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d, ship now
호기롭게 30여 개의 리스팅(대부분 서적)을 몇 일에 걸쳐 완료하였다. 사내 프로그램의 파워셀러 멘토 분은 온라인 판매는 마치 낚시와 같이 첫 판매가 주는 손맛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고, 손해나 노력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일단 팔아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신규 리스팅 아이템의 대부분은 서적이었고, 신규 서적/중고 서적/집에 있는 대학 교과서 등이 주를 이루었다.
이전 포스팅의 마지막에도 밝혔듯이, 내가 스스로 예상한 것보다 더욱 빨리 첫 판매가 이루어졌다. 첫 판매 서적은 Nick Bonner의 <Made in North Korea: Graphics from everyday life in the DPRK>라는 서적으로, 아마존에서 검색했을 때 500~600불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격이 책정되어 있어, 200불 정도에 내 제품을 리스팅한 제품이었다.
해당 제품의 셀러들이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높게 책정한 사유에 대해서는 아직도 정확하게 파악이 어렵다. 아마도, 절판이나 재인쇄, 공급물량 부족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었으리라 생각이 된다. 아무튼, 운이 좋게 최저가(이지만 여전히 엄청나게 비싼)로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기에 이후로도 세 권의 동일 서적을 판매할 수 있었다. 해당 제품의 아마존 판매 과정은 아래와 같다.
1) 서적 뒤의 ISBN코드를 검색하여 아마존에 기등록되어 있는 제품인지 확인. (신규 상품은 제품 설명을 기입하기 수고스러웠다)
2) 다른 셀러 들이 입찰한 가격을 확인 (아마존은 이베이, 지마켓과 달리 한 제품에 여러 명의 셀러가 존재한다)
3) 국내 도매 서점, 온라인 서점 등에서 해당 제품의 가격을 확인
4) 수익이 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리스팅, 그리고 주문을 기다린다.
5) 주문이 이루어진다! (sold. ship now)
6) 국내 서점에서 구매 및 배송
7) 포장 후 해외 배송
국내/해외 시장의 정보와 가격의 불균형, 세계 최고의 국내 택배 속도.., 적절한 아이템 선정이 함께 어우러져 만든 첫 판매였다. 타 블로그에서 검색했을 시 보통 첫 판매에 걸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는 글이 많아았었는데, 운이 좋았던 게 아닌가 싶다.
첫 판매가 이루어지고 아마존으로부터 ‘Sold. Ship now’라는 메시지가 온 기쁨도 잠시, 이제 해당 제품을 온전히 구매자에게 보내야 했다. 특히, 아마존은 고객에 대한 집착으로 유명한 플랫폼이기에, 제품에 하자가 있거나 고객이 원하는 일자에 배송하지 못할 경우에는 페널티를 부과받을 수 있었다. 회사 주변의 우체국에서 상자를 구매하고, ems 서비스를 이용하여 제품을 미국으로 보냈다. 워낙 높은 판매가에 제품이 판매되었기 때문에, 제반 비용에도 불구하고 8~9만원 가량의 마진을 남길 수 있었다. (배송비 + 아마존 Fee + 실제 도서 구매 비용)
수익 모델이 간단했고, 수익률도 좋았다. 좋은 틈새 아이템을 찾아냈기 때문에, 앞으로 해당 아이템만 계속 팔아도 어느 정도의 수익(10권만 팔아도 순수익 100만원..)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아마존은 익히 들은 대로 호락호락한 플랫폼은 아니었다. 냄새(?)를 맡고 온 서드 파티 셀러들이 점점 가격을 내리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서적의 원래 구매 가격인 $30까지 가격이 내려가게 되었다. (특히, 미국 내의 Prime 고객들에게만 제공되는 FBA(Fullfilment by Amazon) 방식을 사용하는 셀러들을 당해낼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결국, 해당 서적은 세 권의 판매를 기록하고 리스팅에서 삭제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꽤 많은 판매고를 올릴 수 있었다.
이후 팔게 된 서적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던 서적은 <New York city Graphics Standards Manual> 이라는 그래픽 관련 서적이었고, 해당 제품도 10만원 정도의 순수익 비용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FBM(Fulfillment by Merchant) 방식으로 판매하는 것을 곧 중단하게 되었고, 사유는 아래와 같다.
첫 번째로, 너무나 수고스럽다. 국내 온라인 서점 (yes24, 알라딘, 교보문고 등) 페이지와 아마존 웹사이트를 동시에 열어놓은 상태에서, 잘 팔릴 것 같은 서적을 감으로 선정하고, ISBN코드를 검색하여 아마존에서 얼마에 판매되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괜찮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제품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미 아마존 또는 다른 셀러들이 좋은 가격을 책정해 놓은 상태였다. 8~10만원의 이익을 가져다준 이전의 서적들은 정말 운이 억수로 좋았던 경우였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후 방법을 약간 바꾸어서 아마존 서적 카테고리에서 모든 제품을 가격 순으로 나열하여 높은 가격이 책정된 제품을 국내 온라인 도서에서 검색해보았다. 이전의 방식보다는 조금 더 나았지만, 이 또한 비효율적이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했다.
두 번째로, 주문이 발생하고 제품을 구하는 방식이다 보니, 내 공급 라인에도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었다. 그 예로, 위 사진의 New york graphics standards manual이 판매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국내 온라인 서점에 주문을 넣었지만, 해당 제품이 품절된 제품이라는 답변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미 결재까지 완료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제품을 구해보려 했지만 구할 수 없었고, 결국 사과 메시지와 함께 주문을 취소했다. 별다른 제재는 없었지만, 셀러 및 소비자에게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가 아마존에 클레임을 제기할 경우, 계정이 정지되는 등의 제재가 가해질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아마존이 자체 상품을 판매하거나 셀러들이 FBA를 통해 판매하도록 유도하는 행동에 납득이 갔다. 아마존은 미국 내 소비자들이 prime고객이 되길 원하고, 보다 빠르게 제품을 배송받기를 원하기 때문이었다. 셀러들은 또한 아마존의 물류시스템이 모든 배송을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보다 편하게 제품 개발 또는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치열한 아마존 셀러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1) 독보적인 제품 라인업을 가지고 있어서 국내 배송에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이거나, 2) 해외 고객들이 더욱 편리하고 많이 찾는 prime 제품을 위해 FBA (fullfilment by Amazon 방식으로, 물건을 대량으로 아마존의 창고로 보낸 후 아마존이 배송, 고객 관리, 반품 등을 알아서 해주는 물류 방식이다.) 를 사용하여 내 제품의 '아마존 내' 경쟁력을 높여야 했다.
처음 판매를 시작했을 때, 셀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첫째도 아이템, 둘째도 아이템이라고 생각했었다. 직접 판매의 전 과정을 진행해보니, 아이템 소싱 능력도 중요하지만 해당 제품의 배송 과정과 방법에서도 많은 리서치가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