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UNG Jun 26. 2022

신발끈과 젓가락질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이유  

나는 신발끈을 못 묶는다. 23살이나 되어선 신발끈 하나 못 묶냐고 흉봐도 딱히 할 말은 없다. 사실이니까....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무던하고 무심했다. 신발끈이 풀려서 앞길을 방해해도 잠시 스윽 신발 안으로 넣으면 그만이었고, 투덜거리며 신발끈을 묶어주는 애정 어린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게 나는 신발끈을 못 묶는 스물세 살이 된 것이다. 근데 23년 만에 처음으로 신발끈 묶는 법을 익혀야겠다고 다짐했다. 



‘신발끈을 못 묶는 스물세 살’의 타이틀이 창피해서만은 아니다. 눈물을 머금고 젓가락질을 배웠던 초등학교 1학년 무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 살면서 하기 싫은 일을 해본 첫 번째 순간이었다. 당시 나는 유아용 젓가락질은 곧잘 했지만, 성인용 젓가락을 잘 쓰지 못했다. 어린 나의 손보다 두 배는 크고 딱딱한 젓가락질은 여간 쉽지 않았다. 나보다 6살이 많은 오빠는 나를 식탁에 몇 시간씩 앉혀두곤 젓가락질 연습을 시켰다.(몇 시간이 아닐 확률이 다분하지만, 당시 초1의 체감상) 제대로 젓가락질 잡는 법부터 빈 그릇에 콩자반을 옮기는 연습까지. 집중력이 낮은 초등학생에게 가혹 행위가 아닌가?! 오빠의 권위에 짜증이 퍽퍽 나고, 너무 오랜 시간 붙잡혀 있으니 하기 싫은 억울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었다. 서러워! 내가 젓가락질 못하고 싶어서 못해? 젓가락질 못해도 밥만 잘 먹는 거 아니냐며. 사실이다. 내가 만약 젓가락질을 못하는 어른이 되었어도 밥은 잘 먹을 거다. 그날, 내가 배운 것은 젓가락질만이 아니었다. 


몇 번이고 연습한 끝에 나는 젓가락질을 잘하게 되었다. 그 뒤로 어떤 식당에 가도 어른용 젓가락으로 무엇이든지 먹을 수 있었다. 살면서 하기 싫은 일을 해본 첫 번째 순간이자, 성취의 기쁨을 맛본 첫 번째 순간이었다. 하기 싫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억울하지만 확실한 기쁨. 중요한 것은 ‘성취’다. 할 수 있다는 건, 해냈다는 건 생각보다 작으면서도 크다. 그래서 나는 23년 만에 처음으로 신발끈 묶는 법을 찾아봤다.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일만 할 줄 알고 살았다. 웬걸.. 하기 싫은 일은 끊이지 않는다. 정확히는 두려운 일들이 많아진다. 그럴 때면 눈물을 머금은 채 입을 앙다물고 젓가락질 연습을 했던 초등학교 1학년의 나를 떠올린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해내기 위해서다. 


성취의 기억은 동기가 된다. 난 성취욕구가 디폴드 값인 인간이었던 것이다. 


일단은.. 신발끈 잘 묶는 스물세 살이 되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는 겨울을 좋아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