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기록] 기록은 연장이다.

기록

by 오 영택

# 기록은 연장이다

우리는 같은 시대에 살아가지만 각기 다른 모양으로 살아간다. 동시대를 살아가지만 다른 시간을 보낸다. 또래임에도 누구 하나 똑같지 않다. 비슷한 경험은 있을지라도 자신만의 의미가 다르기에 같을 수가 없다. 그렇기에 경험은 실질적인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자신만의 관점과 깨달음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경험은 인생의 연장(tool)이다. 연장이 많을수록 할 수 있는 작업들 역시 다양해진다. 또한 좀 더 수월하게 일을 마칠 수 있다. "장인은 장비 탓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하지만, 좋은 도구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경험이 많을수록 자신감이 붙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갖고 있는 장비가 다양할수록 선택할 수 있는 일거리가 늘어난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이 '연장'을 살펴봐야 한다. 이것을 언제 사용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활용할 수 있을지를.


그렇다면 경험이라는 도구를 어떻게 구비할 수 있을까? 이미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경험을 했다. 무엇보다, 별 것 아니라고 치부할 게 아니라 삶을 찬찬히 돌아봐야 한다. 기록함으로써 지난 순간들을 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동영상처럼 생생하게 재현되지 않지만, 기록의 목적은 재현하는 데 있지 않기에 괜찮다. 기록함으로써 경험을 제대로 관찰하고 이를 활용하는 데 있다. 살면서 우리는 많은 순간 기록을 해왔다. 수업 시간에 했던 필기, 전화를 받으며 적었던 메모, 별 생각 없이 끄적였던 낙서, 달력에 표기한 기념일이나 약속, 영수증 정리, 작성했던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등 다양하다. 이처럼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메모를 하며 생각을 기록해왔다. 단지, 기록으로 여기지 않았을 뿐이다. 어쩌면 기록이라 말하기 무안할 수도 있다. 괜찮다. 기록이 별거 아니라는 인식을 하는 게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구슬이 많아도 꿰어서 목걸이를 만들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결국, 무엇이든 다듬고 쓸모 있게 만들어야 값진 보배가 된다는 의미이다. 기록 역시 마찬가지다. 일상에서 급하게 적은 메모, 잊지 않기 위해 적은 순간의 영감 등 모든 것이 작은 구슬이다. 자신의 기억력을 과신하지 않고 메모한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기록하는 귀찮음보다 "기억하고 있어야지" 라며 생각하는 게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결국 어느 순간 잊어버리고, "메모라도 해둘 껄" 하며 아쉬워하지만 이런 모습은 한참 반복된다. 그렇기에 떠오른 생각을 어떻게든 기록해두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기록은 기억의 연장(extension)이다. 기록해두면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애쓸 필요가 줄어든다. 사람이 기억할 수 있는 양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기억은 모래사장에 쓴 글씨와 같아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하지만 기록은 글씨를 돌에 새기는 것처럼 더 오래도록 남게 된다. 동시에 기록을 통해 과거의 자신과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 대화를 통해 현재의 나를 이해하고, 과거의 나를 재해석하고, 미래의 나를 준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에 적어두었던 기록을 통해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그리고 당시 무엇을 중요하게 여겼는지 보여주는 귀중한 원료가 된다.


기록은 단순히 기억을 보조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기억의 연장을 통해 좀 더 넓게 삶을 조망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기록은 사고를 정리하고 체계적으로 정돈하도록 돕는다.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막연한 생각들을 기록함으로써 궤적을 스케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머릿속에만 있던 결심과 생각들을 한 걸음 더 구체화하여 실행 가능성을 높인다. 기록함으로써 연장(extension)된 기억에서 연장(tool)을 발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록은 또 다른 경험을 만들어내는 씨앗이다. 적어둔 메모를 다시 읽는 과정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거나, 떠오르지 않았던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기록이 단순히 과거를 저장하는 도구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확장시키는 창조적인 도구임을 보여준다. 기록을 통해 과거를 기반으로 현재를 개선하고,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기록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면 이제부터는 기록을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기록하는 습관은 작게 시작해서 점차 확장해 나가면 된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예를 들어, 하루에 한 줄이라도 자신이 느낀 점이나 배운 것을 적어보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이 작은 습관의 결과물들이 쌓이면, 그것은 곧 나만의 지식 창고가 되고, 인생이라는 여행 지도가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록은 나만의 독창적인 인생 설계서가 된다.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기록과 경험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경험은 기록으로 이어지고, 기록은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낸다.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연장을 하나둘씩 늘려갈 수 있다. 결국, 기록과 경험은 서로를 강화하며 삶을 더욱 의미 있고, 강건하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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