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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거짓, 그 흐릿한 경계의 끝에서

캘리에세이

by 카이

어느 날 드라마를 보며 문득 떠오른 질문이 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거짓말일까?" 우리는 종종 진실을 이야기한다고 믿으면서도, 그 진실 속에 자신의 관점과 해석이 덧붙여져 있음을 간과한다. 마치 투명한 유리에 묻은 손자국처럼 진실은 온전히 깨끗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기억을 떠올릴 때도 그렇다.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나는 그것이 분명 일어났던 일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여러 번 기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 기억은 내 안에서 재구성된다. 원래의 사건과는 조금 다른, 내 감정과 상상이 섞인 새로운 '진실'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여전히 진실일까?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만들어진 거짓말일까?


또 다른 예로, 누군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넬 때를 생각해 보자. "다 잘될 거야"라는 말은 사실일까? 우리는 그 말이 진실이라고 믿고 싶어 하지만, 정작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말을 한다. 이는 진실을 가장한 거짓말일까, 아니면 거짓말이기를 바라는 진실일까?


진실과 거짓말의 경계가 가장 혼란스러워지는 순간은 의도와 결과가 충돌할 때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선의로 한 말이나 행동이 오해를 불러일으켜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때가 있다. 분명 진실을 말했지만 그 진실이 상대방에겐 거짓말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누군가의 거짓말이 상대방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다면 그것은 정말로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결국 진실과 거짓말은 우리 삶 속에서 절대적인 개념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 둘은 상황에 따라, 관점에 따라, 그리고 의도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그 경계선 위에서 우리는 균형을 잡으며 살아간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진실과 거짓말 중 어느 한쪽에 집착하기보다 그 둘 사이에서 무엇이 더 의미 있는 선택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거짓말과 진실의 경계는 생각보다 넓고 복잡하다. 그 경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하고, 무엇을 받아들여야 할까? 아마도 그 답은 우리 각자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 속에 숨어 있을 것이다. 진실과 거짓말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은 삶 그 자체와도 닮아 있다. 완벽하지 않지만,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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