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좋아 보여요.

횡단보도 ㅣ 아이의 시선

by 윤희오 hio


아이들이 자라는 만큼 나도 나이를 먹었다.


거울 속 내 얼굴에 주름이 패이는 동안,

나는 어느새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긴 채,

오늘도 내일도 무탈한 하루를 기대했다.


한 바탕 쏟아진 봄비에 꽃잎이 바닥을 채워놓은 저녁,

나는 준이와 나란히 횡단보도 앞에 섰다.


차들이 신호를 기다리며 우리 앞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아스팔트를 훑고 지나가며

순간순간 우리의 그림자를 길게 늘였다가 지웠다.


신호등은 아직 빨간색이었다.

준이는 가방끈을 한 번 추켜올리고 건너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한 중년 부부가 손을 잡고 서 있었다.


초록불이 켜지려는 찰나,

옆에 서 있던 준이가 조용히 턱짓하며 낮게 읊조렸다.


“엄마, 저기… 엄마 나이와 비슷하신 거죠? 너무 좋아 보여요.”


나는 아이의 얼굴을 바로 보지 않은 채

“응” 하고 짧게 대답하며 발을 옮겼다.


횡단보도 한가운데서 그 부부와 엇갈렸다.

그들의 맞잡은 손은 흔들림이 없었다.
건너편에 다 와서야, 나는 멈춰 섰다.

준이가 돌아보며 물었다.

“괜찮아요?”


나는 고개만 아주 작게 끄덕였다.


아이는 더 묻지 않고 다시 걸었다.

헤드라이트가 바닥을 훑고 지나갈 때마다

아들의 단단해진 턱선이 보였다.


어느새 낯설 만큼 어른이 되어가는 아이가 너무 커 보였다.


나는 문득, 지난 스무 해 동안 우리 집 거실을 가득 채웠던 그 묵직한 무게의 공기를 떠올렸다.


손을 잡지 않는 부부.

같이 걷지 않는 시간.

말이 닿지 않는 저녁.


아이는 그 안에서 자랐다.

준이의 한마디가 가슴을 둔탁하게 울렸다.



글ㅣ 윤희오 (hio)




당신은 부모의 모습 중 기억나는 장면이 있나요?

다음 화, [제11장 : 해독 ]로 찾아뵙겠습니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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