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과 무의식
“그냥 하는 것.”
이 말이 참 중요합니다. “그냥 한다”는 것은 의식하지 않고 한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무의식적으로 행동한다는 의미입니다.
첫 회사, 혹은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때를 떠올려보세요. 선배나 사수 등으로부터 인수인계를 안내받습니다. 업무 메뉴얼이나 체크리스트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이죠.
처음에는 체크리스트를 들고 다니며 하나하나 확인하며 일을 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낯설기에 당연한 모습이죠. 그러나 이런 모습은 한때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 달 후에는 체크리스트를 하나하나 확인하지 않게 됩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기에 덜 신경쓰고 자연스럽게 일을 해나갑니다. 세 달 후, 일년 후에는 어떤가요? 일하는 동시에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손은 계속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무의식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의식과 무의식의 차이입니다. 의식은 우리가 지금 '알아차리고 있는 것', '인지하고 있는 것'을 지칭합니다. 이 글을 읽고, 이해하고, 판단하는 것, 체크리스트를 보며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이 바로 의식적인 활동입니다. 반면, 무의식은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자동으로 작동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심장이 뛰고, 숨을 쉬고, 익숙한 동작을 하는 것이나 체크리스트 없이도 일상적으로 하는 모든 활동이 무의식적인 활동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의식과 무의식을 빙산에 비유합니다. 수면 위로 보이는 10%를 의식, 수면 아래 잠긴 90%를 무의식에 말이죠. 우리는 의식적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무의식이 대부분의 행동을 결정합니다. 우리의 습관과 믿음 역시 마찬가지죠.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어떻게 의식적으로 노력할까?”가 아니라
“어떤게 무의식으로 만들까?”로 말이죠.
앞에서 다룬 믿음과 습관 챕터 역시 이에 대한 긴 설명에 불과합니다. 믿음 챕터에서는 의식적으로 믿음을 바꾸는 것에 대한 얘기를 했습니다. “나는 할 수 없어”를 “할 수 있어”로 바꾸려고 애썼습니다. 의식적으로 질문을 바꾸고, 의식적으로 다르게 생각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습관 챕터에서는 의식적인 반복을 통해 무의식으로 만드는 과정을 다뤘습니다. 21일, 66일, 100일 동안 의식적으로 반복하면, 어느 순간 무의식적으로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결국 모든 것은 '의식에서 무의식'으로의 여정입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생각하지 마”라는 말을 뇌가 모른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뇌는 부정을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불면의 밤을 보낼 때 “그만 생각하고 자자”라고 말해도 생각이 멈춰지던가요? 그랬다면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없겠지요. 또 다른 예로, “레몬을 생각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듣는다면 무의식은 '레몬'에 반응합니다. 뇌에서는 자동으로 '노란색', '신맛', '레몬즙'과 같이 레몬과 관련된 단어들이 떠오릅니다. “생각하지 마”라는 부정어를 처리하기 전에 말이죠.
이것이 바로 의식의 한계입니다. 의식적으로 “하지 말자”고 다짐해도, 무의식은 오히려 그 대상에 집중합니다. 그렇기에 새로운 습관을 쌓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뇌의 작동방식을 이용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무의식을 어떻게 훈련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놀랍게도 그 힌트를 학창시절에 많이 듣던, '예습'과 '복습'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겹도록 많이 들었던 말이죠? 개인적으로 시험기간마다 벼락치기를 해왔던 입장에서는 예습과 복습은 공부 잘하는 친구들의 산물로 여겼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예습과 복습에는 무의식을 훈련하는 지혜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의도적으로 예습과 복습의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선, 예습과 복습에 대해 한 번 짚어보고 가보겠습니다.
'예습'이란, 말 그대로 미리 공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예습은 무의식에 씨앗을 심는 과정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다음 날이나 이후에 다시 볼 때, 뇌는 '낯선 것'이 아닌 '본 적 있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공부하기 이전에 유튜브나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쌓는 것은 '낯선 것'이 아니라 '본 적 있는 것'으로 만드는 과정인 것이죠. “아, 이거 봤던 거네” 라며 반가움을 표현할 수도 있고, 이미 한 번 접한 내용이기에 이해가 빠를 수밖에 없습니다. 무의식이 이미 그 내용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복습'은 어떤가요? 복습이란, '다시 복(復)'과 '익힐 습(習)'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말 그대로, 다시 내용을 접함으로써 익히는 과정이지요. 이를 생각해보면, 예습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습'은 본 과정을 '복습'으로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었던 것이죠. 다시 말해, 한 번 더 접함으로써 더 빠른 이해와 장기기억으로 남게 만드는 전략이었던 셈입니다.
'복습'하면 꼭 등장하는 그래프가 있죠. 바로 심리학자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인데요. 이에 따르면, 하루가 지나면 50% 이상을 잊어버리고, 일주일 후에는 거의 다 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복습을 하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잊혀지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두 번, 세 번 거듭할수록 기억은 더 깊이 뿌리내립니다. 무의식에 각인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렇게 질문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반복하기만 되는 거야?”
그럴리가요!
반복은 맞는데, 완전 똑같은 반복은 아닙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의식하면서 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역설적이게도 무의식화 하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익혀야 합니다.
예습과 복습에서 공통된 단어가 있죠? 바로 습(익힐 습, 習) 입니다. '습(習)'이라는 한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이는 새가 두 날개를 날마다 연습한다는 형상 문자입니다.
어린 새가 둥지를 떠날 때를 떠올려보면 좋습니다. 처음에는 날개를 펄럭이는 것조차 서툽니다. 균형을 잡으려 애쓰고, 떨어지지 않으려 발버둥칩니다. 부모의 날개짓을 보며 조금씩 따라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매일 연습합니다. 날개를 펼치고, 접고, 다시 펼치면서요. 어제보다 조금 더 높이, 조금 더 오래 날아보려 시도합니다. 똑같은 날개짓이지만, 점진적으로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죠.
