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is 환멸을 느끼는 순간, 또 다른 사랑의 목마름으로 바뀐다.
"미리 이별 연습을 해 봅시다"
차우(양조위)의 부부와 첸(장만옥)의 부부는 같은 날 옆집으로 이사온다. 비좁은 복도에서 이삿짐도 뒤섞이고 네 남녀의 사랑마저 뒤엉킨다. 아내에게 버림받은 차우와 남편에게 버림당한 첸은 처음에는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기위한 가련한 호기심에서 만남을 시작한다. 그들처럼 되지는 않을거라는 다짐은 피어오르는 감정을 외면할 수 없게 된다. 차우와 리첸은 운명이 다가왔을대 용기를 내지 못한 죄로 화양연화(花樣年華)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4년뒤 앙코르와트 사원을 방문한 차우는 석벽에 입 맞추듯 그들의 사랑을 고해하고 봉인한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쓸쓸한 감정을 느낀다면 불변의 사랑을 꿈꿨지만 번번이 실패한 우리에게 원인이 있다.
양가위, 장만옥 그리고 왕가위의 완벽한 조합이기에 가능한 영화이다. 양조위는 눈빛으로, 장만옥은 몸짓으로, 왕가위는 미장센과 슬로모션 촬영으로 몽환적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주인공의 적은 말수는 문제가 안된다. 양가위의 처연한, 슬픈, 온화한, 고독한 눈빛을 보면 배우의 눈빛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수있다. 거기에 장만옥의 다양한 60년대풍 차이니스 드레스는 매 순간 첸의 기분을 표현하고 있다. 허리를 곧추세우고 하이힐 소리를 또박또박 내며 천천히 걸어가고, 그림자는 그녀의 뒤를 휘적휘적 따라간다.
차우와 첸도 각자의 배우자가 있다. 그 배우자들은 화면에 나오지 않고 뒷모습이나 목소리만을 들려준다. 그들에게도 한 때는 차우와 첸은 기적같은 경탄의 대상이었다. 차우와 첸은 그들의 삶에 핑크빛 가득한 기쁨을 선사한 신이고, 차우와 첸의 고귀함에 비해 너무나 보잘것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기적과 경탄을 선물한 차우와 첸은 이제는 배우자일 뿐 더 이상 불륜의 대상인 애인이 될 수없다. 사랑의 감정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사랑의 속성은 기본적으로 '불륜(不倫)'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기존의 '무리(倫)'를 '부정(不)'하도록 만드는 감정이다. 부모의 곁을 떠나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것의 동력은 사랑이다. 어쩌면 그런 행위도 일종의 배신행위이다. 기존의 무리를 부정하는 불륜이다. 차우와 첸의 배우자는 결코 그들의 배우자는 경탄을 주는 애인이자 불륜의 대상이 아니다. 차우와 첸도 결국에는 그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게 된다. 여기에 불가능한 사랑에 대한 갈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