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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영 Jul 16. 2021

영어 못해도 되는 호텔 조식“계란 프라이”

영어가 뭐 별것이냐?


10여 년 전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덥고 습한 공기가 밀려왔다.

현지인 ‘여행 가이드’가 세우는 줄에 참여하면서, ‘필리핀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나도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도, 난생처음으로 ‘해외’라는 곳을 가 보았다.)     


‘현지’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고, ‘영어’도 잘 못하는 우리는 이것저것 알아보지 않아도 되는 “패키지여행”을 선택했다.

‘가이드’의 인솔에 따라 구경하고 밥을 먹는 일정은 ‘수학여행’을 온 것 마냥 신나고 재미있었다.

문제는 그날의 일정이 끝나면 가이드는 ‘퇴근’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영어에 ‘일자무식이’였음으로, ‘바디랭귀지’와 ‘초등영어실력’, ‘구글 번역기’를 통해서 호텔에서 생존을 해야만 하였다.     


다음날 아침, “나의 로망”인 ‘호텔 조식’을 하려고 식당으로 향했다. ‘대~충’ 어느 방에서 왔냐는 질문을 하는 것 같아, ‘호텔방 키’를 보여주고 통과!!!!     


나는 멋지게 ‘커피 한잔’과 ‘토스트’를 가져다 먹었다. 호화스러운 나 자신이 좀 멋져 보이기도 해서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며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나와는 다르게 이것저것 호기심이 많았다. 맛있어 보이는 곳에 가서 줄을 서 ‘갓 구운 고기’도 받아오길래 나도 “슬쩍 ”아이들 곁으로 가보았다.     


아이들이 줄을 선 곳은 ‘계란 프라이’를 주는 곳이었는데, 내 순서에 이르자 계란을 굽던 ‘주방장’이 나에게 ‘영어’로 뭐라고 묻는 것이었다. ‘대~충’ 알아듣기로 “완숙해줄까 반숙해줄까? 뭐 이런 뜻 같았는데,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머릿속으로 영어문장을 만들어 보며,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그런데 순간, 둘째 호야가 내 앞으로 나오면서 대답을 하는 것이다!     

손바닥을 내 밀고 “치~~~~~”

손바닥을 뒤집고 “치~~~~~”

그리고 “오케이?”     

어라? 주방장이 바로 말을 알아듣고는 

“오케이!!” 하는 것이다.     

그리고 계란의 앞뒤면을 모두 다 구워서 둘째 아이의 접시에 놓아주었다.     


내 순서가 되고 나도 어려운 영어문장 대신 나의 손을 우리가 놀이할 때 편을 짜듯(데인 지시~~ 오렌지 시~~ 하듯 ) 내밀며 “치~~~”하며 뒤집었다가 “치~~~~ 하고 오케이?”를 했다.     

큰아이는 한쪽 손바닥만 “치~~~~~~ 원. “오케이?”(이것은 반숙 계란 프라이다.)     

주방장은 웃으며 연신 “오케이!!”를 해주었다.     


셋다 ‘계란 프라이’를 갖구워 온 우리는 신선하고 맛있고 멋진 ‘호텔 조식’을 즐겼다.     


영어가 뭐 별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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