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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영 Aug 02. 2021

기억 2.

부부 사이에도‘성폭력’은 존재한다.


남편이 운전하다 말고, 핸들을 마구 때리고 쥐어뜯으며 화를 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나!!! 네가 그놈이랑 붙어 뒹구는 생각만 해도 열불이 난다고!!”     

그럴 때는 입을 닫고 조용히 ‘대역죄인’이 되어야만 했다.     


남편은 아내의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까지도 소유하려고 한다. 아내 스스로도 혼전 관계를 ‘속죄’ 해야 하는 ‘죄’로 생각하고 있다. 아내의 과거는 남편의 인생에 ‘오점’과 ‘흠집’을 넘어 실패 원인으로서 보상해야 할 과오이다.(아주 친밀한 폭력 정희진)     


결혼 전, 남편은 나의 ‘전 남자 친구’에 대해 세세히 조사하듯 물었다. 그때만 해도 다정한 말투로 “힘들었겠구나”라는 추임새를 썩어가며 질문한 탓에, 나도 위로받으며 예전 남자 친구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결혼함과 동시에 남편은 그 이야기를 ‘증거?’ 삼아 나를 ’ 대역죄인‘취급을 하며 몰아갔다.

멀쩡히 밥을 먹다가도 화를 내었고, 차를 타고 가다가도 “더러운 년”이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 부부관계‘ 도중에도 그 이야기를 꺼내며 나를 수치스럽게 만들었는데, “그때 좋았냐?”“그놈 생각은 안나냐?”라고 화를 내며 ’ 분노‘를 풀어내듯 나를 다루었다.     


특히나 남편의 폭력이 있는 밤이면, 어김없이 ’ 자기변명‘을 몇 시간씩 늘어놓는 남편의 마지막 의식은 늘 ’ 부부관계‘였다. 폭력에 짓눌리고 말에 세뇌당한 나는 어쩔 수 없이 남편의 요구에 응해 줄 수밖에 없었지만, 정말이지 ’ 노예‘같았고 ’ 자위도‘구 같은 그 기분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대부분의 아내들에게 남편의 폭력과 성관계는 별로 구분되지 않는다. 서울시 거주 여성 1,500명 중 92.7퍼센트가 아내가 남편의 기분에 맞추어 ‘성행위’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기혼 여성의 25.2퍼센트가 아내 강간을 당한 경험이 있고 이중 8.7퍼센트는 강간 직전 남편에게 구타당했다.(아주 친밀한 폭력 정희진)     


왜 나는 이것을 응해주어야만 했을까?

‘또 맞을 까 봐?’, ‘지긋한 부부싸움을 빨리 끝내고 싶어서?’

깊이 생각해 보면 나 또한 남편과의 관계에서 이것을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남편은 아내의 신체적, 정신적 상태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섹스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대게 피해 여성들이 부부 관계에 적극적인 않은 것은 남편이 외도하거나 구타로 인한 공포 성향 때문인데 남편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내는 ‘부부 관계’를 거부할 때마다 구타당하고 있다........

아내의 입장에서는 강간이지만, 시어머니 말대로 남편과의 성관계가 ‘해줄 것은 해주어야’ 하는 아내의 의무인 이상 강간이 아니게 된다. 남편의 성폭력은 ‘의무를 거부한 아내와의 부부 관계’로 해석된다. 가장인 남편은 집안의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있는데 아내의 몸은 그의 소유물 중에서 아주 핵심적인 것이다.(아주 친밀한 폭력 정희진)     


이처럼 남편의 ‘성폭력’이 지속적으로 가능했던 것은 남편이 아내의 몸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가부장적 가족이란 개념’ 때문이다.

남편에게 나는 낮에는 ‘집안일하고 아이 키우는 사람“이였으며, 밤에는 ’ 성행위를 해주는 물건‘이였을 뿐이었다. 왜냐하면 나의 집은 '휴식처'가 아닌 '노동'의 공간이였고, 남편의 '강간'은 '아내로써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적인 영역'으로 취급받아 '공적인 법의 적용'이 애매한 탓이기도 했다.


부부가 ’ 평등한 사람‘으로 서로 존중하고 배려받는 관계가 되기 위해서

일상에서 서로의 의견을 묻는 것처럼, 부부관계에서도 ’ 동의‘를 구하고 ’ 동의‘를 받아 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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