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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영 Jul 29. 2021

창문을 넘어 도망친 11세 아들


11세, 4학년이지만 매일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려와야 하는 나의 아이는 '지적장애'가 있다.

아이의 ‘인지장애’로 아이에게 매여있는 것도 답답했지만, 아이의 ‘도전적 행동’과 ‘반항장애’는 매일 나를 좌절시켰다.


그날도 어김없이 아이가 ‘욕’을 하며, 엄마를 이겨보려고 했다. 욕하는 아이의 소리가 ‘온 동네 창피’해서 나는 되도록 빨리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를 야단쳐 봤자 아이는 나에게 주먹질을 해 댈게 뻔했기 때문에 일단 조금이라도 더 빨리 집으로 와야 한다. (11살 아이라 해도 너무 아팠고, 너무 무서웠고, 너무 부끄러웠다.)     

하필 그날은 집에 오다 '동네 아는 언니'(엄마들끼리는 언니 동생 하면서 지낸다.)를 만났다. 손을 잡고 있는 아이는 흥분하여 ‘틱’ 발작이 시작되고 있었고, '화난 감정'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해 ‘욕’을 뱉고 있는 와중이었다.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아이를 집으로 끌고 와서 ‘현관문’을 닫고, ‘창문’을 모조리 닫아버렸다.(아이의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하려고 했던 나는 '사회적 열등감'이 심했다.)


그리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아이는 제 아빠를 무서워한다. 전화기 스피커 너머로 들려오는 남편의 말 한마디에 아이는 금세 풀이 죽곤 했다.)    

남편에게 그토록 ‘당하고’ 지내면서, 이럴 때는 남편에게 의지하는 나는.....'내가 싫었다'


걷잡을 수 없는 아이 행동의 원인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면서도, 그 순간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남편뿐’이라는 생각으로, 그저 그 순간을 모면하고자 나는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했던 것이다.

그러니, 아이의 ‘반항행동’은 점점 더 심해졌으리라(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다.)     


남편은 “남자아이는 힘으로 이겨놔야 한다”. “기선제압을 해서 그런 짓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 “엄마인 네가 너무 바보 같아서 아이가 버릇없어진 것이다”. “지금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은 훈육을 잘 못한 네 탓이다”.라고 말하며 나를 비난하고 계속 설득했다.      


나는 남편의 ‘말도 싫고 아이의 ’ 욕지거리‘도 싫었다.

’ 지금 상황‘과 ’ 현실‘이 지긋지긋했다.


나도 화가 치밀었다.

화가 치밀어 식탁에 있던 '물컵'을 냅다 벽 쪽으로 던져버렸다.     


순간 ’ 아차‘ 싶었지만 이미 상황은 벌어진 뒤였다.

아이는 ’멈칫‘했고 냅다 ’ 자기 방‘으로 도망을 가버렸다.     


’ 효과가 있었나????‘ 나도 순간 ’멈칫‘ 했다.     


그리고 나도 ’ 아이방‘으로 가 보니... 아이가 없다!!! 


아이가 숨었나? 살펴봤지만 아이는 없고 창문이 열려 있는 것이다....


“앗!!!!”          


아이가 아파트 1층 창밖으로 뛰어내린 것이었다. 아무리 1층이라고 해도 4학년의 키높이보다 높은 창밖이었다......     

창밖으로 내 몸의 반쯤이 다 나가도록 아이를 찾다가, 뒤돌아서서 아이를 찾으러 나가는데..


“삐삐삐 삐리릭~ ”

현관문이 열렸다.

아이였다.


아이는 나와 눈을 맞추며, 슬그머니 자기 신발을 두 손으로 잡고 가슴에 안았다.


“신발 없어...”     


그 순간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몰랐다.     


엄마는 아이에게 사랑을 준다. 하지만 엄마의 사랑은 때로 위험한 사랑이다. 사랑이라고,

약이 된다고 주었는데 정작 아이에게는 독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써서 안 먹는다고 해도 약은 원래 쓰다며 억지로 먹인다. 아이 몸에 독이 쌓인다. 결국 병든 아이를 보고서야 혼란에 빠린다. ’ 내가 뭘 잘못했지?‘(엄마 심리 수업 윤우상)     


남편의 방법이 ’ 독‘인 줄 알면서도, 매 순간 아이 통제를 위해 ’ 무서운 아빠 찬스‘를  이용했었다. 그 순간은 통제가 되는 것 같았지만, 이것은 아이 몸에 '독이 쌓이듯', 문제행동은 더 깊어만 갔다.     


좋은 약은 ’ 명현‘반응도 오고,  약의 ’ 효과‘도 늦다.

임시방편인 남편의 ’ 진통제‘는 그만 먹여야겠다.


이제 아이에게 바르고 좋은 ’ 약‘을 처방해 줘야 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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