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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프란 Mar 17. 2023

생후 600일 차 쌍둥이 자매의 하루

한국에 온 지 벌써 7개월 차가 되었다

봄학기 문화센터 수업의 2회 차 날이었다.


지난주 첫회 문화센터 수업은 엄마의 걱정보다 선방했기에 오늘은 걱정보다는 기대가 살짝 컸다. 낮잠시간과 맞물려 있는 2:40-3:20이라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발 빠른 위례신도시 맘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남은 수업이 트니트니 키즈챔프였다. (한국에서 영유아 체육수업으로 유명한 것 같다.) 14개월 차에 3주 정도 가정 어린이집 다닌 것만 빼면 키즈카페 2번 간 것을 빼놓고는 수업은 처음인 둥이들이었다. 또래들이랑 어울릴 기회도 그리 많지는 않았고, 둘이 잘 노니 나도 굳이 열성적으로 찾아다닌 것 같진 않다. 그래도 한국에 있는 동안 문화센터수업 하나 정도는 듣고 가면 좋을 것 같아서 신청한 수업이었다.


첫날은 낮잠을 버티고 버티다 갔는데, 다행히 첫째는 처음 보는 선생님이 보조해 주는 앞구르기도 잘하고 유아 골프도 열심히 치고 왔었다. 둘째는 살짝 더 졸린 탓이었는지 프로그램 진행보다 살짝 더디게 따라가는 모양새였다. 중간에 더워서 짜증이 났는지 준비해 간 사과푸룬 주스를 홀짝이며 친구들 하는 대로 곧잘 따라다녔다. 수업 듣는 교실이 더웠던 탓에 친정엄마와 나는 땀이 금방 땀이 흥건해졌다. 뛰어다닌 아이들은 더 더웠겠지 아마. 수업이 끝나자마자 둘 다 유모차에 쓰러져 잠들었다. 처음 듣는 체육수업이기도 했고 낮잠을 못 자고 와서 더 그랬을 거다. 사진을 보니 고단해 잠이 든 모습이다. 엄마눈에 고단함은 고단함대로 또 귀엽다.


트니트니 키즈챔프 수업 1회차. 열심히 골프치고 딥슬립에 빠진 쌍둥이자매 :)


수업은 20-30개월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는데, 따지고 보면 지난주까지 아이들은 19개월 차였다. 반 아이들을 보니 25개월 차인 아이도 있었고, 28개월 차인 아이도 있었다. 반에서 아마 젤 막내였는데 신체적으로는 키도 몸무게도 둘 다 작아 보이진 않았다. 어쨌든 오늘은 600일 차 이기도 했고, 우리도 어엿하게 20개월 차가 돼서 듣는 수업이었다. 평소보다 살짝 일찍 일어난 탓에 낮잠 시간을 맞추려고 내가 먼저 둘을 데리고 스타필드에 가기로 했다. 12:50분경에 나왔는데, 다행히 둘째가 나오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집에서 스타필드까지 걸어서 15분 정도 거린데, 둘째는 가는 길에 잠들고 첫째는 스타필드 4층에 도착하자마자 잠들어 버렸다. 수업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서 애둘을 데리고 두 번째로 혼밥을 하게 되었다.


등심까스 정식을 거의 다 먹을 즈음 유모차의 둘째가 뒤척이며 눈을 떴다. 한두 번 뒤척이길래 토닥토닥해 다시 재우긴 했는데 이번엔 진짜로 깰 느낌이었다. 아차, 싶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마지막 돈까스를 참깨소스에 콕 찍어 먹으며 눈을 마주쳤다. 완전히 깼구나 이젠. 살짝 포기하는(?) 마음으로 웃으며 둘째를 맞았다. 오늘 자유시간은 40분으로 끝이었지만 옆의 첫째라도 오래 자길 바라는 마음으로 ‘上까스’를 나왔다. 옆의 폴바셋으로 자리를 옮겨 광고하는 제주 말차 아이스크림 컵을 하나 시켰다. 아직 카페인 있는 음료는 당연히 안 되지만 집에서 친정 엄마와 말차 아인슈페너를 만들어 마시며 한두 번 아이들을 준 적이 있었기에 내가 후식으로 먹고 싶은 말차를 골랐다. 내 식성을 닮았는지 빵, 케익, 아이스크림을 더 좋아하는 둘째는 다행히 징징대지 않고 아이스크림 몇 번을 받아먹으며 첫째가 안 깨게 잘 있어주었다.


