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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oung Jul 13. 2024

내가 다니는 학교 이야기

서로 위로하고 다독이고 격려하며 

나는 오클랜드 한 비즈니스스쿨의 유아교육 1년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사실, 교사 자격증만 따면 된다고 생각하고 학교에 대해서 별 기대가 없었지만, 학교의 첫인상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작게나마 대학의 캠퍼스를 기대했는데, 현실은 도심 속 한 건물의 8층, 넓은 강의실 한 칸이 내가 하루종일 강의를 들을 장소였다. 강의는 소그룹으로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강의실에는 책상이 다닥다닥 붙어있었고, 수십 명의 학생들로 꽉 차있었다. 이곳이 뉴질랜드인지 중국인지 모를 정도로 중국말로 왁자지껄 이야기하는 소리로 가득했다. 게다가 첫 강의는 인도 억양이 강한 인도인 강사의 강의였는데, 너무 못 알아듣겠어서 나는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살아남아야 한다. 한국인을 찾아보자. 두리번두리번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찾아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말을 걸었다. 


우리 반 학생들은 65명이다. 그중 중국인들이 50여 명 되는 것 같다. 10명 정도는 인도인이다. 한국인은 5명이다. 그 밖에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도 조금 있는 것 같긴 하다. 확실한 건 우리 조에 속해 있는 인도네시아인 1명이 있다. 얼마 전, 같은 유치원에서 실습한 중국인을 통해 중국인들의 단톡방이 있고 반 대표도 그들끼리 뽑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의 대표가 반 대표가 된 것이다. 한 번은 휴강 공지를 그들만 알고 있고 소수민족에게는 전달이 안 된 일이 있었다. 그 이후로 우리 중 몇 명은 물어물어 그 중국인들의 단톡방에 들어갔다.  

한국인 5명. 한 명의 미혼인 P만 제외하고, 나머지 4명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이고, 가족 모두 함께 뉴질랜드에 왔다. 가장의 무게를 지고 있는 용감한 그녀들이다. 비자문제로 뒤늦게 수업을 듣게 된 인도네시아인 R은 우리가 앉은자리에 같이 앉게 된 것을 계기로 우리와 같은 조가 되었다. 그녀도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이다. 


학교 강의에서 배우는 것은 사실 크게 없다. 다만, 과제가 중요한데 과제를 하려면 스스로 자료를 찾아 읽고 이해하고 써야 한다. 그래서 강의시간에도 과제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룬다. 문제는 강사들의 말을 우리가 100프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서로 다르게 이해하거나, 또는 강사들의 말이 바뀌기도 하고 안내가 부족하기도 하고, 뭔가 늘 찜찜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들의 단톡방에서 강사가 말한 그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 과제를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등을 상의한다. 유치원에 실습을 갔을 때는 어려운 점, 서러운 점을 이야기하며 서로를 다독이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위로하고 다독이고 격려하며 이 과정을 해 나가고 있다. 


드디어 16주, 1학기가 끝났다. 우리는 L의 집에 모여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일하고 공부하며 가장 바쁘게 살고 있는 L인데 살림도 잘하고 참 부지런한 그녀이다. 겨울임에도 이번 주에 이상할 정도로 날씨가 좋다. 넓은 데크에서 각자 준비해 온 음식을 펼쳐놓고 고기도 구워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가족들도 함께여서 더 즐거웠다. P의 남자친구는 키위(뉴질랜드인)이지만 한식도 즐겨드시고 유쾌하시다. 연애 중인 다정한 커플을 보는 아줌마 아저씨들은 어색하기만 하다. 


이 낯선 곳. 같은 미래를 꿈꾸며 비슷한 시기에 이곳에 와서 같은 고민을 나누는 동지들. 그 끝이 모두에게 해피엔딩이 되길,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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