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뭐 별것이냐?
10여 년 전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덥고 습한 공기가 밀려왔다.
현지인 ‘여행 가이드’가 세우는 줄에 참여하면서, ‘필리핀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나도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도, 난생처음으로 ‘해외’라는 곳을 가 보았다.)
‘현지’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고, ‘영어’도 잘 못하는 우리는 이것저것 알아보지 않아도 되는 “패키지여행”을 선택했다.
‘가이드’의 인솔에 따라 구경하고 밥을 먹는 일정은 ‘수학여행’을 온 것 마냥 신나고 재미있었다.
문제는 그날의 일정이 끝나면 가이드는 ‘퇴근’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영어에 ‘일자무식이’였음으로, ‘바디랭귀지’와 ‘초등영어실력’, ‘구글 번역기’를 통해서 호텔에서 생존을 해야만 하였다.
나는 멋지게 ‘커피 한잔’과 ‘토스트’를 가져다 먹었다. 호화스러운 나 자신이 좀 멋져 보이기도 해서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며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나와는 다르게 이것저것 호기심이 많았다. 맛있어 보이는 곳에 가서 줄을 서 ‘갓 구운 고기’도 받아오길래 나도 “슬쩍 ”아이들 곁으로 가보았다.
아이들이 줄을 선 곳은 ‘계란 프라이’를 주는 곳이었는데, 내 순서에 이르자 계란을 굽던 ‘주방장’이 나에게 ‘영어’로 뭐라고 묻는 것이었다. ‘대~충’ 알아듣기로 “완숙해줄까 반숙해줄까? 뭐 이런 뜻 같았는데,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머릿속으로 영어문장을 만들어 보며,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그런데 순간, 둘째 호야가 내 앞으로 나오면서 대답을 하는 것이다!
손바닥을 내 밀고 “치~~~~~”
손바닥을 뒤집고 “치~~~~~”
그리고 “오케이?”
어라? 주방장이 바로 말을 알아듣고는
“오케이!!” 하는 것이다.
그리고 계란의 앞뒤면을 모두 다 구워서 둘째 아이의 접시에 놓아주었다.
내 순서가 되고 나도 어려운 영어문장 대신 나의 손을 우리가 놀이할 때 편을 짜듯(데인 지시~~ 오렌지 시~~ 하듯 ) 내밀며 “치~~~”하며 뒤집었다가 “치~~~~ 하고 오케이?”를 했다.
큰아이는 한쪽 손바닥만 “치~~~~~~ 원. “오케이?”(이것은 반숙 계란 프라이다.)
주방장은 웃으며 연신 “오케이!!”를 해주었다.
셋다 ‘계란 프라이’를 갖구워 온 우리는 신선하고 맛있고 멋진 ‘호텔 조식’을 즐겼다.
영어가 뭐 별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