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기록의 쓸모
몇년 전 아빠가 요즘 젊은 사람들(ㅋㅋ)은 회사에 기대하는 바가 무엇이냐고 물어본 적 있다. 그 때 아마 나는 취준생이거나..취준준생이거나 했던 것 같은데, 회사가 얼마나 대단한 이력을 갖고 있는지는 사실 별 관심이 없고, 내가 이 회사 안에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에 더 매력을 느낄 것이라 대답한 적 있다. 몇년이 지나고 3년차 직장인이 된 지금, 여전히 사이드프로젝트로 개인의 역량을 회사 밖에서 맘껏 펼칠 수 있는 회사는 '좋은 회사' 의 기준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런의미에서 우아한 형제들/배달의 민족은 명실상부 '좋은 회사'이다. 장인성 대표를 시작으로 많은 사람들이 마케터로서의 자신의 역량을 회사 밖에서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부럽다.
<기록의 쓸모> 는 <마케터의 일>, <아무튼 문구>를 거쳐 세 번째로 읽은 배민 發 저자의 책이다. 물론 퇴사 이후에 출간한 책이지만..배민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책을 읽어보게 해준 것 맞으니까 이렇게 소개해보기로 한다. 장인성 대표의 추천사처럼 일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성장인데, 이승희 작가의 성장 동력은 기록이다. 작은 것도 지나치지 않고 기록으로 남겨두고, 다시 참고할 수 있게 DB화 하면서 기록의 정보화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실제로 저자의 인스타그램 (@ins.note) 는 평소에 저자가 발견한 다양한 영감을 주는 무언가들과 그에 대한 감상으로 가득 차있다. 기록과 영감이라하면 뭔가 대단한 것이어야 할 것 같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특별한 매개체가 아닌 꾸준히 발굴하는 습관일 것이다. 평범함 속에서 남들과 다른 '엣지'를 찾는 것이 마케팅 아니던가요.라고 쪼렙 사원이 말했다. 하하하
정보의 홍수를 넘어선 TMI의 시대에서 나에게 귀감을 주는 것들을 잘 다듬어 보관하는 정보의 자산화. 마케터에게 꼭 필요한 업무역량이자 내 삶을 한결 더 풍성하게 해주는 작업이다. 돌이켜보니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비해 내가 느낀 저열한 감정들까지 솔직하게 적을 수 있었던 블로그가 그동안 내 영감노트였던 것 같다. 이제 감정쓰레기통 말고 영감 블로그라고 불러줘야지~
마케터 이승희의 기록의 역사를 좇을 수 있었던 책이지만, 날 것을 엮은 듯한 책의 구성이 조금 아쉽기도 했다. 특히 2장의 어디어디서 얻은 영감은 기존의 다른 채널에 작성한 내용을 꿰어놓은 것 같아서, 그동안 저자의 채널을 열심히 탐독했던 사람이라면 조금 싱거울 수 있는 느낌.
이런 저런 아쉬움이 남는 책이지만 저자의 에필로그는 인상 깊다. 진정한 기록의 쓸모란 그동안 우리가 모르고 지냈던 '나의 쓸 모'를 찾는 과정일 것이라고. 내가 영감을 받게 한 오브제들을 모으다 보면 나의 관심사를 알게 되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알게되고, 그러다 보면 나의 쓸모도 찾게 되는 것 아닐까? (서프라이즈 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