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학습] 공부에 임하는 태도

by 오 영택

# 공부에 임하는 태도

우리는 많은 시간을 정해진 일정 속에서 살아간다. 학생은 학교에서 공부하며, 직장인은 회사에서 일하며 시간을 보낸다. 분명 내가 존재하는 시간이지만 온전히 내 시간이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하루를 돌아보면, 정작 나를 위해 쓴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해야 할 일들에 쫓겨 바삐 움직이다 보면,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에 대한 고민은 희미해진다. 때론 많은 이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는 것이 삶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시간을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시간을 통해 자신을 만들어가는 존재다.


고등학교 1학년, 나는 학교를 자퇴하며 온전히 ‘내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정해진 시간표에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를 만끽했다. 그러나 잠깐의 자유에 불과했다. 시간이 많아졌다고 해서 온전히 내 것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내던져진 느낌이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의 시간이 찾아왔다. 마냥 늘어난 시간만큼이나 안일한 마음도 늘어났다. 절대적인 시간은 늘어났지만 나에게 유효한 시간은 늘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서, 고등학교를 자퇴할 때 담임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학교를 나가면 많은 어려움이 있을 거라 말씀하셨던 게 와닿았다. 홀로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욱 절감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보다 온전히 내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마음을 지키는 건 더욱 어려웠다. 한없이 해이해지는 모습과 동시에 알 수 없는 불안함이 샘솟았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게 느껴졌다.


자퇴를 결정할 당시에는 비교적 단순한 계획을 세웠다. 검정고시를 통해 남들보다 1년 빨리 학력을 인정받고, 수능을 치러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학교를 벗어나니, 공부하는 게 여간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학교 시절 게임만 줄곧 해왔던 터라 더욱 막막했다. 그러던 중, 좋지 않은 형편에 있는 돈 없는 돈 모아서 검정고시 학원에 가게 됐다. 학원에는 학교와 다르게 다양한 연령층이 섞여 있었고, 공부에 임하는 태도 역시 각양각색이었다. 그곳에는 중학교 때 옆 반이었던 친구가 있었는데, 나를 알아보고는 먼저 와서 인사를 건넸다. 학원은 학교와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반마다 담임선생님이 있고, 시간표가 있었다. 그 친구는 또래들과 함께 아침 모임 시간이 끝나면 나가 종례 시간에 돌아오곤 했다. 하지만 그곳은 학교가 아니었다. 그들이 자리를 비워도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고, 꾸짖는 사람도 없었다.


한편, 학원에서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맨 앞자리를 사수하며 수업에 집중하곤 했다. 돋보기로 글자를 보며 공부하시는 분도 계셨다. 또한, 그분들의 눈빛에서 절실함을 볼 수 있었고, 배우려는 열망이 강하게 느껴졌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이어지는 수업에도 일관된 태도로 공부에 임하셨다. 그 모습을 보면서 "공부는 필요와 간절함에서 비롯되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억지로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배우려는 의지가 있을 때 진짜 공부가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 깨달음을 통해 공부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단순히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공부해야 하는지 알게 된 것이다. 지금도 문득 이 순간이 떠오른다. 이전에는 공부해야 하는 것으로 치부했다면, “왜 공부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통해 공부의 동기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공부를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다.


이처럼 공부에서 중요한 것은 공부에 임하는 태도이다. 태도에는 마음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어떤 마음으로 공부하고 있는지는 구구절절 얘기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태도와 눈빛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공부는 주체적으로 해야 한다. 진정한 공부는 외부의 강요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개인의 필요와 간절함에서 비롯된다. 학원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태도는 이를 잘 보여준다. 그분들은 시험을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배우기 위해 공부했다. 그분들의 학습 태도는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진정한 마음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을까. 공부할 수 없었던 한(恨), 더 나은 자신만의 모습을 향한 열망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반영된 자신만의 이유 말이다.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아니라 ‘한다’는 주체성만큼 강한 동력이 어디 있을까? 공부는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고 많은 자격증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 역시 공부에 해당한다. 공부를 하나의 ‘해야 할 의무’로 바라보는가, 아니면 ‘삶을 가꾸는 도구’로 인식하는가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진다. 주체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공부는 더 이상 버거운 짐이 아니다. 그것은 삶을 탐구하고, 세상을 이해하며, 나 자신을 빗어가는 하나의 과정이 된다. 동시에 훌륭한 자신만의 무기가 될 것이다. 이미 태도가 갖춰져 있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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