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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글 Mar 03. 2022

그림그리기와 철학

부족함을 껴안는 일.


어렸을 때부터 철학에 관심이 많았다. 물론 평생 철학을 공부하신 사랑하는 아버지 덕에 내가 어떤 어려운 책의 어려운 문장들을 만나도 이 학문에 대해 심리적으로 어려움이나 거리감을 적게 느끼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나의 미술에 대한 진한 사랑과 그를 향한 성취욕과 그에 한참 못미치는 스스로의 부족한 예술적 자질이 나를 지속적으로 괴롭혔기 때문에 돌파구를 찾으려 동양 철학이든 서양 철학이든 소설책 넘기듯이 많이 들쳐봤던 것 같다. 


어린시절에는 왠지 철학을 공부하면 내가 사랑하는 시각예술분야에 자질이 향상될 것이라는 착각도 있었다. 

하지만 감각과 이성은 조금 별개의 것임이 분명하다. 육체적 감각에는 그에 앞서 이성적 사고가 필요치 않을 때가 꽤 많다. 물론 아주 결과적으로 봤을 때는 앎과 감각이 합쳐져서 훌륭한 예술이 탄생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직관적으로 감각이 뛰어난 사람들을 보면 그 감각이 사유의 결과로 만들어진건 아니라는게 내 생각이다.  


결국 철학 공부한다고 내 그림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인정한다. 나에게 철학은 실용적인 자기계발서류의 학문이다. 넘쳐나는 욕심과 그에 따라오지 못하는 나의 능력을 껴안고도 괴롭지 않게 즐겁게 살아가고 열심히 예술하기 위한 목적으로 철학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난 내 쉽고 가벼운 언어로 철학한다.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작업을 이어나갈 것인가.'

이건 내가 정말 확실히 스스로에게 주는 단 하나의 과제이다. 

 

지속적으로 작업을 하려면 근본적으로 즐거워서 몰입이 가능해야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즐겁지 않을 때에도 어떤 작은 부분이라도 즐거움을 찾아내어 즐거워지는 과정 속에 있어야 한다. 분명히 내가 좋아하는 일이지만 마음처럼 풀리지 않아 괴로울 때에는 영원히 세상이 팽글팽글 돌아갈 것 같은 두려움이 들 때가 있다. 이렇 때 재빨리 고삐를 다시 잡아야 한다.  


뭔가 작업이 불만족스러운 오늘밤 같은 날이면 손은 손대로 움직이면서 철학 강의를 듣는다. 그리고 복잡한 내 마음을 글로 생각을 남긴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고보면 부끄러울 글들을 날렵하게 많이 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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