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많아 망했던 나의 숲해설 시연기

이 날을 떠올리면 자다가도 하이킥

by 숲해설가 마리

숲해설가 실습을 마치고, 우리는 전문가 앞에서 실제 숲해설 시연을 하고, 시험도 치러야 했다.


시연까지는 세 단계의 과정이 있었다.

1단계 - 전문가와 시연계획서 그룹 첨삭
2단계 - 예비 시연 및 피드백

3단계 - 최종 시연 (평가)



많은 동기들이 유아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연을 준비했다.
동기쌤들 중 유아숲해설가가 많기도 했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은 수요가 많았다.


서울 삼청공원 숲해설 공간


나는 이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생각했던 '삶이 힘든 성인'을 대상으로 했다.

<직장인 번아웃 예방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마음 돌봄 숲해설>
프로그램 이름은 <마음의 숲>으로 지었다.

나무를 많이 설명하기보다 나무 몇 종을 천천히 살피며

‘지금의 나’와 빗대어 생각해 보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시연계획서를 검토하던 날, 전문가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도 이 프로그램 참여하고 싶네요.”
가슴이 벅차고 기뻤다.

좋아, 좋아. 이대로 가는 거야!



그대로 가면 좋았을 텐데...



예비 시연 3일 앞두고 갑자기 불안이 밀려왔다.
‘나름 숲해설인데, 내용이 너무 부실한 거 아냐?
나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


그 마음에 불안이 커져서, 결국 나는 나무 공부에 매진했다.

예를 들어 소나무는 6·25 이후에 얼마나 중요했는지, 거북선에도 쓰인 이야기, 재선충 피해, 문학 속의 소나무 이야기...

공부하면서 나름 재밌었다. 가까이서 보던 소나무 하나로도 이렇게 배울 게 많고 이야깃거리가 많다.





사람들도 재밌어하겠지 하며 두근대는 마음으로 시연장에 갔다.

예비 시연 15분 중 소나무 이야기만 5분 넘게 쏟아냈다.


결과는?
시간이 부족해서 우당탕탕 난리도 아니었다.


끝나고 전문가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번아웃 예방, 스트레스 해소라면서요. 말이 너무 많았어요. 사람들이 느끼게 해 줘야지.”



그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러웠다.

공부를 조금 했다고, 나는 ‘설명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분명 숲을 느끼게 하고 편안하게 안내하는 사람을 꿈꾸며 이 공부를 시작했는데...


그날 시연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건,
내 긴 설명이 아니라 ‘바람이 불어오는 곳’ 오카리나 연주였다.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

3분 이상 혼자 말하지 않기

내 말로 전체 시간의 30%를 넘기지 않기

내 메시지보다, 참가자가 자연에서 깨닫는 감각이 더 훌륭함을 잊지 않기



숲은,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말하고 있었다.


숲해설은 '말'이 아닌 다른 비언어를 통해서, 숲의 언어를 통해서 할 수 있다.



지금도 이 날을 기억하면 민망한 마음이 앞서지만,

정말 중요한 경험이었다.


이후에 실전에서 이런 실수를 범했다면

직접적으로 적나라하게 평가해 줄 사람도 없었을뿐더러

참가자들의 귀한 시간과 경험을 어떻게 갚아줄 것인가.


이 쓰라린 경험을 토대로

나는 '진짜 시연'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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