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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oung Jul 21. 2024

한국이 싫어서

어디에도 낙원은 없지만 

뉴질랜드에 오기 전, 해외 파견 근무를 지원했었다. 처음 지원한 베트남은 떨어졌고, 그리고 다음으로 지원했던 아르헨티나도 떨어졌다. 이 두 번의 낙방은 살면서 큰 좌절을 경험해보지 못한 내게 큰 상처였지만, 나를 객관적으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지금 나는 뉴질랜드에 와 있다. 어찌 보면 두 번의 낙방이 나에게는 또 다른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것이다. 

뉴질랜드에 간 다고 했을 때, 누군가 물었다. "넌 한국이 그렇게 싫으니?" 


그렇게 싫은 것은 아니지만, 답답함은 있었다. 너무나도 뿌리 깊어 바뀌지 못하는 학벌지상주의는 많은 이들에게 학벌콤플렉스를 갖게 했고 아이들을 사교육으로 내몰고 있는데, 세월이 지날수록 점점 심해지고 있는 형세이다. 누군가는 필요해서, 누군가는 남들이 하니까, 누군가는 불안해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교육은 사교육 시장에 맡겨지고, 공교육은 껍데기만 남아있다. 아이들은 또 어떤가. 좋은 대학에 가려면 몇 년치 선행은 필수이고 밤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느라 늘 잠이 부족하다. 난 내 아이들이 그런 입시를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좋은 대학에 가면 성공, 그렇지 못하면 실패,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뉘는 한국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내 직업을 그만두고 싶었다. 주변에도 그만두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이 나이에, 어딜 가서 이만큼 월급을 받을 수 있겠어?"라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쳐 그만두기란 쉽지 않았고, 실제로 40대에 그만두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이직이 힘든 직업이었다. 나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데, 사실 무엇을 해야 할지 찾기 어려웠고 한국에서는 지금 가진 것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에는 내 나이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나의 남편. 그가 바로 학벌콤플렉스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다. 대학입시에 실패한 그는 만족스럽지 못한 대학에 들어갔고, 제대로 대학생활을 즐기지 못한 채 졸업을 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학교였기에 그곳에서 친구를 사귀지도 않았고, 어떠한 즐거운 경험도 하지 못했다. 교양영어 시간에 외국인 강사가 학생 중 그나마 영어를 좀 하는 남편을 불러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권유했다고 하는데, 그때 남편은 학교생활에 어떠한 의욕도 없었기에 그마저도 가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직장 생활도 그냥 그냥 그랬던 것 같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냥 버티는. 그런 그에게 뉴질랜드에 가는 게 어떨까? 하고 물었을 때, 그는 가고 싶다고 했다. 거기 서라면, 캐셔든 청소든 뭐든 할 용기가 생길 것 같다고. 그도 새로운 도전을 꿈꾸었던 것이겠지. 


한국과 뉴질랜드를 비교하자면 각자가 가진 장단점이 있다. 어디가 좋다 어디가 나쁘다 판단하기는 어렵다. 뉴질랜드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가 꿈꾸는 낙원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와는 다른 교육을 원한다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면, 무엇이라도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뉴질랜드는 살아볼 만한 그런 곳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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