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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프란 Feb 17. 2021

진작 올 걸 그랬어

아무도 내 탓을 하지 않았다

난임의 10%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라 들은 것 같았다.


적어도 왜 임신이 안됐는지 원인은 알았기에 후련한 마음 같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뒤따라오는 자책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남편도 양가 가족 중 누구도 내가 원인이 되어 그동안 임신이 안됐냐느니 하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저 다들 내가 몸을 잘 추스리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나 또한 그랬다. 자꾸 곱씹어봤자 한번 수술을 더 받아야 할 만큼의 용종이 내 몸엔 있었고, 의사가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하는 용종의 생성이 오로지 내 스트레스에서 왔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그럼에도 3년간의 부지런한 미국 생활과 결혼 후 큰 병원에서의 건강검진을 캔슬하고 급하게 미국에 간 게 후회됐다.


사실은 쉽지만은 않았던 3년간의 미국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결혼 후 스스로 원했던 미국행이지만, 나 역시 모르는 땅에서 발붙이고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부분이 있었다. 여행처럼, 이라는 생각으로 떠났지만 그곳에서의 새로움은 또 현실이 되었고 주어진 기회를 잡으며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매 순간 낯섦에 부딪히며 살았다. 이방인이라는 시선, 치안에 대한 불안, 새로운 환경에서의 첫 발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좌충우돌 미국 생활 3년을 보냈고 직장에서 3년을 버텼다. 그렇게 바쁘게 살면서 자연스러운 임신을 바라는 건 사실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치과 몇 번, 간단한 정기검진 한번 받은 게 고작이었다.


이번 한국행은 코로나 19로 인한 팬더믹 상황이 가장 큰 원인이 되었지만, 마음 한 켠 깊은 곳에서는 난임의 원인을 알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다. 다행히 남편도 양가 어른들도 자가격리 후 일정을 온전히 난임 병원에 할애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다들 한 마음이었을 거라 짐작한다. 1차 용종 제거술을 받은 지 9일 만에 2차 용종 제거술 예약이 잡혔다. 또 한 번 자가 격리하는 마음으로 친정집에서 안정을 취하고 무리하지 않는 생활을 유지했다. 한국 온 지 한 달 만에 수면마취만 두 번을 하게 된 셈이었다. 수술은 두 번째라서 인지 긴장감이 좀 완화되었고, 대기 시간도 단축되었다. 마찬가지로 마취가 깰 때까지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다 귀가했다.


끝났다, 는 생각보다 이제 시작,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 뒤 수술 경과를 체크하고 다음 달(11월) 첫 생리가 시작되는 날 시술을 시작하기로 했다. 인공 수정과 시험관 시술 IVF(in vitro fertilization)이라는 선택지 중 바로 시험관 시술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고민의 여지는 별로 없었다. 조금이라도 높은 확률인 시술을 통해 빠른 임신이 되기를 나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시간이 빨리 혹은 천천히 지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시험관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도 못하면서 시술 후 빨리 임신을 하고 싶다는 기대감과 오랜만에 한국에서의 시간들이 너무 빠르게 흐르지 않았으면 하는 양가적인 마음. 어느덧 10월은 걷잡을 수 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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