫째를 달래주면 마치 자기가 피해 입은 양 같이 울기 시작한다. 언니만 안지 말고 본인도 안아 달라는 거다. 싸움 제공의 원인이 본인한테 있는지는 새까맣게 잊은 채. 이래서 아이인가 보다 하고 나는 각자에게 똑같은 장난감을 주고 싸움현장을 빠져나온다.


4. 내가 둘째를 데리고 잘 때의 상황이다. 자기 전에 보통 아이들 책 대여섯 권을 읽어주고 또 본인이 두세 권은 대강 훑고 놀다가 자게 하는 편이다. 어렸을 땐 잠들기 관련 책 위주로 읽어 줬다면 지금은 일반 책을 보여 주면서도 “토끼가 이제 잘 시간이래~”, “이 친구는 하품을 하고 있어~” 하면서 잠을 유도하는 말만 해도 다 알아듣는다. 많이 컸다 정말. 그렇지만 그만큼 꾀도 늘어서 엄마랑 같이 자면 졸려도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자려는 성향이 강하다. 불을 다 끄고 나란히 누워서 ‘제발 자라 자라’ 하는 마음으로 둘째의 배를 톡톡 토닥이면 (엄마랑 놀고 싶은 마음에) 장난으로 엄마 배를 똑같이 톡톡 토닥인다. 그러면 빨리 재우려다가도 내가 웃음이 빵 터져서 또 놀이모드가 된다. 결국 차분한 모드는 달아나고 서로 토닥토닥, 톡톡톡을 하며 또 몇 분을 놀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따라쟁이다. 엄마가 하는 걸 보고 뭐든 곧잘 따라 한다. 이래서 부모가 거울이 된다고 하나보다. 좀 무섭다.


5. 첫째도 둘째도 요즘 뭐든 스스로 하겠다고 아우성이다. 밥 먹는 것도 그렇고 옷 입는 것도 그렇다. 신발도 양말도 혼자서 곧잘 신는다. (니삭스는 반만 걸치고 신발은 반대로 신는 게 예사긴 하지만) 가끔 기저귀를 입혀 주면 바지는 곧 죽어도 혼자 입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내버려 두는 편이다. 기저귀 채우고 바지까지 입히는 게 정말 힘들다. 그래 바지는 직접 입어라 하고 주는 데 둘째는 제법이다. 양쪽 다리에 맞춰서 무릎 위까지 양쪽을 거의 끼워 넣기도 한다. 근데 거기까지 하고 내가 입혀줄라고 하면 기껏 스스로 힘들게 입은 바지를 뒤집어 벗어던진다. 아휴. 나는 결국 귀여워서 넘어가지, 하며 바지 입히는 걸 포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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