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두려움은 희망 없이 있을 수 없고,
희망은 두려움 없이 있을 수 없다.
_ 스피노자
사람은 빛이 없는 환경에서는 한 치 앞을 보기도 어렵다. 사물을 분간하는 것도 쉽지 않다. 방향을 잃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주변을 둘러볼 여력이 없을만큼, 코앞도 식별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분명 보고 있지만 보이지 않기에 긴장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사람에게는 빛을 필요로 한다. 어두운 곳이나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에 가면 빛을 비추는 이유 역시 같다. 마찬가지로, 집에 들어오면 불을 먼저 켜지 않는가.
낮에는 불을 켜지 않아도 물건을 찾거나 일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낮에도 불을 켜놓고 생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밤에도 이어진다. 전기 덕분에 밤에도 낮처럼 활동하는 게 가능해졌다. 길 곳곳에는 가로등이 있고, 영업하는 식당이나 편의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때로는 밤이 더 화려하고 활기차 보이기도 한다. 밤에 사람이 더 많은 곳도 있다. 이처럼 빛 덕분에 활동시간을 늘어났다. 빛은 낮의 연장이라 말할 수 있다. 이제는 당연해진 일상이 되었다. 덕분에 밤일지라도 맨 정신에 방향을 잃는 일은 거의 사라졌다.
이렇게 빛이 사방에 존재함에도 하늘은 왜 여전히 어두울까? 분명 빛이 존재하는 데 말이다. 어두운 방은 불을 켜면 밝아진다. 그런데 하늘은 왜 어두울까? '당연히 밤이니까'라고 말할 수 있다. 혹자는 과학시간에 배운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따른 현상'이라 답할 수도 있다. 맞다. 이는 충분한 대답이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자. 태양은 항상 같은 위치에 있고, 지구는 태양 주변을 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365.256일, 약 1년 정도이다. 이를 공전이라고 한다. 공전 현상에 의해 계절에 따라 낮과 밤의 길이가 달라지고 4년마다 윤년이 돌아온다. 또한 지구는 '자전'도 한다. 공전만 하지 않는다. 만약 공전만 한다면, 지구는 살기 힘든 행성이었을 것이다. 지구는 공전을 하는 동시에 매일 스스로 한 바퀴를 돈다. 이를 자전이라고 하며 낮과 밤이 반복되는 이유이다.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에 인류가 살지 좋은 행성이 된 것이다.
태양은 항상 같은 위치에 있고, 지구가 그 주위를 공전하며 자전한다. 태양의 비추는 면이 낮이고, 반대면은 밤이다. 빛이 비추는 곳이 밝고 그 뒷면이 어두운 건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우주는 왜 어두울까? 태양도 있고, 그 외에도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들이 셀 수 없이 많은데 말이다. 우주는 지구와 달리 공전이나 자전을 하지 않지만, 밤하늘이 어두운 이유는 '올버스의 역설(Olbers' paradox)'과 관련이 있다. 만약 우주가 무한하고 정적인 공간이라면, 어디를 보더라도 결국 빛나는 별(항성)이 있어야 하고, 밤하늘 전체가 낮처럼 밝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우주는 유한한 시간 동안 존재했다. 우주는 약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시작되었고, 우리가 볼 수 있는 별들도 그 이후에 생겼다. 즉, 아직 빛이 우리에게 도달하지 못한 곳들이 많기 때문에 하늘이 완전히 밝지는 않다. 둘째,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있다. 우주가 팽창하면서 별빛이 적색 편이(redshift)를 겪고, 일부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전파나 적외선 영역으로 밀려나게 된다. 그래서 멀리 있는 별들의 빛은 점점 희미해진다. 밤하늘이 여전히 어두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해가 없는 짙은 밤 하늘을 올려다보면, 수많은 별들이 존재한다. 또한, 어두운 공간에 빛나는 항성들이 있기에 우주는 아름답다. 정해진 공간이 없기에 어두울 수밖에 없지만, 덕분에 아름다울 수 있는 역설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인생은 항상 밝지 않다. 막막함에 봉착하고 답답한 순간들을 맞이한다. 때로는 희망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늘 어두운 것도 아니다. 단지 어두워 보일 뿐이다. 분명 각자마다 살면서 기뻤던 순간, 자신만의 전성기, 행복했던 기억 등 빛났던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때의 기쁨과 희열은 희미해지고 앞날은 어두워 보인다. 하지만 기억하자. 우리 인생은 어둡지 않음을. 단지 어둡게 보일 뿐임을. 우주가 시간이 유한하고 팽창하면서 밤하늘이 어둡게 보이듯이, 우리 인생도 확장되고 있기에 어둡게 보일 뿐이다. 각자마다 경험한 기쁨과 희열 등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이 순간들이 어두워 보였던 지나온 시간에 형형색색 수놓아져 있음을 기억하자. 수놓인 순간들이 인생의 별자리가 될 것이다. 찰리 채플린은 이렇게 말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_찰리 채플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