이처럼 처음에는 어설프지만 자연스러워지기까지 여러 방법을 시도하고 횟수를 늘려가며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 이것이 바로 '습(習)'입니다. 이 과정에서 뇌는 이런 행동의 과정을 '장기기억'으로 저장합니다. 의식적으로 연습하고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것을 '중요한' 사항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좀 더 자연스럽고, 더 효율적인 방법을 고심할 때, 무의식에 새겨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고생을 사서 한다”는 말이 뇌의 활동에서도 적용되는 것이죠. 이제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질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 무의식으로 만들어야 해?
왜 믿음에 대해 살펴본 거야?
습관을 형성하면 뭐가 좋은데?
다른 질문들이지만, 답은 동일합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입니다.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매일 아침부터 “양치를 할까 말까?”부터 호흡의 과정을 모두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면, 아마 어떤 일도 못할 것입니다. 일상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하는 모든 행동을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면, 우리는 어떤 일도 못할 것입니다. 관계의 어려움이나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그것을 신경쓰는 것만으로도 예민해지기도 하고 많은 걱정을 하며 에너지를 소비하잖아요. 그런데 일상의 모든 순간들을 인식해야 한다면 얼마나 힘들까요?
그래서 뇌는 반복되는 행동을 무의식으로 옮깁니다.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 말이죠.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각인시키기 위한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지만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을 향한 믿음이든, 습관이든 모두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말'과 '질문'입니다. “뇌는 부정을 모른다”고 말씀드렸죠? “릴스 그만 보자”고 말하면, 뇌는 '릴스'에 반응합니다. 그렇기에 다르게 말하는 게 좋습니다. “책을 읽자”, “글 한 번 써보자”와 같이 말이죠. 이때부터 뇌는 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하자”의 청유형으로 자신에게 권하는 언어로 인식하기 때문이죠. “~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의무감과 저항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반면, 청유형은 자신에게 권하는 언어의 표현입니다. 강요가 아닌 초대이기에, 뇌가 저항 없이 받아들입니다.
말뿐만 아니라 질문 역시 중요합니다. “왜 안 될까?” 라고 질문하면, 안 되는 이유를 찾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될까?”라고 질문을 바꾸면, 뇌는 해결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합니다. 어떤 질문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초점이 달라지는 거죠.
뇌는 질문에 답변을 해야 한다는 의무를 가지고 있는 듯이 작동합니다. 효율을 추구하는 뇌의 입장에서 질문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됩니다. 그래서 질문을 받으면 뇌는 답을 찾기 시작합니다. 의식하든 안 하든, 무의식적으로 답을 궁리하는 것이죠. 누군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질 때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에서도 말이죠.
이런 측면에서,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은 참으로 과학적인 격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씨앗을 뿌리면 싹이 나고, 자라서 열매를 맺습니다. 물론, 모든 씨앗이 발아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씨를 뿌려야 열매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죠. 모든 말과 질문이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뇌는 그 씨앗에 반응합니다. 질문에 답을 찾고, 말에 따라 행동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지만, 반복하면 무의식에 뿌리내립니다. 그렇게 습관이라는 나무로 자라고, 결국 믿음이라는 열매를 맺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후에는 무의식의 열매들이 의식에 또 다른 씨앗을 남기며 순환할 것입니다. 자연의 이치와 같이 말이죠.
이 챕터는 시작점인 동시에 종점이라고 앞서 말씀드린 바가 있습니다. 믿음, 습관, 의식과 무의식. 이 세 가지는 독서와 글쓰기를 위한 반석인 동시에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정립하며 견고해질 수 있는 요소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쓰면서 받은 질문이 있습니다.
처음 독서와 글쓰기를 시작할 때부터,
'믿음, 습관, 의식과 무의식'에 대해서 알고 있었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우선 '아니오' 입니다.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책이라고는 교과서가 전부였고, 간헐적으로 읽다가 멈춘 게 전부였으니까요.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시점에서는 전혀 알지 못했던 내용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히려, 한 권 한 권 읽어가면서 접하게 된 내용들입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정립하기 시작한 개념들입니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바뀌기도 하고, 마음을 붙잡기도 하고, 의식적으로 읊조리기도 했습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챕터에 대한 내용은 몰라도 독서와 글쓰기를 하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저 역시 그랬고, 독서와 글쓰기를 꾸준히 해 온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다만, 이 챕터의 내용이 이후에 접할 내용의 마중물과 예습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점에는 확신합니다.
그래서 핵심 내용만 다루었습니다. 독서와 글쓰기를 하는 과정에서 좌절하지 않기 위한 도구들을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말이죠. 다음 도서들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강상구,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100일의 법칙」, 원앤원북스
앤절라 더크워스, 「그릿 GRIT」, 비즈니스북스
구스도 후토시, 「무의식을 지배하는 말」, 경향BP
석정훈, 「무의식은 답을 알고 있다」, 알키
마이클 루이스,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 김영사
김대식,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21세기북스
승현준, 「커넥톰, 뇌의 지도」, 김영사
대니얼 J. 레비턴, 「정리하는 뇌」, 와이즈베리
이케다 요시히로, 「뇌에 맡기는 공부법」, 쌤앤파커스
조 볼러, 「언락 UNLOCK」, 다산북스
켄 베인, 「최고의 공부」, 와이즈베리
위니프레드 캘러거, 「몰입, 생각의 재발견」, 오늘의 책
야마구치 마유, 「7번 읽기 공부법」, 위즈덤하우스
마릴리 애덤스, 「삶을 변화시키는 질문의 기술」,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