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마흔이 됐다.
스무 살 때는 서른이 되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마흔쯤 되면 성공한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 믿었다.
서울 어딘가에 자가 하나쯤 있고
정장 입고 폼 잡으며 일하고
말 한마디에도 여유가 묻어나는 그런 중년 말이다.
적어도 사소한 일에 벌벌 떨지는 않을 줄 알았다.
이 정도쯤이야하고
넘길 수 있는 단단함 같은 걸
자연스럽게 장착하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마흔이 되고 보니 나는 아직도 튜토리얼 중이다.
게임은 분명 중반쯤 온 것 같은데
이제 와서 조작법 설명이 다시 뜬다.
처음 보는 버튼이 계속 나오고
선택지를 잘못 누를까 괜히 손에 땀이 난다.
현실을 게임에 비유하는 걸 보니 아직 애인가 싶다가도,
거울 속 내 모습은 영락없는 아저씨다.
겉으로 보면 번듯한 어른이다.
나름 바쁘게 살았고 일도 계속해 왔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모든 게 아직 처음이라
계속 당황하는 초보 아저씨다.
이상한 건,
나만 그런 것 같았다는 점이다.
다들 이미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간 것 같은데
나만 시작 화면에 멈춰 있는 기분.
그래서 한동안은 애써 모르는 척했다.
지금은 다 이런 거지 하면서.
그러다 작년부터 회사 일이 아닌 다른 일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게 느껴졌다.
지금껏 해 온 일들은 회사에서의 나에 모든 걸 걸었다면,
지금은 다양한 걸 할 수 있다는 사람인 걸 알게 되었다.
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는 걸 깨달았다.
20대 때는 몰랐고
30대엔 정신이 없었고
드디어 마흔이 되어서야
비로소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보였다.
애매한 경험과 애매한 능력을 엮어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 한다.
여태껏 해온 일들과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
이 사이에서 진정 원하는 일이 뭔지
그리고 내가 브랜드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게 사업이 될 수 있는지
직접 해보지 않으면
죽기 전에 후회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시작해보려 한다.
이제 시작해서 이게 되긴 될까?
그 질문에 대해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해볼 만하다는 쪽으로
조금씩 고개를 끄덕이게 된 이야기다.
그리고 이 글들은 이미 중반부에 들어섰고
나머지는 천천히 작성해 나갈 예정이다.
이 책의 주제는
음....
나를 설명할 브랜드를 찾는 초보 아저씨의 도전
정도면 좋을 듯하다.
이쯤 되면 다 돼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근데 왜 하필 지금이었을까
그나저나 왜 예전처럼 안되지?
그동안 왜 돈 앞에서 괜히 졸았지?
왜 이게 계속되는 거야?
왜 진작 안 했지?
나도 좀 더 큰 꿈을 꿔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