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엄마의 시선으로 담은 너희들만의 세계
그렇다.
이 개월수가 되면 1818 한다던 그 18개월이다. 19개월 차를 지나고 있는 지금 시기에 돌아보면 그 시기가 딱히 더 힘들었다고 생각되진 않는 것 같다. 쌍둥이 육아는 한 번도 힘들지 않았던 적이 없었기 때문일까. 유난히 힘들었다기보다 아이들이 이 시기에 좀 아파서 힘들었던 기억이다. 18개월이 되도록 일주일 넘게 아픈 적이 없었던 둥이가 이번엔 꽤 오래 아팠다. 장염 바이러스가 옮았고, 이 때문에 면역력이 약해져 감기를 꽤 오래 앓았다. 친정엄마까지 아이들에게 장염 바이러스가 옮으셔서 더 힘들고 죄송했다. 나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감기몸살이 왔다. 이래서 체력 자랑은 하면 안 되는가 보다. 결국 무너졌다 나도.
엄마는 아이들이 아프고 나면 뭐 하나 재롱이 늘어난다고 하셨다. 그 말을 참 여러 번 들었는데, 진짜 애들이 아프니 재롱하나 안 늘어도 충분히 귀여우니 빨리 낫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힘들었던 것 같다. 둘째가 먼저 장염 증상을 보였고, 다음날 바로 첫째도 시작됐다. 밤에 자던 중에 토하고 또 토하고를 반복하는데 미칠 노릇이었다. 다음날 이불빨래하느라 친정 엄마가 정말 고생이셨다. 그렇게 다 빨아놨는데 그 이불에 첫째도 또 토를 시작했으니.. 내가 내 친정엄마라도 우리를 빨리 미국으로 보냈으면 하는 심정이셨을 것 같다.
토하는 증상이 멈춘 뒤로도 하루이틀 우유와 유제품을 먹으면 안 되는데 아직 자기 전에 우유를 마시는 애들한텐 그게 참 힘들었던 것 같다. 참 많이도 울고 보챘고, 새벽에 깨서도 많이 울었다. 나도 울고 친정엄마도 마음속으로 우셨을 것 같다. 아비규환의 일주일이었다. 장염이 나아가니 우유를 먹일 수 있어 다행이었고, 감기는 하루이틀만 고열이었고 콧물 기침은 차차 나아갔다. 다행히도. 쌍둥이 우량아로 태어났기 때문일까. 확실히 첫째의 회복속도가 좀 더 빨랐다. 의사 선생님께서도 확실히 태어날 때의 체중을 무시할 순 없다고 하셨다.
아프고 난 만큼 큰다는 친정 엄마의 말은 사실이었다. 장염, 감기로 홍역을 치르고 난 두 아이는 확실히 좀 더 잘 먹었다. 개월수에 비해 텍스처가 큰 음식물을 잘 먹는 편이 아니었던 둘은 카레에 작은 야채를 먹거나 미역국의 미역을 잘도 먹었고, 파르펠레로 만든 리본파스타 속의 다진 소고기와 양파도 잘 먹게 되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한편 너무 뿌듯했다. 아이들의 성장이 눈에 보여서였을까. 잘 먹는 아이들을 보는 기쁨을 오랜만에 느껴서였을까. 무엇보다 더 이상 크게 아프지 않아 좋았다.
아픈 만큼 아이들은 정말 또 훌쩍 커 있었다.
안 하던 재롱을 더 하기 시작했다. 첫째가 갑자기 앞으로 잘 걷다가 ‘씨익~’ 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며 뒤로 걷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그 모습이 웃기고 귀여워 “어라? 우리 수빈이 뒤로 가네?” 하면, 또 신나서 방향을 바꿔 백스텝을 한다. 조심성이 많은 첫째는 용의주도하게 미리 뒤에 뭐가 있는지를 보고 계산하고 그 발자국 수만큼 뒤로 간다.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하다.
첫째와 둘째 모두 낮은 유아체어에 앉기를 즐긴다. 그보다 벨트를 꼈다 뺐다 하는 걸 유난히 즐긴다. 끼는 건 잘하는데 아직 손에 힘이 없어 빼는 건 못한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왼쪽 오른쪽 벨트를 껴고 빼달라고 소리 지르면 바로 빼준다. 그러다가 한 번은 왼쪽, 오른쪽을 아주 빠른 속도로 끼더니 스스로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웃겨 죽겠다. 같이 물개박수를 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이들이 일주일 넘게 아팠고 나도 오랜만에 감기몸살이 일주일 넘게 붙어있었다. 여전히 기침 중인 엄마가 ‘콜록콜록’하면 아이들은 따라서 ‘콜록콜록’ 해댄다. 엄마 기침소리를 따라 하는 아이들이 우습다. 그보다 더 귀엽다.
