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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프란 Dec 22. 2020

난임병원은 처음입니다만

해외입국부터 자가격리 2주의 기다림, 그리고 첫 난임 병원 방문까지


한국 입국 후 의무적으로 2주간의 자가 격리가 시작되었다. 다행히 우리 부부는 해외에 체류 중이신 친척분의 빈집에서 격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10시간 반의 비행과 약 2시간 반에 걸친 입국 수속 끝에 무사히 가족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반가움도 잠시 서로 마스크를 끼고 손 한번 잡지 못한 채 각각 대기해 놓은 차를 타고 세종시로 출발했다. 공항을 빠져나오니 곧 굵은 빗방울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반가웠다.


2020.9.12 공항에서 인천 송도로 가는 길


입국 후 3일 이내에 가까운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했고, 우린 귀국 다음날 아침 바로 세종시 보건소로 향했다. 9월 13일 일요일 아침. 날씨는 더없이 화창했고, 잠시나마 높아진 가을 하늘을 보니 한국에 왔음이 실감 났다. 대기 인원이 없어 남편과 나는 신속하게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짧은 외출이었지만 한국에 왔다는 사실에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다음날 오전 9시경 남편과 나의 코로나 반응 검사가 나왔고, 결과는 둘 다 음성이었다. 한결 가벼운 마음이었다.


2020.9.13 입국 2일차. 세종시 보건소로 가는 길


2주간의 자가격리는 그런대로 할 만했다. 내 쪽에서는 그랬다. 평소 퇴근하고 체력을 끌어모아야 가능했던 평일 베이킹을 매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어떤 날은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게 흘렀다. 하지만 남편은 일주일이 지나고부터는 좀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저녁을 먹고 거실 창밖에 앉아 멍 때리기도 하고, 모르는 땅끄 부부의 영상을 보고 매일같이 홈트를 하기도 했다. 사실 집에만 있고 싶어서 안 나가는 것과 강제로 2주간 집 밖을 못 나간다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몇 년 만에 한국에 왔는데 꼼짝없이 2주를 버린다는 생각에 시간이 아까웠다.



격리 기간동안 만들었던 빵,과자류들. 이 많은 빵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격리 일주일차 남편. 몇달간 못자른 머리땜에 더욱 짠한 뒷모습.



9월의 맑은 날들을 아쉽게 보내버리고 나니 금세 2주가 지났다. 격리 해제 전전날, 코로나 검사를 한번 더 받으라는 연락이 왔다. 아, 이런 철저한 대한민국. 잠시 밖에 나가는 건 좋았지만 코로나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니... 할 수 없었다. 국가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거지 뭐. 부지런히 준비하고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세종시 보건소를 한번 더 다녀왔다. 결과는 음성. 이제 진짜 가족들을 만날 시간이 되었다.



2주 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드디어 엄마집 :) 1년 반만에 먹는 엄마밥


주말에 양가 어른들께 인사를 마치고 드디어 월요일. 예약해 두었던 난임 병원에 도착했다. 난임 병원 선정은 크게 어렵지 않았는데, 믿을만한 친구의 소개를 받았고 마침 그 병원이 집과 가까웠던 데다 원장님 또한 믿을만한 분이라는 예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첫 진료 때 원장님을 뵙고도 그 예감은 유지되었다. 먼저, 간단하게 우리 부부를 소개하고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난임의 원인을 알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첫걸음이 헛되지 않게 당일날 바로 나는 난임 검사의 기본과도 같은 나팔관 조영술을 받았고, 남편도 정자 테스트를 마쳤다. 검사 전 평소 생리통이 심하지 않은 사람은 통증을 느낄 수도 있을 거라 하셨는데, 다행히 나는 큰 통증 없이 검사를 받았다. 남편은 처음 접한 정자 테스트에 대한 신기함과 어리둥절함을 전했다. 나도 전혀 몰랐다. 난임 병원 정자 테스트실에 야동 영상이 준비되어 있을 거라는 걸.


그렇게 우리 둘은 다소 얼떨떨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첫 병원 진료를 마쳤다. 난임 병원은커녕 산부인과 진료가 언제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 나로서는 뭔가 시작이 반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도했다. 더불어 앞으로 한국 일정에서 우선순위는 난임 병원 진료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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