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속의 그대

by 카이

서태지와 아이들.

그들이 처음 TV에 나왔을 때가 1992년이니 이제 30년이 다 되어가지만, 난 아직도 가끔씩 그들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어린 시절을 추억하곤 한다.


1992년, 그때의 나는 중학교 1학년이었는데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아침 조회를 하시며 ‘서태지와 아이들’을 ‘서 돼지와 그 새끼들’이라고 하신 적이 있다. 물론 당시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의 공부 시간을 연예인들에게 빼앗길까 걱정되어하신 말일 테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건 선생님의 큰 실수였다.

아무리 선생님이라 해도, 아니 선생님이기 때문에 학생들 앞에서 하는 말은 신중하게 하셨어야 했다. ‘서 돼지와 그 새끼들’이라고 말씀하시기 전에 최소한 그들이 불렀던 노래의 가사 정도는 읽어 보셔야 하지 않았을까?

선생님은 그렇게 자신들의 제자들 앞에서 아무런 잘못도 없는 한 청년을 돼지새끼로 만들어 버리셨다. 선생님이 그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보려 노력하셨더라면 과연 서태지라는 사람에게 돼지새끼라는 말을 할 수 있으셨을까?


서태지라는 가수에 대해 사람들마다의 평가가 엇갈리기는 하지만 그가 대중문화, 특히 대중가요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성공하는 사람들은 또래의 사람들과는 뭔가 다른 점이 분명히 있다. 서태지도 마찬가지다.


서태지가 만든 노래의 가사를 천천히 읽어보면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세상은 나를 위해 기다려 주지 않으며, 노력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환상 속의 그대」라는 노래는, 막연한 환상 속에서 살고 있는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따끔한 충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20살의 나이에 이런 노래를 만들었다니, 만약 내가 그 나이에 서태지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인생을 살았더라면 어떤 분야에서든 분명 최고가 되었을 것이다.


언젠가 중학교 1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을 만난다면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다.

“선생님, 죄송하지만 서태지라는 가수가 돼지새끼라고 불리만 한 사람은 결코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말이다.


난 첫째 아이가 태어나던 날 서점으로 달려가 책을 한 권 사고, 그 책 첫 장에 “아들아 세상의 모든 진리가 책 속에 있더구나, 평생 책을 읽는 사람이 되어라.”라고 적어 아이에게 선물로 주었다.

이제 아이가 자라 20살 청년이 된다면 이 노래를 선물하고 싶다. “아들아 세상의 진리가 이 노래 속에 있더구나!”라는 말과 함께.




<환상 속의 그대> 서태지와 아이들


결코 시간이 멈추어 줄 순 없다

무엇을 망설이나 되는 것은 단지 하나뿐인데

바로 지금이 그대에게 유일한 순간이며

바로 여기가 단지 그대에게 유일한 장소이다

환상 속에 그대가 있다 모든 것이 이제 다 무너지고 있어도

환상 속엔 아직 그대가 있다

지금 자신의 모습은 진짜가 아니라고 말한다

단지 그것뿐인가 그대가 바라는 그것은

아무도 그대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대는 새로워야 한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꾸고 새롭게 도전하자

그대의 환상 그대는 마음만 대단하다

그 마음은 위험하다

자신은 오직 꼭 잘 될 거라고 큰소리로 말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그대가 살고 있는 모습은 무엇일까

환상 속에 그대가 있다 모든 것이 이제 다 무너지고 있어도

환상 속엔 아직 그대가 있다

지금 자신의 모습은 진짜가 아니라고 말한다

세상은 빨리 돌아가고 있다

시간은 그대를 위해 멈추어 기다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대의 머리 위로 뛰어다니고

그대는 방 한구석에 앉아 쉽게 인생을 얘기하려 한다

환상 속에 그대가 있다 모든 것이 이제 다 무너지고 있어도

환상 속엔 아직 그대가 있다

지금 자신의 모습은 진짜가 아니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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