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글 Nov 04. 2022

토니 타키타니 비평문2_끝없는 외로움에도 종착점은 있다


끝없는 외로움에도 종착점이 존재한다, <토니 타키타니>      

by 틸다






   살면서 문득 외로워진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 순간이 잠깐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라면 좋겠지만 외로움이 삶 전체를 주체 없이 덮어갈 때, 나는 주저 없이 이치카와 준 감독의 <토니 타키타니>를 찾게 된다. 이 영화는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렉싱턴의 유령이라는 단편 소설집 안에 수록된 <토니 타키타니>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의 문체는 시종일관 덤덤하며 고독이라는 감정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내뱉는다. 더불어 영화 <토니 타키타니 >또한 이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관객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철저히 주인공 토니를 홀로 고립시킨다.      


   토니는 아버지 쇼자부로의 외동아들로, 토니라는 서양식 성과 타키타니라는 일본식 이름이 결합된 별난 이름을 갖게 된다. 이 별난 이름은 그가 평범한 삶을 살기 힘들 것이라는 긴장감을 준다. 그 긴장감을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듯이 토니는 이 별난 이름 탓에 놀림을 받고 점점 혼자가 된다. 그의 아버지는 재즈 연주가이며,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재즈 연주를 하던 중 전쟁을 겪게 된다. 그는 포로수용소에 끌려가게 되고 다른 포로들이 무참히 죽어가는 참혹함 속에서 기적적으로 사형을 면하게 된다. 감옥에서 등을 돌린 채 가만히 누워있는 쇼자부로의 뒷모습은 고독함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는 그의 아들 토니에게도 분명한 영향을 끼칠 것을 암시하며 관객의 뇌리를 강하게 스쳐 지나간다. 토니의 어머니는 그를 낳은 후 바로 운명을 달리하고, 어린 토니에게는 아버지 쇼자부로만이 유일한 가족이 된다.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아들을 아버지로서 가까이 돌보지 않았으며 토니가 그저 부족하지 않게끔 살아가는 것에만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다한다. 영화 속 토니는 언제나 혼자였으며, 감독은 이를 별다른 기교없이 수평 트래킹 샷을 위주로 그의 고독을 표현한다. 카메라는 인물을 그저 천천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따라가며 누군가의 삶을 깊숙하게 파고 들려하지 않은 채 영화의 전반부를 설명한다.      


   이 기나긴 수평 트래킹은 에이코의 등장으로 잠시 멈추게 된다. 이는 토니의 삶도 크게 변화되기 시작하는 지점이다. 누군가와 같이 있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이 더 편하다고 생각했던 토니의 외로운 삶은 에이코를 만나고부터 다시는 외로워지고 싶지 않다는 강박으로 바뀌게 된다. 즉, 토니가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철저히 느끼게 되었고 그걸 느낀 순간부터 토니는 누군가와 같이 있으며 얻게 되는 행복을 알게 된다. 이때부터 카메라는 그들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즉, 그들의 삶을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카메라는 멈춰서 토니와 에이코의 웃는 얼굴을 면밀히 담아내기도 하고 위에서 아래로 바라보기도 하며 그들을 결합한다. 그러나 이 결합은 오래가지 못한다. 에이코는 토니에게 있어서 삶의 전부였을 만큼 소중했지만 그것만큼 큰 단점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옷을 지나치게 많이 산다는 것이다. 그것도 명품 옷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샀으며, 토니는 그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그녀의 뒤를 따라다녔고 많은 구두를 보관할 수 있는 신발장을 주문해야했고 방 하나를 드레스룸으로 개조해야했다.     


   에이코의 이런 사치는 마냥 습관에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그녀의 고독과도 연결된다. 영화에서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에이코에게는 오래 사귄 연인을 제외하면 가족 혹은 가족이라 말할 수 있는 피붙이 한 명이 나오지 않는다. 연인 또한 토니와 결혼을 하기 위해 곧바로 정리하는데, 이는 어쩌면 그녀가 토니만큼이나 철저히 외로운 삶을 살아왔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만드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토니가 에이코를 놓치고 싶지 않아 자신이 얼마나 외로운 인생을 살아왔는지 설명하던 그날, 그녀는 자신과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에 깊은 동질감을 느꼈으리라 본다. 그리고 그와 함께 살면 자신의 외로움도 서서히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타인을 통한 위로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했고, 에이코는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사치를 통해 자신의 깊은 외로움을 끊임없이 달랬다. 옷을 사면 살수록 그녀의 안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만 같았지만 그것은 그녀의 고독을 해결할 수 있는 본질적인 방법이 아니었다. 토니도 그걸 알아차렸던 것인지 에이코에게 옷을 덜 사는 것은 어떻겠냐는 제안을 한다. 에이코도 자신의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듯 옷을 더 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그 노력은 그녀의 허전한 마음을 더욱 공허하게 만들었고, 그녀를 죽음으로 내몬다.      


   토니는 에이코의 죽음 이후 그녀와 똑같은 사이즈의 여성을 찾기 시작하고 히사코를 알게 된다. 그리고 히사코에게 아내의 옷을 입고 일해줄 것을 권한다. 히사코는 죽은 아내의 옷방에서 하염없이 울기 시작하고 이때부터 카메라는 더 이상 트래킹 하지 않은 채 정지한다. 이 정지는 영화의 러닝타임 중 가장 오래 정지해있으며, 이 사건이 그의 삶을 다시 바꿔놓을지도 모른다는 예견을 하게 만든다. 그 후 토니는 히사코에게 모든 일을 비밀로 해달라며, 아내의 옷들을 모두 헐값에 처분한다. 더불어 아버지의 죽음 이후 남겨진 레코드판도 모두 싼값에 팔아넘긴다. 토니는 텅 빈 옷방에 그의 아버지처럼 눕는다. 외로움을 끝내고 다시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의 삶에 다시 고독이 찾아왔고, 그 고독을 달래기 위해 택했던 방법이 결국 아니란 걸 깨달았던 그 순간, 그 순간에 토니는 히사코를 생각한다. 그는 수화기를 들고 히사코에게 전화를 건다. 그러나 이내 전화를 내려놓고, 그는 멍하니 앉아있는다. 토니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어쩌면 혼자 있는 것보다 같이 있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걸 떠올리며 히사코를 생각하진 않았을까. 영화가 다 끝난 후에도 토니의 멍한 눈빛이 여운처럼 남는다. 그리고 그 눈빛에는 자신의 이 외로운 삶에도 끝이 존재하지는 않을까,라는 미약한 희망이 어른거리는 것만 같다. 이 영화를 접한 외로운 당신에게도 그 희망이 다가오기를 바란다.










#영화리뷰 #영화토니타키타니 #토니타키타니 #토니타키타니후기 #영화후기 #영화비평 #토니타키타니비평



                    

작가의 이전글 공간,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