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아내와 교재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친구들과 함께 있던 자리에서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다던 아내에게, “가자 바다!”라고 나도 모르게 말해 버렸다. 아마 친구들 앞에서 아내의 어깨를 으쓱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렇게 아무런 계획도 없이 지금의 아내와 첫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강원도의 바닷가, 그곳이 우리의 첫 여행지였다. 그곳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참 좋았다. 아내도 나처럼 시간의 흐름이 아쉬웠던 걸까? “내일 갈까?”라고 조심스레 꺼낸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숙소를 잡아 샤워를 마치고 아내는 침대에, 나는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웠다. 서른을 넘긴 나이임에도 그 순간이 왜 그리 떨렸는지, 잠이 오지 않았다. 마음속으로는 벌써 침대 위로 몇 번이나 올랐다. 그렇게 미동도, 숨소리도 내지 않고 눈만 끔뻑이며 한참의 시간이 지났다.
‘도저히 안 되겠다. 차에 가서 자야지!’ 이러다간 밤새 잠도 못 자겠다 싶어 차로 가기 위해 조심스레 일어나 아내가 잠든 것을 확인 후 밖으로 나가려는데, 인기척에 아내가 잠에서 깼다.
“어디 가요?”
“차에서 자려고…….”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와 차에 올라탔다. 아쉬움인지 기특함인지 모를 미소가 얼굴에 번졌다. ‘그래도 한번 용기를 내어 볼 것을….’ 그런 생각으로 눈을 감는데, 갑자기 아내가 차로 들이닥친다.
“같이 있어요!” 그리곤 옆자리에서 눈을 감는다.
그때였을까? 이 여자와 결혼을 결심했던 것이.
어젯밤 일이 있어 귀가가 늦은 아내, 집에 오자마자 잠자던 내게 안겨 소근 댄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난 내게 언제나처럼 안아 주고 가라며 팔을 벌린다. 방문을 열고나오니 식탁 위에 먹을거리가 한가득이다. 그 위에 쓰인 아내의 쪽지들….
“밥은 아니지만, 냉장고에 야채 음료랑 함께 먹고 출근해요. 늦게 와서 미안.”
“이건 회사 가져가서 직원 분들과 함께 나눠 드세요.”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노트에 내 마음을 적어 쪽지 옆에 정성스레 놓아두고 출근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