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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속 민주주의

계엄 사태가 남긴 교훈

by 카이

우리는 가끔 역사의 변곡점에 서 있는 듯한 순간을 경험한다. 그것은 평범했던 일상이 갑작스럽게 흔들리며,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더는 당연하지 않게 되는 순간이다. 2024년 겨울, 대한민국의 계엄 사태는 그런 순간 중 하나였다. 갑작스럽게 선포된 계엄령과 이에 따른 충돌은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민주주의 본질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졌다.


계엄령은 헌법이 규정한 비상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우리는 그것이 국가를 지키기보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음을 목격했다. 대통령은 계엄의 헌법적 정당성을 내세웠지만, 국민 다수는 그 의도를 의심했다. 국회가 즉각 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민주주의가 단순히 법과 절차로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와 참여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민주주의는 연약하다. 법적 권력에 의해 쉽게 위협받을 수 있고, 사회적 불안이 극대화될 때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후순위로 밀려나기도 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또한 강력하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와 의지가 모일 때, 그 힘은 어떠한 권력도 넘어설 수 있다. 우리가 계엄령의 부당함을 목격했을 때, 누구도 침묵하지 않았다. 평화로운 집회와 국회의 빠른 결단은 민주주의의 저력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남긴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그것은 단순히 법과 제도로 이루어진 체계일까? 아니면 우리 마음속에 깃든 믿음과 신념일까? 이번 계엄 사태는 우리의 마음속 민주주의를 시험하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 시험을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었다. 민주주의는 법적 장치와 제도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우리가 매일 실천하고 지켜내야 하는 가치다.


민주주의는 앞으로도 많은 도전을 받을 것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계엄 사태는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라고 요구한다. 우리는 어떤 민주주의를 원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


계엄령의 혼란 속에서도 우리는 배울 수 있었다. 민주주의는 정치인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이다. 민주주의는 법의 조항이 아니라, 우리의 목소리다. 그리고 무엇보다 민주주의는 위기 속에서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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