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글 Dec 09. 2022

<어느 독재자> 비평문_정의를 위한 여정(上)


여정을 떠나기 전 들어야 할 이야기                    


   언젠가부터 나는, 나는 항상 혼란스러웠다. 지난해에 나는 혼자인 게 싫었으나 이번 해엔 혼자가 아닌 게 싫었다. 어떤 날 밤에는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의욕에 가슴 설레 밤잠을 설쳤음에도 자고 나면 다시 권태로워지기도 하며 또 어느 날 아침엔 한 분기의 계획을 열심히 세웠으면서 다음 날 저녁엔 그 계획을 다시 엎어버리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나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해서 내가 나에 대해 정의를 내려도 나는 항상 그에 반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그래서 어젯밤에 나에 대해 내린 일종의 정의는 오늘 밤에는 전혀 쓸모없는 것으로 바뀌어 버리고야 말았다. 그렇게 내가 누구인지 찾으려 할수록 더 알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지는 한 해를 보내고 났을 때에 이르러서야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동안 나에 대한 정의를 찾으려는 노력이 무색하게도 이 영화 속 주인공과 눈이 마주친 순간, 내가 겪은 모든 혼란에 답을 찾았다. 그래서 앞으로 나올 이야기는 한 명의 독재자가 살기 위해 길을 떠나는 여정이자 그 길 위에서 정의를 묻고자 했던 감독의 여정이며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었던 내가 나에 대한 정의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점을 밝히고 싶다.           













                        

정의를 위한 여정           

에디터 홍자.



그 첫 번째. 이름1)의 정의(定義)2)에 의해 판단3)하며       


        

  무릇 이름엔 정의가 뒤따른다. 이름이 생기면 그 이름에 맞는 정의가 만들어지고, 그 정의는 대게 그것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을 설명한다. 따라서 우리가 실제로 그 대상을 본 적이 없더라도 이름과 정의를 안다면 유추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물건이든 사상이든 체계든 그 어떤 것이든 이름이 주어지고 나서 그 이름에 걸맞는 정의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정의에 따라 실제로 본 적이 없어도 혹은 생각해본 적이 없어도 알 수 있고 또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이렇듯 모든 이름에는 정의가 존재하며 판단은 그 정의에 의해 행해진다. 사람 또한 마찬가지다. 한 명의 사람에게 이름이 생기면 그 이름에 맞는 일종의 정의가 생겨난다. 타인의 이름에 대한 정의는 우리의 생존 본능에 의해 만들어지고 명확한 것을 선호하는 성향에 의해 자라났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습관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습관대로 사는 나였기에 이 영화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여기, 어느 독재자가 있다. 그는 반역자 명단에 있는 어린 소년에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형을 선고한다. 그리고 그 무심한 선고 후에 그는 자기의 어린 손자와 놀아준다. 평범한 할아버지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여기, 어느 군인이 있다. 아이에게 노래를 시키고 피난 가는 사람들과 춤을 추는 군인이 있다. 그는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사람들의 물건을 빼앗는다. 심지어 방금 결혼한 신부를 신랑이 보는 앞에서 강간한다. 여기, 그 군인에게 닭을 빼앗긴 할머니가 있다. 그 닭은 할머니와 같이 이동하고 있던 다른 일행이 빌려준 것이었다. 그 호의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기에 그 일행에게 감사를 표했고, 그들은 그녀에게 더 큰 사례를 요구했다. 여기, 독재자의 아이와 기타를 치며 놀아주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그곳에서 마리아를 무상으로 취하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여기, 한 트럭 위에 막 수용소에서 나온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아이가 무서워할까 봐 자신의 상처를 가렸고, 독재자는 그들 중 다리를 다친 이를 위해 자신의 등을 내주었다. 그의 등에 업힌 그 남자는 독재자의 아들을 자신이 죽였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이들은 모두 독재자가 살기 위해 도망 다닌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다. 나는 한 사람씩 나올 때마다 그 사람이 선한지 악한지 판단을 하려 했으나 이어지는 그들의 행동으로 인해 그전에 내린 판단들은 번번이 전복되었다. 마치, 내가 나를 정의할 때 낮과 밤의 정의가 달라졌을 때처럼. 그렇게 나는 누가 선한 인물이며 악한 인물인지 혹은 누구의 행동에 면책권을 줄 수 있을 것인지 판단하려 했지만 결국 이렇다 할 답을 내리지 못했고, 그런 상황 속에서 영화는 벌써 후반부에 다가가고 있었다.      


1)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해 붙여 부르는 말, 사람의 성 아래 붙여 다른 사람과 구별하는 말

2) 어떤 말이나 사물의 뜻을 명백히 밝혀 규정함, 또는 그 뜻

3) 사물을 인식하여 논리나 기준 등에 따라 판정을 내림












#영화리뷰 #영화어느독재자 #어느독재자 #어느독재자후기 #영화후기 #영화비평 #조지아영화 #영화비평잡지 #영화추천

작가의 이전글 <이름>을 주제로 한 영화 05. 어느 독재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