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독서

독서

by 오 영택

1. 독서


책장을 보면 그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다.


“못 먹어도 고”, “묻고 더블로 가” 한 번 쯤은 들어봤을 말일 것입니다. 짤로도 유명하고, 영상들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표현인데요. 이 말들이 독서를 갓 시작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표현은 어쩌면 두려운 마음을 숨기기 위한 배짱일지도 모릅니다. 혹은 결정한 행동이 옳은 선택이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있습니다. '먹기' 위함이라는 것이죠. 어느 누구도 자신의 것을 잃기 위해 애쓰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독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우리는 책에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 읽습니다. 지식, 위로, 생각, 영감 등을 말이죠. 그리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읽습니다. 물론 책을 읽는다고 해서 변화가 곧바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며칠 지나면 읽었던 내용이 가물가물해지기도 하고, 좋다고 생각한 조언도 실천하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독서는 '투자'와 같기 때문입니다.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일단 시작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완벽하게 읽지 못해 이해하지 못 할지라도, 혹은 읽어도 기억나지 않더라도 독서를 지속하는 게 중요합니다. 씨앗을 심으면 싹이 트듯, 읽은 책들은 우리 안에서 조금씩 뿌리를 뻗어나가 발산하게 만듭니다.


이번 장에서는 '독서'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그러나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저 역시 여전히 독서를 하며 살아가는 중이니까요. 다만 겪은 것, 생각한 것, 느낀 것에 대해 나누고 싶습니다. 독서를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혹은 더 나은 독서를 원하는 분들에게 작은 힌트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이번 장에서는 다섯 가지 주제를 다룹니다.


첫째, '생각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독서를 흔히 정보를 얻는 행위로 생각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생각의 재료'를 모으는 일입니다. 무엇을 볼 것이냐, 무엇이 보이느냐는 결국 아는 것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에 대해, 니체는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풍경을 바라보더라도 누군가는 하늘을 보고, 누군가는 동물을, 누군가는 사람을, 누군가는 건물을 보는 것처럼요. 관심사에 따라 초점이 달라지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생각을 얻는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는 '생각'에 대한 정의가 필요합니다. 나아가 감정과 생각을 구별함으로써 '생각'에 대한 고찰을 다루고자 합니다.


둘째,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 유명한 문장에 빠진 게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무엇이' 보인다는 건지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이해되고 연결되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라는 대상이 보이는 이유는 바로 '연결'에 있습니다. 이 책에서 읽은 것과 저 책에서 읽은 것, 책에서 접한 것과 내 경험. 이런 연결의 과정이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죠. 이는 곧장 '창의성'으로 연결됩니다. 다양하게 연결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자신만의 독서법'을 찾는 과정입니다. 저마다의 독서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어떤 이는 밑줄을 긋고, 또 는 메모를 하고, 혹은 접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독서법에 관한 책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법들이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마다 읽는 속도, 이해력, 집중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책의 종류도 다르고, 읽는 목적도 다릅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방법을 따라 해봐도 좋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모방에 머무르지 않는 것입니다. '남의 방법'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입니다. 뇌는 효율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좀 더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기 위해 궁리하기 시작합니다. 모방에서 자신만의 패턴으로 발전하는 것이죠.


넷째, '멈추기 위한 독서'입니다.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는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마음과 생각이 굳어져 간다는 것을 인식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 안의 바다가 얼어가는 것이죠. 그럴 때마다 이 바다를 깨는 '도끼'가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마음에 여운을 남기는 순간이 필요합니다.


다섯째, '쓰기 위한 독서'입니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얻기 위함'이지만, 결국은 '사용'하기 위함입니다. 아는 만큼 보이기에 활용할 수 있고, 활용할 때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됨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글감으로 사용하거나, 읽은 내용을 삶에 적용함으로써 쓸 수도 있습니다. 요리를 할 때 재료가 필요하듯, 글을 쓰거나 생각을 할 때도 재료가 필요합니다. 독서는 그 재료를 마련하는 일입니다. 또한, 자신의 마음에 글을 쓰기 위한 자료이기도 합니다.


이 다섯 가지 주제는 결국 하나로 연결됩니다.

이 모든 과정이 쌓이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이 문득 새삼스럽게 다가왔습니다. 강산은 제가 변하게 만들 수 없습니다. 한계가 분명합니다. 이와 함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강산도 변하는데, 나 자신은 어떨까?”


자신의 삶을 경영하는 주체가 되려면, 변화해야 합니다. 그 시작은 생각의 다변화에서 비롯됩니다. 독서는 그 생각을 키우는 좋은 도구입니다.


의식이 변하면 무의식이 변합니다. 무의식이 변하면, 의식하는 것들이 달라집니다. 마치 처음 운전을 배울 때는 기어 변속, 사이드 미러, 백미러 등을 인식해야 하지만, 익숙해지면 생각하지 않아도 손과 시선이 움직이는 것처럼요. 독서도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이 개념을 기억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계속 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관점으로 상황을 바라보게 됩니다. 이런 순환과정에서 자신을 향한 믿음이나, 삶을 대하는 태도, 힘들 때 입밖으로 나오는 언어가 결정됩니다.


그래서 “책장을 보면 그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릅니다. 책장은 단순히 읽은 책의 목록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의 재료를 모았는지, 어떤 연결을 시도했으며,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지를 투영하기 때문입니다. 완독한 책만이 의미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 읽지 못한 책이 있을지라도, 모두 관심사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읽는 것이 아니라, 계속 책을 향해 손을 뻗는 것입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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