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깡,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
인사불성이 되도록 마시고, 비틀비틀 집에 도착하고, 다음날 두통과 함께 마땅한 해장음식을 찾는 것. 한 숟갈 (혹은 한 입) 뜨고나서 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다며 속을 살살 달래는 것. 내가 한국에서 나고 자라며 기대한 어른의 모습 중 하나였다. 술을 잘 못마시고 즐기지 못하면 놀 줄 모르고 재미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는 풍조에서 우습지만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20살 이후 약 7년간 나를 지켜본 결과, 나는 그렇게 응당 한국의 대학생, 직장인으로서 술을 즐길정도의 깜냥이 안되는 사람이었다. 술자리는 좋아하지만 주량은 쉽사리 늘지 않고 무엇보다 쉽게 게워내는 (^^) 체질이어서 어딜가든 조심해야했다. 지독하게 속이 아플 땐 힘이 없어 엉엉 울지도 못한 채 미련한 과거의 나를 탓하고만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내게 맞는 해장푸드를 찾기 위해 노력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남일같지 않은 술냄새나는 이 책을 한숨에 다 읽었다. 더불어 해장과는 별개로 작가의 추억이 담긴 이야기나, 음식에 관련한 소소한 취향도 엿볼 수 있어서 나에게는 더없이 흥미로운 주제였다. 저자만큼 술꾼은 아니지만 상황과 기분에 맞게 음식을 골라먹는 것 만큼은 누구보다 좋아한다. 당분간 시간이 많아졌으니 해장음식을 맛있게 먹기 위해 전략적으로 술을 좀 마시러 다녀줘야겠다. 해장음식 가이드는 이 책으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