옆 테이블에 7개월 된 이란성쌍둥이 남자 아기한테도 가서 ‘아예쁘다’ 아는 척도 해주고, 또 옆테이블 6세 언니 옆에 가서 예쁨도 받고 하니 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밖에서 혼자 둘을 커버하기 지쳤다 싶을 때쯤 친정 엄마가 오셨다. 아기 둘을 데리고 있을 때 밖에서 만난 친정엄마는 뭐 거의 구세주다. 현재 나 외에 가장 큰 애착 대상이기도 하기도 이제 아이들에게 “엄마 화장실 다녀올게, 할머니랑 있어~”, “엄마 우유 사 올게, 할머니랑 있어~” 하고 자리를 비워도 울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는 여전히 6세 언니한테 귀여움을 어필하며 잘 놀고 있었고 그 사이에 첫째도 때마침 잠에서 깼다. 첫째는 아까 잠들어서 한 시간 반 정도 낮잠을 잔 것 같다.


2층인 수업교실로 들어갔다. 지난주보다 살짝 인원이 추가된 느낌이었다. 교실도 더 북적하고 더웠다.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선생님과 고개인사 배꼽인사 등등을 하고 애들 아빠도 아직 해줘 본 적 없는 한 손으로 들고 고공비행을 해주시는 걸로 수업이 시작됐다. 잠에서 막 깬 첫째는 싫다고 해서 넘어갔다. 오늘은 전통놀이 수업이란다. 본격 수업 시작 전에 긴 매트를 깔고 전체 아이들 한 명씩 차례차례 앞 구르기를 진행했다. 지난주에 싫다고 했던 둘째가 먼저 나서서 하며 씨익 웃어 지나갔다. 첫째보다 더 낯을 가리는 둘째는 지난주에는 낯선 선생님과 하는 활동을 거의 거부했었는데, 한주 차이로 큰 변화를 보였다. 집에서 내가 여러 번 굴려 주기도 했고, 낮잠도 먼저 깨서 낯선 환경에 더 빠른 적응을 보이는 듯했다. 지난주에 해봤다고 첫째는 또 능숙하게 자기 차례를 기다려 앞구르기를 했다. 둘 다 두세 번은 한 것 같다. 뭔가 동작 하나를 끝내고 자기도 뿌듯하고 재밌었다는 표정을 하는 게 귀여웠다. 둘째는 지난주에 못했던 걸 해서 더 기특했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이런 게 엄마 마음인가 보다.


첫 번째 전통놀이 활동은 널뛰기 건너기였다. 흔들흔들 움직이는 널뛰기 판을 엄마와 손을 잡고 걷고, 그다음은 줄타기로 엮은 징검다리를 지나가는 거였다. 널뛰기가 뭔지 모르는 우리 아이들은 그저 엄마 손을 잡고 가니까 바닥이 움직이는 지 뭔지도 모르고 흔들흔들하며 걷긴 했다. 그다음 단계인 줄타기는 안 하겠다고 건너뛰더니, 다시 처음 시작인 널뛰기도 안 하겠다는 거다. 둘 다 겁이 많은 것 같다. 그렇게 다른 아이들이 열심히 체육활동 하는 동안 둘은 할까 말까를 반복하다가 한번 더 도전을 했다. 그 도전회차에 장난스러운 트니트니 선생님이 널뛰기 판을 흔들거렸더니 둘 다 겁을 먹으며 줄행랑을 쳤다. 놀란 아이들을 한 번씩 꼭 껴안아줬다.


다음은 과녁에 자석화살 맞히기였다. 큰 과녁 두 개에 수십 개의 빨강 노랑 파랑 자석화살이 주어졌다. 이 활동도 첫째가 좀 더 적극적으로 해줬다. 이때 둘째는 엄마 휴대폰을 보고 달라고 썽을 내고 달래느라 우유를 줘서 혼자 우유를 먹고 앉아있었다. 오늘의 첫 번째 위기였다. 다들 잘 노는데 우리 애만 징징거리고 있는 모습이 멋쩍기도 했고, 우는 애를 얼른 달래 다음 활동에 참여시키고 싶었다. 다행히 어찌어찌 달래서 활동에 참여시키고 나는 진땀을 뺐다.


