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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네트워크

인생도 [새로고침]이 되나요?

by 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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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You don't get to 500 million frinds without a few enemies'


이 영화의 메인 카피가 '5억 명의 친구를 사귀려 하다 보면 몇 명의 적을 만들 수밖에 없다'이다. 본인이 속한 분야의 성공을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밀고 가는 과정에서 대제국을 이루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이야기이다. 5억 명을 사귀려면 그 정도 희생은 괜찮을 듯싶은데 그 5억 명의 친구는 내가 누군지도 모를 익명의 친구들이고 그렇게 해서 잃는 몇 명의 친구는 내가 가장 사랑했던 연인이고 친구이다. 그런 과정에서 생겨나는 인간적인 쓸쓸함, 공허함을 다루었다.


줄거리


페이스북이라는 최첨단 거대기업의 창업기이다. '마크'는 파티에서 연인과 다투고 헤어진 뒤 술김에 블로그에 험담을 올리고, 학교 서버를 해킹하여 여학생들의 미모를 품평하면서 실연의 아픔을 달랜다. 이 사건으로 학교로부터 징계를 받으나 선배로부터 하버드 내의 엘리트들만 교류할 수 있는 '하버드 커넥션' 사이트 의뢰를 제안받는다. 마크는 여기에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얻어 '페이스북'을 개발하고, 친구와 함께 사이트를 오픈한다.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친구와 선배로부터 소송을 당한다. 정작 세상 사람들에게는 소통의 즐거움을 준 반면에 자신은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감독 : 데이빗 핀처


CF 감독 출신답게 스타일리시하고 쿨한 영상미가 특징이다. '세븐'은 누아르 스타일의 암울한 분위기를 담고 있는 독특한 영상으로 대중과 평단을 매료시켰고, '더 게임', '파이트 클럽', '패닉 룸', '조디악' 등으로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간다. 그리고 범죄, 스릴러에 집중해왔던 이전과 달리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소셜 네트워크' 등 드라마가 짙은 작품들을 연출해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등 거장의 반열에 오르기 시작한다. 2013년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제작을 맡아 활동 영역을 넓혔다. 그리고, 길리언 플린의 베스트셀러 '나를 찾아줘'를 영화화해서 평단의 극찬을 받는다.



영화 속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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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핀처 감독이 99번 촬영했다는 오프닝이다. 대화가 빨라 처음에는 헷갈렸지만 다시 보니 몇 가지 주제를 다루는데 계속 엇갈리고 날이 서있다. 권력관계도 포함되어있고 각자가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왜 사람을 무시하는지 등 여러 가지 정보들을 대화에 얼버무려 넣었다. 액션 영화처럼 보이는 연출이다.


그녀에게 이별을 하고, 술집에서 나온 뒤 슬퍼하거나 동정을 원하는 모습이라곤 마크에게 찾아볼 수 없다. 슬픔을 받아들이기보단 다른 곳에 신경을 몰두할 걸 탐색했고 깊숙한 마음을 털어놓기보단 그 감정을 고스란히 성공을 위한 에너지로 소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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냅스터를 만든 숀 파커는 돈을 많이 벌었던 속옷 회사 이야기를 하면서 마크를 유혹한다. 그는 마크가 듣고 싶은 말을 줄곧 한다. 마크의 마음에 불씨를 타오르게 해 줄 기름 같은 존재이다. 능수능란한 말재주로 듣는 사람을 홀리는 뱀 같은 존재이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데 탁월하고 야망이 있는 인물이다.


백만장자보다 멋진 게 뭔지 알아? 억만장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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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는 유일한 친구인 왈도의 지분을 없애버렸다. 교묘한 자본증식 수단을 이용한 야비한 방법으로 친구를 단칼에 내쳤다. 왈도를 공동창업자에서 지워버리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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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이권이 걸리면서 두 개의 소송건이 나온다. 왈도와의 법적 소송은 회사에 끼칠 수 있는 왈도의 능력으로 인한 경영상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조정부'윙클보스 형제'와의 소송은 성질이 다르다. 마크는 이미 거대하게 성공했는데 그 작은 돈에 그들이 원하는 합의를 왜 해주지 않을까? 그건 합의금 때문이 아니다. 190센티 100킬로 덩치들에게 절대 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크가 보여주고 싶은 건 이 만큼 성공한 자신이, 애인이 좋아하는 조정부 애들을 짓밟고 i am ceo. bitch. 이걸 원했던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열등감이 거대한 성공을 실현을 할 수 있게끔 한 동기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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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는 헤어졌던 애인이었던 에리카의 sns 페이지로 가서 친구 신청을 하고 기다린다. 자신이 만든 페이스북에서 수락을 할 건지 기다리면서 영화는 끝난다. 관계를 맺어주는 사이트로 성공했으나 자신의 인간관계는 파탄이 난 역설이다. 거대한 왕국을 만들었지만 그 안에서 공허를 느낀다.


맺음말

그는 페이스북을 만들면서 많은 사람들을 이어주었다. 그 당시 5억 명의 친구가 생겼음에도 정작 현실에선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버렸다. 양적으로는 성공했으나 질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한 그는, 영화 속에서 헤어진 여자 친구의 수락을 기다리고 있다. 다시 되돌리고 싶거나 궁금해하는 것이 부족한 지난날을 [새로고침]하고 싶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타인의 삶을 인터넷에 공개하라고 부추기며 거대한 성공을 이루면서 자신의 삶은 공개하기를 꺼린다. 자본주의 최극단을 곳곳에서 보여주는 영화이다.


후일담

마크는 영화 개봉 시기가 다가와 이미지가 더 추락할 것을 걱정하여 언론 자문을 받고, 인터뷰할 tv 프로그램을 골랐다. 그 프로는 최고의 시청률 '오프라 윈프리 쇼'였다. 그 프로를 통해 충격적인 발표를 한다. 공공교육재단 설립에 10억 달러를 기부하겠다는 것이다. 손뼉 치는 방청객과 수천만의 시청자 앞에서 자선사업가로서 첫걸음을 뗐다. 그 메시지는 전 미국인을 매료시켰다.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했으니 이제는 평범한 사람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처음으로 자택 안에 '오프라 윈프리 쇼'팀을 초대하여 방송했다. 소박한 월세집에 사는 젊은 연인으로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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