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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Jul 12. 2019

안녕 블루!


버스에서 내려서 지하도를 건너면 반대편에 있는 학원에 도착했다. 지하도에는 항상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는데 어두컴컴한 길의 끝엔 창문처럼 풍경이 네모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매일 이상하게 그곳에 이끌려서 출근시간 보다 넉넉하게 나와서 한참 바라보고, 그 속으로 들어가 거닐다가, 벤치에 그냥 앉아있었다. 나무 보다 키가 훨씬 큰 빌딩들이 줄지어 빽빽하게 있는 풍경이지만 내 눈높이는 늘 나무였고, 가끔씩 지나가는 강아지들과 유모차를 끌고 가는 엄마와 아이에게서 오래 눈길이 머물렀다. 그런 잔잔하고도 고요한 찰나의 따뜻함이 출근 전 나를 위로했다. 대다수의 점심시간이 나의 출근시간이었고, 대다수의 퇴근시간이 내겐 일하는 시간이었다. 집 오는 길에는 이미 어둑해져 산책이라곤 꿈도 못 꿨는데, 이 모든 일들이 이미 꾸어버린 꿈처럼 느껴진다. 늘 그렇듯이 지나고 나면 별일이 아닌 게 되어버린다. 저 풍경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내 배경은 어둠이 짙었고, 풍경 속으로 들어간 나는 그냥 환한 풍경이 되어버렸다. 그 풍경을 또 다른 누군가가 바라보고 있지 않았을까, 겁먹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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