1.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내집인양 양말벗고 돌아다니는 둘째, 2. 한바탕 울어서 진을 빼고 우유들이키는 둘째, 3. 낮잠에서 덜 깨 살짝 벙쪄있는 첫째



친정엄마가 계시긴 했지만 첫째와 둘째 사진과 영상을 찍느라 여기저기 바쁘게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우는 둘째 달래랴 첫째가 곧잘 적응해 활동하는 모습 담으랴 얼굴이 벌게져 있었다. 둘째는 이미 끝나버린 화살 맞히기를 한다고 자석화살을 줍고 다니는데 그 모습도 웃겨 죽겠고, 할머니 따라 굴렁쇠를 굴리며 부직포 공을 붙이는 첫째도 기특해 죽겠다. 대환장 파티의 시간이지만 그러면서도 늘 뭔가를 하길 좋아하는 성격의 나는 그 와중에도 수업 신청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루가 알차게 지나는 것 같은 시간을 좋아한다. 오늘이 꼭 그랬다.


유아용 굴렁쇠 놀이의 부직포 공을 정리하며 오늘 수업이 끝났다. 끝나는 줄 알았는데, 정리해 놓은 부직포 공을 다시 꺼내며 정리가 안 되는 상황을 만든 건 또 우리 아이들이었다. 웃픈 순간이었다. 마지막에 선생님과 하이파이브하며 헤어지는데 우리 아이들은 그것도 안 한다더라. 두 번째 시간이지만 아직까지 선생님과 하이파이브할 사이는 아니라는 거다. 도도한 쌍둥이 자매들이다.


1. 과녁맞추기 끝났는데 시작하고 싶은 둘째, 2. 과녁에 열심히 자석화살 붙이고 있는 첫째, 3. 굴렁쇠놀이 열심히 정리하는 쌍둥이자매


수업 끝나고 다른 카페에 가서 아이스라떼라할까 했지만, 다시 유모차에서 내려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아이들을 붙잡으러 다닐 기력이 없었다. 어느새 내가 지친  같았다. 엄마와 잠시 MUJI 모던하우스에 들러 기저기용 휴지통을 고르고, 아이들 침구류를 휘이 둘러보고는 곧장 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쌍둥이 유모차를 끄는데 부쩍 힘이 부친 것도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 오자마자 내가 뻗어버렸다. 보통 아이들이 집에서 낮잠  때도 자는 시간이 아까워 책을 보거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시간을 갖는 편인 나인데 오늘은 잠이 갈급했던  같다. 문센 수업 참여하느라 힘드셨을 엄마께 애둘을 맡기고 30분만 누워있다 나오겠다고 했다. 감사하게도 엄마는 내가 자는 반대편 끝방으로 애들을 데리고 가서 놀아주셨다. 친정엄마가 “우리 수빈이 요거트 먹을까?” 하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깊은 잠에 들어간  다. 1시간 반을 깊이 자고 깼다.   만에 낮잠이었다. 자고 일어나니 기력이  충전된  같았다. 몸이 낮잠을 원하고 있었다는 생각이다. 가끔 애들   나도 옆에서 자는 시간이 필요할  같다고 느꼈다.


다행히 엄마가 아이들 저녁도  먹여주시고 집에 있는 장난감도   번씩 하고 놀아주신  같았다. 역시  키울  친정엄마가 최고다. 오늘의 마지막 일과인 쌍둥이 목욕을 시키고 아이들이 가장 기분 좋은 시간인 잠들기  1,2시간  애교타임을 끝으로 하루가 정말 끝났다. 11 반에! 낮잠도 40분밖에  자고 그렇게 생떼를 부린 둘째의 체력이 새삼 놀라울 뿐이었다. 아마 새벽 1시에  글을 쓰고 있는  체력을 둘째가  닮은  같다. 나를 너무너무 닮은  같아 힘이 들지만 둘째의 애교만 생각하면 금방 입가에 미소가 퍼진다.  새끼는 이런 존재인가 보다.  피와 땀과  시간을 내어주고 키우고 있는  딸들. 아이들이 20개월 차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 나는 너무너무 힘들지만 이따금  시간이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감사하게 느껴진다. 친정엄마와   둘과 보내는  힘들고 고된 시간들이    정말 정말 그리워질 것만 같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는  자신조차 문득문득 오늘 하루가 손에 잡힐 듯 그립게 느껴질 것만 같다.


아마 그래서 나는 11 반에 육퇴를 하고도 내가 오늘을 온전히 기억할 수 있는 시간에 이렇게 끄적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의 엄마와 ,  딸들의 소상한 오늘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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