이 시기쯤 되면 쌍둥이만의 케미가 보여서 더 재밌는데, 특히 혼자 있다가 다른 한 명이 올 때 좋아라 하는 게 서로의 존재를 확실히 알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낮잠 시간이 다를 때가 종종 있는데, 먼저 일어나 혼자 놀고 있던 둘째는 첫째가 깨서 우는 소리가 나면 씨익 웃으며 방으로 들어간다. 언니는 자다 깨서 울고 있는데 얘는 같이 놀 사람이 생겼다고 좋다고 웃으며 달려가는 거다. 깨있을 때 싸우지나 말지, 하는 게 엄마 생각이다.
이것 말고도 서로를 생각하고 서로의 존재로 반응하는 게 더 많아진 것 같다. 한 명이 집안을 돌아다니다 살짝 넘어지거나 부딪혀서 울음이 터지면 다른 한 명도 다가온다. 내가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면 다른 한 명은 바닥이든 의자든 가서 ‘맴매’, ‘때찌’ 하는 시늉을 하고 있다. 자기 언니(나 동생)를 울게 해 자기가 혼내주겠다는 거다. 의리녀다 둘 다. 엄마인 내가 그렇게 키운 것 같아 뿌듯해진다.
이뿐만 아니다. 다른 한 명이 응아를 해서 엄마가 화장실에서 물로 엉덩이를 닦이고 있으면 다른 한 명이 새 기저귀를 들고 대기한다. 요즘 새로운 재롱이다. 눈치 빠른 아이들이다. 꼭 응아 한 게 아니어도 엄마가 기저귀를 갈고 있으면 꼭 서로의 기저귀를 챙겨 갖다준다. 엄마는 매번 그 귀여움에 치이는 중이다.
둘 다 쪽쪽이 도사들이다. 19개월 차인 아직도 잘 때는 공갈 젖꼭지를 물고 잔다. 일부러는 아니지만, 강력하게 뺏으려고는 하지 않는 편인데 마치 아이들 애착 인형같이 느껴져서다. 치아에는 안 좋다고들 하나 억지로 떼어내는 게 더 안 좋은 거 같아 아직 물게 한다. 둥이들은 쪽쪽이를 장난감처럼 거꾸로 옆으로 꼈다 뺐다 하며 놀기도 하고, 잠들기 전에 놀면서 두 개를 한꺼번에 끼고 엄마더러 보라고 ‘어’, ‘어’ 한다. 쪽쪽이를 물고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 걸 재밌어하는 것 같다. 곧 끊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한다.
24개월까진 뇌 발달에 지장을 주니 안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영유아기의 휴대폰 사용 말이다. 돌 전까지는 철저히 지켰으나 한국 오고 무너진 편이다. 외출이 잦아지기도 했고, 하루 한 끼 정도는 사수하고 싶어서 아이들 유튜브 키즈를 보여주고 있다. 근데 웃긴 건 애들이 보다가 유튜브 키즈 앱에서 나오고 이것저것 눌러보다 할 게 없어지면 휴대폰을 귀에 갖다 대고 ‘어’, ‘어’ 하며 전화받는 척을 한다는 거다. 엄마는 또 바로 “어~ 우리 수빈이 누구한테 전화 왔어~?” 하고 물어봐준다. 아이들은 정말 따라쟁이다. 언제 전화받는 걸 봤을까. 여러 번 봤겠지 뭐.
요즘 우리 아이들은 퍽 멋을 부리기 시작했다. 벌써? 그렇다. 아침에 일어나면 둘째는 벙거지 모자를 머리에 살포시 얹고 미니마우스 크로스백을 앞으로 매고 돌아다닌다. 또 외출 전이나 샤워 후 바르는 로션을 직접 바르고 싶어 한다. 샤워 후에 특히 난린데, 물기를 닦기도 전에 로션부터 바르겠다고 떼를 쓴다. 얼굴에 바르고 또 바르고를 반복하고 본인 배나 다리에도 열심히 바르다가 질리면 엄마 발꿈치에도 발라주고 할머니 다리에도 발라준다. 좀 더 적극적으로 거실 소파로 나가 할아버지 손등에도 발라드린다. 올겨울 보습은 우리 둥이가 책임지려나 보다. 이 귀여운 둘을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