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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음식과 행복한 맛,
너무 사랑해 주는 사람

by 카이

난 오래전부터 아이들을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게 해주고 싶었다. 이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어른들을 위해서도 아니다. 오로지 나를 위함이다.


3대가 함께 산다면 내가 어찌 아이들의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 아이들이 보고 배워 내가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똑같이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아마도 난 정성을 다해 어른들을 공경할 것이다. 그러면 주변에서 나를 효자라고 다들 칭찬할 것이며, 또 아이들이 크면 내가 했던 것을 그대로 보고 배워 나를 또 정성을 다해 보살필 것이니, 나를 위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기회와 여건이 된다면(조만간 그렇게 되겠지만) 꼭 그리 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겐 두 분의 할머니가 계신데, 오늘 아내가 큰 아이에게 누가 제일 좋으냐고 물었더니 이리 예쁘게 말했단다.

“할머니들이 제일 좋아요! 덕소 할머니(친할머니)는 날 너무 사랑해줘서 좋고, 광주 할머니(외할머니)는 아름다운 음식들을 해줘요, 너무 행복한 맛이에요.”


친할머니는 큰 아이가 3살이 될 때까지 직접 키우셨으니 그 사랑이 오죽하겠는가? 지금도 이 6살 꼬맹이는 할머니 집에 가면 특급 대우를 받는 유일한 존재다. 하고 싶고, 먹고 싶고, 갖고 싶은 모든 걸 이룰 수 있는 곳, 덕소 할머니의 집이다.


외할머니의 음식 솜씨는 따로 길게 설명하지 않겠다. 아이의 표현대로 아름답고, 행복한 음식을 만드시는 분이다. 친할머니의 음식 솜씨 또한 속된 말로 장난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외할머니의 음식을 행복한 맛이라고 표현할 정도이니, 정말 어찌 그리 못하시는 음식이 없으신지 마법사 같은 능력을 가지셨다.


이런 사랑과 음식을 먹고 자란 아이가 어찌 밝고 건강하게 자라지 않겠는가?


장인어른의 절대적 사랑을 받고 있는 둘째 딸아이도 만만치 않다. 못난 자식들 때문에 광주와 대구를 오가시며 아이들을 돌봐주고 계신 장인어른은 손녀 바보시다. 딸아이도 엄마 아빠보다 할아버지가 더 좋은 듯, 잠시도 할아버지 곁을 떠나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 내가 신경 쓸 것은 아이들이 버릇없이 자라지 않도록 하는 것뿐이니, 아이들을 거저 키우는 듯 한 기분이 들 때가 많다. 이런 부모님들을 만났으니 언제나 죄송하고 감사하단 말뿐, 어떤 말이 더 필요할까?

오직 ‘사랑합니다.’란 말이 남아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역시나 내 생각이 맞았다. 부모님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 어른들은 나와 아내, 아이들에게 공경을 받으시고, 아이들은 아름다운 음식과 함께 어른들의 사랑을 받으며, 난 그 모든 것을 받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제 내 꿈은 3대가 한집에서 같이 사는 것이다.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다. 우리 가족 모두와, 특히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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