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기록] 연결을 위한 기록

기록

by 오 영택

# 연결을 위한 기록

기록했다면 꿰기 시작해야 한다. 구슬만으로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우리가 기록하려고 애쓰는 이유는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인생의 도구를 다듬어 구비하기 위한 노력임을 상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 구슬들을 모아야 한다. 비록 작은 것일지라도 모아야 한다. 그래야 꿸 수 있다. 관찰 속에서 통찰이 가능하듯이 말이다.


기록의 관건은 '성실함'이라 말할 수 있다.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기록은 자신의 기억력을 믿는 자아와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굳이 기록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언제든 떠올릴 수 있다고 자만이 고개를 쳐드는 것이다. 이처럼, 기록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과 타협하지 않는 과정의 연속이다. 이런 싸움을 기꺼이 할만큼, 그리고 귀찮음을 뒤로 할만큼 기록의 유익한 점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기록하려면 회상해야 한다. 아니 회상하게 되고, 되돌아보게 된다. 기록이란 기억을 가시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기억은 이미 지나간 일을 지칭하기 때문에 다시 끄집어 내야 한다. 회상하면서 잊고 있던 순간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 일이 이해되는 경험을 하기도 하며, 새롭게 의미가 부여되기도 한다. 기록하기 위한 단계에서부터 맛볼 수 있는 이벤트이다. 좀 더 여유롭게 바라보기에 경험할 수 있는 변화이다. 물론 쓴 아픔들도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상황은 기억나지 않지만 감정만 남아 있는 경우를 발견하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별 일이 아니었거나, 아직 해소되지 않은 응어리가 있음을 목격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회상하다보면 기억들이 여러 장면으로 구성되고 이어진다는 사실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 이유는 분명해진다. 구슬을 꿰는 수고가 필요하다. 애써 새로운 의미를 찾을 필요는 없다. 시간에 상관없이 떠오르는 기억들부터 기록으로 남겨두면 된다. 그 기록들은 인생에 각기 다른 '점(point')이다. 생각만으로도 각 점들이 연결됨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보이게끔 표현하면 새로운 느낌을 준다. 점과 점을 이어 선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각 경험들로부터 얻은 교훈이 현재와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무엇보다 생각이 정리되는 기분이 든다.


물론, 모든 경험이 현재와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때는 억지로 연결할 필요는 없다. 그저 기록으로 남겨두기만 하면 된다. 언제 어떻게 새로운 시작점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기록해두지 않으면 당장 의미 없어 보이는 순간은 잊혀지기 쉽다. 연결된 것만이 의미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에서 의미 없는 순간은 없다. 단지 연결되지 않아 의미 없어 보일 뿐이다. 우리 인생이 귀하듯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 그 가운데서 얻은 모든 것은 귀하다. 오직 나만이 경험하고 깨달은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지금이 어떠하든 그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회상하면서 지난 일이 다른 관점이나 시각으로 보이면서 의미들이 발굴되는 것처럼 말이다. 우선은 기록하는 것에 의의를 두자. 기록을 잘 하겠다는 욕심은 내려놓고 기억나는 대로 분류하면 된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일정한 시간을 내어 기록하면 된다. 번거로움을 의식적으로 이겨내고 적어내려 가면 된다. 정리하며 성실함을 키워간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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