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들어가는 말

by 오 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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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어느덧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한지, 10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독서가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았지만, 처음에는 막막하고 확신이 없었습니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몰랐고, '책을 읽으면 좋다'는 메세지를 듣는 입장이었습니다. 책 읽을 시간에, 실질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게임을 하는 게 더 재밌고 낫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독서의 필요성과 효과를 강조하는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독서 모임과 스터디 모임을 통틀어 10년 가량 운영해오면서 여러 질문들을 받는데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라는 질문이 대표적입니다. 방법에 대한 질문처럼 보이지만, 이를 시작으로 대화해보면, 여러 의미가 함축되어 있음을 발견하곤 합니다. 습관 형성에 대한 노하우부터 시작해 마음가짐, 자신에 대한 불신, 효과에 대한 불확실함, 실패한 경험, 독서를 통해 변하고 싶은 마음까지 다양하게 얽혀 있습니다. 그때마다 경험과 지식들에 근거해서 답변해왔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각각에 대한 내용들은 누구나 찾아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유튜브에 얼마나 많은 영상들이 있는데 말이죠. 그럼에도, 모임에서 직접 질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쩌면 찾아보기 귀찮아서 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질문에 대해 대화를 하다보면 여러 키워드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단지 “귀찮아서”라서 결론 지을 수 없었습니다. 또한, 이 질문에 대하여 찾아보는 수고를 했는지 여부는 제가 알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혹은 확신이 없기 때문에, 계속 질문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미 여러 유튜브나 지식을 접했지만, 같은 답변을 하는지, 혹은 확인받고 싶은 마음에서 말이죠.


매번 여러 질문을 받을 때마다, 대화형식으로 질문을 던지면서 답변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말은 흩어지고 기억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흩어지는 말대신 글로 옮겨야 겠다는 마음에서 이 책을 쓰고 있습니다.


경험으로 아는 사람과 들음으로 아는 것에는 큰 격차가 존재합니다. 경험은 언제든 다양한 질문과 연결을 통해 전개하며 전달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투자하고 애씀으로써 얻은 '지식지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듣거나 배우는 입장에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여러 번 영상을 통해 접했기에 아는 것 같지만, 이는 '느낌'에 불과할 때가 많습니다. 지식은 몸소 실험해봄으로써 자신의 것으로 만들 때 효과가 있습니다. 머리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머리가 괴로워져야 합니다. 그래서 직접 가르쳐보거나 글을 쓰는 형태로 자신이 아는 것을 출력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여러 지식들이 필요합니다. 참 아이러니한 말입니다. 그냥 읽기만 해도 되지만, 좀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독서를 위해서는 갖춰야 할 지식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지식들을 얻기 위해 또 책을 읽어야 하는 모순을 경험해야 합니다.


이 책에서는 독서를 위한 개념과 지식들을 소개하지만, 전문서적처럼 자세하게 다루지 않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습관 형성'이라는 키워드만 하더라도 이미 수많은 책들이 존재할만큼 방대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독서와 글쓰기'가 핵심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미리 말씀드릴게 있습니다. 독서와 글쓰기에 대해 쓰고 있지만, 이 책은 독서 만능주의를 주장하지 않습니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 인생이 변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독서의 무용론을 말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독서를 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존재하니까요. 인생 키워드나 문장, 다채로운 표현, 아이디어 등을 통해서 말이죠. 또한, 다양한 질문과 사례들을 접하는 것은, 생각의 재료가 되고 폭을 넓혀주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감과 자존감의 재료들을 얻기도 합니다. 마음을 지지해주거나 일으켜 세워주는 문장들을 접할 때 느낄 수 있는 감정과 모습입니다.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말들과 독려의 언어들이 마음에 켜켜이 쌓이기에 나타나는 반응입니다.


