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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영 Dec 27. 2020

그냥 쓰자, 소소한 일상1

뻥튀기와 붕어빵 

휴일이다. 크리스마스인 25일이 금요일인 탓에 일요일같은 토요일을 맞이했다. 그런데 출근을 했다. 평일에도 참 회사 가기를 싫어하는데 황금연휴에, 그것도 토요일에 출근이라니. 때로는 업무나 일따위 보다는 의리나 무조건적인 동참에 더 의무감이 생길 때가 있다. 나 스스로를 꽤나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으니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것도 내 이성의 판단에 따른 행위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게 속편하다. 


빨리 일을 마치고 쉬어야 겠다는 생각에 점심도 대충 때웠다. 적어도 오후 2시면 끝날 줄 알았던 업무는 4시가 넘어갔고 결국 저녁시간이 다가왔다. 종로5가 광장시장에서 빈대떡에 소주한잔 하자는 동료의 제안을 기꺼이 뿌리치고 내가 간 곳은 이수역 근처의 남성사계시장이었다. 사실 꼭 그 시장을 갈 의도는 없었으나 마침 함께 퇴근한 분께서 차를 가지고 왔고 지나가는 길에 나를 내려줬을 뿐이다. 그게 남성시장이었고.


시장은 꽤나 분주했다. 나는 시장 구경을 좋아한다. 외국 여행을 가도 반드시 찾는 곳이 로컬시장이다. 시장에는 사람 냄새 뿐만 아니라 삶의 향기가 난다. 나는 그 향기가 좋다. 혼자 사는 나는 마트에서 말없이 물건을 고르기보다는 시장에서 묻고 소통하면서 깎고 도우면서 사는 방식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져갔다.


제일 먼저 시장에서 찾게된 곳은 뻥튀기 차이다. 경산에서 근무 할 시절, 학교 근처 햐앙역에서는 2,7일이면 오일장이 열렸고 오일장을 찾는 것은 내게 큰 즐거움이었다. 하양역 오일장에서 매번 인사를 했던 분도 늘 즉석 쌀튀김을 만들어서 팔던 젊은 부부였다. 사실 서울에서 이렇게 방금 막 만들어져나오는 따끈한 뻥튀기를 먹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6개월전 서울로 올라오고나서 바로 만들어져나오는 뻥튀기를 보니 자연스럽게 발길이 옮겨졌다.


자동 뻥튀기 기계는 쌀을 넣고, 원형 프레스기를 누르면서 끊인없이 뻥튀기를 튀겨내고 있었다.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는 마침 큰 비닐봉지에 막 튕겨져나오는 뻥튀기를 넣고 있었는데 그때 나는 "할아버지, 저 한봉지 주세요"라고 말을 하였다. 별다른 반응이 없었지만 할아버지는 뻥튀기 봉지가 꽉 차도록 계속해서 뻥튀기를 넣고 있었다. 배고 고팠고, 얼른 집에 가서 쉬고 싶었더 나는 할아버지가 몇장의 뻥튀기를 굳이 더 안담아줘도 그만이었고 기다리는게 더 지겨웠다. 하지만 너무도 정성스럽게 막 튀겨져나오는 뻥튀기를 봉투가 터지도록 끼어넣는 할아버지를 보니 나도 그저 묵묵히 기다릴 수 밖이 없었다.


마침 할아버지는 뻥튀기를 다 넣었다고 생각했는지, 금색띠를 찾아 봉투 쪼매기를 시도하였다. 아무리봐도 잠길 것 같지 않아 나는 잠시 지켜보다 "그냥 주세요.집에 가서 바로 먹을거에요"라고 말을 하였더니 "집까지 가는동안 눅눅해져서 꼭 묶어야 해"라면서 굳이 힘들게 짧은 금색띠를 온갖 방법을 다해 두르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 순간 내 눈에 들어온건 손가락이 일부 비어있는 흰 목장갑이었다. 할아버지는 아마도 왼손 손가락 일부에 장애가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렇게 봉투를 쪼매는데 오래걸렸구나 싶었다. 할아버지는 바람만 스쳐도 풀릴 것처럼 뻥튀기가 꽉찬, 하지만 묶여진 봉투를 주면서 "비닐봉지에 넣어줄까"라고 물었다. 사실 나는 비닐봉지가 필요했다. 집까지 가려면 다시 지하철을 타야하니 뻥튀기 한봉다리를 달랑달랑 들고 가기가 민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나는 비닐봉지를 거부하였다. 삼천원짜리 뻥튀기에 비하여, 차고 넘쳐 더 이상 들어갈 곳도 없어 억지로 묶어 놓은 봉투에 비하여 비닐봉지는 너무도 고급스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어짜피 비닐봉지야 지하철에서의 잠깐의 시선만 견디면 필요없는 물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한장이라도 더 채워넣기 위해 애쓰던 할아버지의 모습과 정성에 나는 웬지 봉지 한장이라도 헛되이 쓰면 안될 것만 같았다.


그렇게 뻥튀기 한봉다리를 딸랑딸랑 들고 오다보니 붕어빵이 눈에 들어왔다. 일명 '붕세권'이 아닌 지역에 사는 나는 집근처에서 한번도 따끈한 붕어빵을 올 겨울에 먹어본적이 없다. 마침 배도 고파서 천원에 3개라는 붕어빵 한봉지를 샀다. 그리고 그 앞에서 먹었다. 그런데 웬걸 너무 맛있다. 그런데 또 웬걸, 내가 붕어빵 2마리를 순삭할때까지 손님은 한명도 없없다. 마침 주머니에 2천원 현금이 있었다. 붕어빵 2천원어치를 더 산건 당연한 일이었다. 당연하지 않은 일은 한마리를 더 받았다는 것과, 회사에서 일하면서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초콜릿를 붕어빵 할머니에게 드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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