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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 Oct 23. 2022

<이름>을 주제로 한 영화 03. 토니 타키타니

들어가며



영글의 첫 번째 온라인 매거진의 주제 <이름>.

세 번째 선정 작품은 <토니 타키타니>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 영화는

상실감이 짙게 묻어나는 소설의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토니 타키타니>를 파헤치기에 앞서,

에디터들의 추천사와 종합평으로 서문을 열어볼까요?








'토니 타키타니' 추천사 from 틸다.



외로움을 알게 된다는 것     


  영화 <토니 타키타니>는 외로움을 다룬 영화다.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이 영화에서 풍겨 나오는 외로움이라는 냄새를 맡지 못했다. 나이가 너무 어렸던 탓일까, 아니면 아직 상처를 덜 받은 때라서 그랬을까. 몇 년이 지나고 난 뒤에 본 이 영화는 고독으로 가득 찬 영화였고, 나는 비로소 그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됐다. 아마도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며 혼자가 되었던 그 순간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외로움을 알게 된다는 것은 꽤 두렵고 힘든 일이다. 나도 그 외로움에 무뎌지는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아직까지도 완전히 무뎌지기는 쉽지 않게 느껴진다.   



   



   주인공 “토니 타키타니”도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알게 되고 그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아 하는 인물이다. 원래 그는 좀처럼 감정이라는 것을 느낄 수 없는 인물이었다. 유년 시절의 거의 대부분이 혼자였고,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는 재즈 연주가라는 핑계로 그를 한 번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토니는 점점 외로움에 익숙해져갔고, 나중에 이르러서는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며 감정을 잃어버리고 스스로의 세계에 갇히게 된다. 어쩌면 이것은 토니가 외로움이 극도로 괴로워 그 감정의 원천을 잊고자 선택한 자기 방어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그의 삶을 완전히 바꿔버린 여자, 에이코가 토니의 앞에 나타나게 되고 토니는 그녀가 자신을 구해줄 것이라 느꼈던 것일까,그는 그녀에게 첫 눈에 반해버린다. 그렇게 둘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다.      


   그때부터 토니는 조금씩 달라진다. 감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에이코가 자신의 곁을 떠나버리면 다시 전처럼 외로워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영원히 외로움 속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던 그의 삶에 아내 에이코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다. 하지만 에이코에게는 아주 큰 단점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사치”였다. 결혼 전에는 월급의 반을 명품 옷 소비에 쏟아부었을 만큼 맹목적으로 명품 구입에 집착했다. 이 집착은 결혼 이후에도 계속되었고, 신혼집의 아주 큰 드레스룸을 채우고도 부족할 만큼 옷을 사들였다. 여기서 에이코도 결국 토니와 같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뭔가를 끊임없이 채우려 하는 습관, 이는 결국 본인의 공허함을 채우고자 하는 행동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공허함이 채워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사면 살수록 텅 빈 마음의 크기는 더 커져만 갔다. 둘은 같은 외로운 영혼을 가진 자들이다. 서로의 영혼을 알아본 것이다. 15살이라는 나이 차이와 이미 오래된 애인이 있었던 에이코가 토니를 선택한 것은 그도 자신과 같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서였기 때문이다.     






   에이코의 죽음 이후 토니는 다시 혼자가 된다. 다시 외로움의 무게를 여실히 느끼게 된 그는 죽은 아내와 옷 사이즈가 똑같은 여성을 구하기 위해 신문공고를 낸다. 토니는 끝내 히사코라는 여성을 찾게 되고 그녀에게 자신의 아내의 옷을 입고 일해줄 것을 제안한다. 그래야만 아내의 빈자리를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히사코는 에이코의 수많은 명품 옷을 보고 눈물을 터뜨린다. 그녀의 눈물은 어떤 의미일까. 아마도 에이코의 끝없는 외로움을 옷에서 느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걸 느낄 수 있었던 이유도 히사코가 사랑을 받고 자란 인물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 깊은 외로움을 겪으며 살아왔을 에이코가 안타까워 흘린 눈물이었을지 모른다.   

   

   영화의 엔딩에서 토니는 완전한 혼자가 된다. 에이코의 옷과 아버지의 레코드판을 모두 헐값에 팔아버린다. 어떤 기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들을 전부 없앤다. 토니는 다시 전처럼 끝없이 외로워지기로 한다. 차라리 아무도 없던 그때가 더 편하다고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외로움을 알아버린 지금이 괴로워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그가 감정을 알아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감정을 몰랐던 그때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토니는 히사코에게 전화를 건다. 토니는 아무  하지 않고 있다가 전화를 내려놓는다. 히사코가 전화를 받았는지 끊었는지는   없다. 아마도 토니는 다시금 자신을 구해줄 누군가를 찾으려 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이는 토니가 평범하게 살아갈  있는 시작을 알리는 시작일 지도 모른다. 그리고  시작은 언젠가 다시 혼자가  것을 알아도 계속해서 누군가를 찾는 우리들의 외로운 영혼을 위로해 준다. 마냥 외로움으로 점철된 영화일  같았지만 영화의 끝에 가서는 새로운 해석의 여지를 준다.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토니 타키타니> 한번 감상해 보며 고독함을 달래 보는  어떨까.














한 눈에 보는 '토니 타키타니'

짧고 개성있는 지표로 소개하는 영화.




에디터 토디


총점: ★★✦☆☆ (2.5)

한줄평: 보고 난 뒤 먹먹해지는 기분과는 별개로 크게 와닿지는 않는 영화.

추천음악

1. Norah Jones - Tragedy : 비극을 노래하지만 다정하게 다독이거나 함께 슬퍼하는 게 아닌, 한 발짝 뒤에서 바라보는 느낌의 재즈곡. 영화와 비슷한 무드를 가졌다.



에디터 레미


총점: ★★✦☆☆ (2.5)

한줄평: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추천음악

1. 넬 - 현실의 현실: 일상의 삐걱거림을 담은 노래의 분위기가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에디터 틸다


총점: ★★★✦☆ (3.5)

한줄평: 고독함이라는 거, 쉽게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끝없이 밀려오는 벽의 무게를 지탱할 수 없을 때 우리는 비로소 고독함을 느끼고 말할 수 있다.     

추천음악

1. 푸른 자살 - 푸른 새벽



에디터 홍자


총점: ★★★☆☆ (3.0)

한줄평: 조용하게 스며드는..

추천음악

1. hold your breath still - gavin luke



에디터 땡


총점: ★★★★☆ (4.0)

한줄평: 건조하게, 묵직하게.

추천음악

1. 사카모토 류이치 – solitude: 페이지의 끝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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