처음 독서를 시작했던 마음은 간절함과 막막함이 주된 감정이었습니다. "변하고 싶다"는 마음과 "어떻게 하면 될까?", "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들이 마음에 혼재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변하고 싶다"라고 바랐지만, 빛바랜 마음의 표현이었습니다. 질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심'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자신에 대한 표출이었던 것이죠. 이런 회의섞인 생각의 흐름이 습관으로 자리잡으니 걱정만 하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로 인해, 불안의 늪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말이죠. 변화를 원하는 동시에 두려워하는 모순된 마음으로 인해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듯 했습니다. 매일을 살아갔지만 하루들이 쌓이지 않은 채 흩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변하고 싶다"는 열망은 "변해야 하는데..." 라는 초조함으로 변해갔습니다. "변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은 변할 수 없는 이유들을 찾아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이후, 홀로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나타난 현상이었습니다. 중학생때까지는 이런 걱정이 없었는데 말이죠. 학교를 마치면 PC방으로 달려가 친구들과 게임하고, 시험을 앞두고는 벼락치기하며 걱정 없이 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일상의 순간들이 학교를 떠나니 다르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만의 일상을 살아갔으면 됐는데, 낯설었던 탓에 이상하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또래 친구들과 다른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틀린 것처럼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가까운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요즘에도 지인들과 교실에서 수업듣는 장면이 꿈에 나올 정도로 말이죠. 아무래도 마음 깊은 곳에 응어리로 남아있는 듯합니다.


이런 아쉬움과 함께 "학교를 다니지 않으면, 나만의 시간이 늘어나서 좋겠다"는 생각이 철저하게 틀렸음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절대적인 시간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을 위한 시간은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은 흘러가고 있는데, 내 시계는 멈춘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못난 생각들의 연속이었고, 모난 생각들의 행진이 이어진 탓이었습니다. 아무렇지 않았던 시간들을 후회하며 탓했습니다. "중학생때 게임을 많이 해서 그래", "집안이 화목하지 않아서 그래", "내가 공부를 잘 하지 못해서 그래", "돈이 없어서 그래" 등의 말들로 지난 시간과 기억들을 되짚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지나친 생각임을 알지만, 당시에는 하나하나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은 자신에 대한 이유들을 갖다 붙였습니다. 어쩌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다'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함이었던 것이지요. 정확한 사실관계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탓할 대상이 필요했으니까요.


애써 찾은 이유들은 마음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과거의 선택들, 환경들, 부족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스스로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과거에 갇혀 살았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돌아보며, 바꿀 수 없는 선택을 후회하느라 현재를 살아내지 못한 것이죠. 또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컸습니다. "이렇게 살다가 나중에는 어떻게 되는거지?"라는 성격의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학력도 짧고, 뚜렷한 목표도 없는 상태에서 앞날은 안개 안개 속처럼 불분명했습니다.


마음의 혼란은 오랜 시간 지속됐습니다. 무엇하나 내세울 것이 없었고, 스스로조차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던 중 본격적으로 책을 읽게 되는 계기가 생겼습니다.


"책 100권만 읽어보세요. 안 변하면 따지러 오세요"


이 말에 오기가 생겼습니다. 그때부터 간헐적으로 해왔던 독서를 매일 이어나갔습니다. 상당히 쉽지 않았습니다. 한 권을 읽는데 일주일이 넘어갈 때면 초조해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언제 100권을 읽을 수 있을까?"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불안함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금새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집중하는 것 자체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속담처럼, 한 권씩 읽어나가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읽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스스로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인용되는 문장이나 예시들이 나올 때면, 내심 반갑기도 했고요. “어?! 저번에 봤던 내용인데” 하면서 말이죠. “아는 게 늘어간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한 권 한 권 계속 읽어나갔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인생 잘 살고 싶다”, “변해야 한다”는 바람과 의심이 줄어들고 새로운 말들을 되뇌이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완벽하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도 괜찮다", "하면 되지"라는 마음이 들어선 덕분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발견한 문장들과 엿본 삶의 태도들이 발현된 결과였습니다.


항상 자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늘 불안에 떨던 시절이 지나갔음을 선언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었습니다. 지나온 시간에 대한 후회나 알 수 없는 내일보다는 오늘을 사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물론, 오늘에 집중한다고 해서 앞날에 대한 막막함이나 걱정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 얻은 마음의 힘은 살아가는 데 큰 유익이 있음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는 것을 설명할 수 있으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뿐만 아니라, 글을 쓰면서 내 마음을 확인할 수 있고, 하나의 결과물을 볼 수 있으니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시작이 어렵지, 두 번이 어렵냐”라는 말을 하면서 글을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시작한 김에 계속 해보자”라는 마음으로요.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