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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이 Apr 03. 2023

반전매력의 소유자

ibeoba

Anapri


이 두 단어의 뜻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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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eoba [이버바] => 입어봐

Anapri [아나프리] => 안아프리


두 단어는 모두 구시가지의 오래된 가게의 간판에서 발견했습니다. 입어봐는 중고 옷가게의 이름, 안아프리는 의료보조기 상점의 이름이에요.


이름에서부터 뭐 하는 가게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데다 모르고 들으면 이국적(?)이고 알고 들으면 친근한 묘한 매력까지 있으니, 단어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듯한 작명센스가 느껴지지 않나요?


저는 이런 류의 언어유희를 참 좋아합니다.

아재 개그 취향이에요, 제가.


아재 개그 이야기가 나온 김에…


싸움을 가장 좋아하는 나라는? 칠레
미소의 반대말은? 당기소
공이 웃으면? 풋볼
소가 떠난 이유를 알려줘를 세 글자로 하면? 소외감


개그를 책으로 배웠냐고요?

이래서 인싸 될 수 있겠냐고요?

글쎄… 아무래도 힘들겠지요…

웃음 장벽이 낮은 거, 인정합니다.

그런데 이거 처음 생각한 사람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공감 좀…>.<)


저는 이런 아재개그를 접할 때면, 마치 찬물 세수한 듯 신선한 감각에 마음이 떨립니다.

저는 이것이 한글의 반전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예상하지 못한, 그러나 숨겨져 있던 단어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기쁨을 주는.

이 연사 이렇게 외칩니다. 아재 개그는 저평가되었습니다! 아재개그는 인생의 양면을 아는 사람, 단어를 고심하며 뜯어본 사람만이 구사할 수 있는 고급 유희라고요.

한글은 정말이지 언어유희에 최적화된 단어가 아닌가요? (세종대왕님, 감사합니다)


사람에게도 이런 반전 매력을 느끼면 급속도로 호감도가 올라가곤 합니다. 반전 매력은 금세 드러나는 사람도 있지만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야 알게 되는 사람도 있죠. 친한 지인에게만 보이는 모습처럼요. 그런데 인간의 매력이란 말입니다. 마치 평생을 살아도 내가 나를 다 모르는 것처럼, 무궁무진한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우리 곁엔 나만의 반전매력을 발견해 주는 사람들이 꼭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의 뇌는 우주와 놀랄 만큼 닮아있다고 하니 그 속엔 얼마나 많은 별들이 있을까요.



일러스트레이터 제이슨 폴란, 2020년 그의 부고 소식을 듣고 그려본 그림입니다. 생전에 뉴욕사람들을 모두 그려보고 싶다는 꿈을 가졌던 그에게 뉴욕 시민들은 모두 반짝거리는 별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 참고: ‘인간의 뇌, 놀라울 만큼 우주와 닮았다’ (사이언스타임즈 | 2020.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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