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지 않았다.

by 카이

글 쓰는 것이 참 좋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고

공감을 얻었을 때의 그 순간,

자존감을 하늘 끝까지 올려주는 그 순간이 좋았던 것 같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일 글을 썼고, 행복했다.


글 쓰기를 멈춘 것은 전 직장을 퇴사하면서부터다.

직장을 잃은 가장이 한가로이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곧 새로운 직장을 얻어 출근하게 되었지만

글 쓰는 것을 다시 시작하진 못했다.


글을 쓸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중요한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사라졌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불만이 쌓여갔고,

혼자 동떨어진 세상에 사는 듯 소외감마저 느꼈다.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하는 아내를 이해하지 못했고,

내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답답했다.


그렇게 한동안 나는 글을 쓰지 않았고, 행복하지 않았다.


이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글을 쓰며 느낀 감정은 '후회' '미안함'이었다.

아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고,

살갑게 안아주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이제 글쓰기를 멈추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내게 글쓰기란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도구이자

잠들어 있던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깨우는 알람시계였다.

지금 이 순간이 참 행복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귀갓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