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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아저씨

by 카이

회사 외곽을 청소하시는 아저씨가 계신다.

얼핏 보아도 일흔은 훌쩍 넘기신 듯 작고 마른 얼굴엔 주름이 한가득이지만 언제나 웃는 얼굴이다.

회사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다.


아침 출근길에 아저씨를 만나면 항상 날씨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 엄청 춥네! 허허허. 잠바 두꺼운 거 입었어. 허허허.”

“이제 날씨 풀렸다. 봄이네! 봄. 허허허.”

“비가 와서 낙엽이 안 쓸려 힘들어. 허허허.”


그 꾸밈없는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이와 같은 천진함마저 느껴질 때가 있다. 말과 얼굴은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 했던가? 그 아저씨를 보면 아이와 같은 맑은 마음이 말과 얼굴로 투영됨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난 괜히 그 아저씨만 보면 친한 척이다. 몰래 뒤에서 놀라게 하는 장난을 치는가 하면, 오늘도 점심식사하시러 회사 밖으로 나가시는데 괜히 다가가 묻는다.

“뭐 맛있는 거 드시러 가십니까?”

“그냥 밥 먹으러 간다. 허허허.”

같이 있던 사람들이 ‘뭔데 친한 척이야?’하듯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기회가 된다면 막걸리 한 사발에 두부김치를 안주삼아 살아오신 얘기를 듣고 싶다. 나이 차이는 많지만 마음을 나눌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술 한 잔 하신 어느 날 내게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공사판에서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
길에서 청소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
가진 거 없고, 배운 거 없지만
정직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야!”

아버지 말씀이 맞았다.


“아버지, 저 잘 살고 있는 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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