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학습] 자기소개

by 오 영택

1. 학습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논어의 첫 번째 장인 「학이(學而)」 편에 나오는 구절로. 공자가 학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배움이 주는 기쁨을 말하는 내용이다. 이는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반복적으로 익히고 체화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기쁨이 온다는 뜻이다. 결국, 학습은 결과보다 과정에서 의미와 기쁨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 자기소개

나를 소개한다는 것은 나 자신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우리는 매 순간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지만, 정작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순간은 많지 않다. 나를 설명하는 말들은 타인을 위해 존재하는 듯하지만, 실상 그것은 내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자기소개를 넘어, 인간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탐구로 이어진다. “너 자신을 알라”고 소크라테스는 말했고,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데카르트는 말했다. 나는 진정으로 나를 알고 있을까? 자기소개란 단순한 말의 나열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고 정의하는 과정이다. 물론 정의하는 순간, 그 정의에 갇혀버릴 위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정체성은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시간과 경험 속에서 유동적으로 변하는 것에 가깝다. ‘사람’이라는 본질적인 정체성은 바뀌지 않지만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표현은 바뀌기 마련이다. 직업과 직급, 상태로 표현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일 것이다. 학생, 회사원, 사장, 엄마, 아빠, 선생님, 군인 등 다양하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정체성은 우리 존재의 일부일 뿐, 온전한 나를 대변하지는 못한다. 사람들은 흔히 “어떤 일을 하시나요?”라는 질문을 통해 상대를 파악하려 하지만, 과연 직업만으로 한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까? 단순한 역할 수행자로서가 아니라, 감정과 가치관, 경험과 신념으로 이루어진 존재를 말이다.


그렇기에 나를 소개한다는 것은 단순히 ‘무엇을 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같은 사람이더라고 삶의 국면에 따라 자신을 설명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경험과 깨달음에 따라 ‘나’의 의미가 바뀌기도 한다. 자기소개는 나의 현재 모습을 기록하는 동시에,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를 자신에게 묻는 행위다. 따라서 자기소개는 자신을 설명하는 동시에, 나 자신과 대화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흔히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가치관을 통해 ‘나’를 정의하지만, 동시에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나를 소개하는 일이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나를 스스로 발견하고 형성해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2017년 자기소개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경험이 있다. 입대를 앞두고 자신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여정이었다. 당시 운영하고 있던 독서 모임 일행들과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방청을 신청했다. 처음에는 15분짜리 강연 하나만 촬영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하루에 여러 개의 강연이 촬영되는 형태였다. 그리고 촬영 전, 방청객 중에서 사람들 앞에서 1분 30초 동안 즉석 스피치를 할 기회가 주어지고 있었다. 총 세 차례를 갔는데, 그때마다 5명 정도의 사람들이 손을 들어 의사를 표시했다. 모두에게 발표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손을 든 사람 중에 진행자가 발표자를 선정하는 시스템이었다. 손을 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레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12월 12일 입대를 앞두고 있던 터라 어떻게든 해보고 싶어졌다. 미리 신청할 수 있는지 전화로 문의했지만, 1.5분 스피치는 즉석에서 선정되는 게 원칙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다른 사람들이 했던 영상들을 보며 발표를 준비했다. 발표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인사말이었다. 다들 자신의 소속과 함께 이름을 말하고 발표를 이어가고 있었다. 대학교든 회사든 소속이 없던 터라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서울 은평구에 살고 있는 26살 오영택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고민하며, 여러 책을 읽던 중 나를 소개할 만한 표현을 찾게 됐다. 《모든 곳이 학교고, 모든 이가 스승이다》라는 책을 읽고 ‘학습’이라는 단어에 눈길이 갔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이후 책을 읽으며 공부해 왔던 모습이 ‘학습’이었음을 알게 됐다. 그래서 ‘학습하는 청년’이라는 수식어를 스스로 붙이기로 했다.


세 차례 참여해 본 덕분에 대략 몇 명이 선정되는지 알고 있었기에 사회자의 눈에 띄기 위해 앞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을 들어 발표 의사를 밝혔다. 선정되어 발표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렇게 무대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먼저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학습하는 청년, 오영택입니다.”


인사말에 이어 발표를 이어갔다. 500여명의 관중 앞에서 말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님을 절감할 수 있었다. 준비했던 것의 절반 정도밖에 발표하지 못했다. 통편집되어 방송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생생한 경험으로 남아있다. 무엇보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찾은 나만의 수식어는 여전히 유효한 가장 큰 수확이었다.


‘학습하는 청년’이라는 표현을 찾기까지의 고민한 시간이 귀중하게 다가왔다. 또한, 보내온 시간에 대한 적절한 이름을 부여해 준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이 경험 이후로 ‘학습하는 청년’이라는 정체성을 더욱 깊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단순히 발표를 위한 수식어가 아니라, 삶을 대변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이후로도 독서를 멈추지 않았고, 배우기를 계속해 왔다.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이 더욱 견고해졌고, “배워서 남 주자”라는 생각으로 모임들을 운영해가는 하나의 이유가 됐다.


결국, 자기소개란 한순간의 정의가 아니라 지속적인 탐구이자 성장의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변하고, 경험을 쌓아가며,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확장해 나간다. 그렇기에 자기소개란 단순히 현재의 나를 설명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계속해서 탐구하고, 새롭게 규정해 나가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나를 설명하는 표현들은 순간순간 달라질 수 있지만, 변화를 거듭하는 과정 자체가 나를 이루는 본질이 될 것이다. 어떤 이름을 붙이든, 어떤 수식어를 사용하든 ‘나’라는 존재를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단지 한 시점에서의 나를 표현하는 방식일 뿐이다. 그러므로 자기소개는 완결된 것이 아니라 유기적이라 할 수 있다. 시간과 경험 속에서 나의 의미는 계속해서 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기소개를 통해 자신을 찾고, 또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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