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며 Ebs 라디오를 즐겨 듣는데 어느 날 오전에 우연히 한 시간짜리 강의를 스치듯 들었는데 애인에게 반하듯 그 내용에 반하여 찾아보니 고미숙 선생님이었고 불교 초기 경전 숫타니파타에 대한 내용이었다. 바로 ebs에 결제를 하고 한 달 동안 고미숙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다. 그 내용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무척이나 유쾌하고 실용적이며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그때 이후로 내가 '생각을 발전시키는 것'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생각할수록 머리가 무거워지는 건 진정한 사고가 아니라는 것. 인간 본성의 유리구슬 같은 마음에 묻은 떼를 긁어내고 욕심을 버리고 가벼워지기 위해 생각에 생각을 이어가는 것이 진정한 사고 활동이다. 그래서 내가 생명의 본모습에 대해 흐릿하게나마 깨우친다면 우리 삶의 목적인 '행복하게 사는 것'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
자유로운 그림 그리기를 꿈꿔왔지만 '잘 그리기 위해' 자유로운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포인트를 잘못 잡은 거다. '욕심 없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자유로운 그림을 그려야 되는 거다.
언어는 본디 돌고 돌기 때문에 글로 논리적인 설명을 하려 하면 그 글이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모순일 때가 많다. 하지만 그림은 액션이라 사고를 훈련하는데 꽤 적합하다. 잘 그리기 위한 고민은 곧 잘 살기 위한 고민이 되고 잘 그리기 위한 연습은 곧 잘 살기 위한 연습의 시물레이션이 된다.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고 하고픈 일을 하고 있는 요즘이 나에게는 이미 행복이다. 너무 행복해서 이 행복이 부서지기 쉬움에 두려움이 들고는 하는데 무언가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나 꿈 자체도 욕심이니 순간을 바라보고 담대하게 앞으로 걸어가라는 숫타니파타의 말씀은 나에게 용기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